" 기타는 마음이고 성격이다. 기분이 울적할 땐 기타도 울적하고 기쁠 땐 기타도 노래를 한다. 자기의 마음 기분을 잘 반영할 줄 아는 연주인이 결국은 끝까지 남는 법이다." _ 로이 부캐넌


 내가 블루스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언가 가슴을 후벼파는 짜릿함이 있기 때문이다. 슬픔도 기쁨도 아닌 그 무언가의 공허한 가시같은 찔림. 뭐, 한의 정서라고 할 수도 있겠다. 삶의 고달픔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찬가라고 할까. 


 이 사람. 로이 부캐넌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비운의 천재의 전형이다. 비참하게 죽어서야 그 진가가 더욱 발휘되는, 생전에 화려한 성공을 이뤘다면, 그러니까 삶이 넉넉했더라면, 이발사의 세컨드 잡 을 갖지도 않았을 거고,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가 부인과 대판 싸우다 폭행도 안 했을 테고, 유치장에 갇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를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지 않았을 거란, 뻔한 추측. 마빈 게이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 보단 덜 하지만, 이 사람 참 안 됐다 싶다.. 그래서 이런 예술이 나오나 싶기도 하고,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마치 소설가로 치면,, 딱.. 레이먼드 카버가 생각난다. 현실의 퍽퍽한 삶에서 깃어올린. 예술. 레이먼드 카버의 문장과.. 로이 부캐넌의 기타 톤과 연주는 닮아있다. 짧고 간결하며 투박한 스타일. 그러나 비수와 같은 울림. 무뚝뚝한 채, 아무렇지 않은 채, 진실에 닿는 느낌..

 

  한번도 그래본적이 없지만. 로이 부캐넌의 음악을 들으며,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소설을 읽으면..어떨까 궁금해진다. 어쩌면 삶의 비밀을 알아버려 모든게 시시해 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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