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동네 도서관에 나들이를 나갔다. 간혹 아무런 계획 없이 그저 눈에 들어오는 제목의 책을 여러권 뽑아들고 읽을 만한 책을 가려 낸다. 어떤 책은 10분 짜리..어떤 책은 30분 짜리..쓸데 없는 책들의 인연은 잠시 뿐이다. 그 중에 두 권이 오른쪽에 남았다. 후지와라 신야의 '황천의 개' 와 바로 이 책. 

 처음 제목만 보고선..좀 뻔한 책이라 여겼다. 그러나 책 날개에 ( 보통 저사 소개 하는 부분 ) 요약된 저자의 삶은 흥미로움 그 자체 였다. 90년대 중반에 한국의 교도소에서 수감했던, 20대 미국 청년의 이야기였다. 일반 교도소 수기도 흥미로울텐데, 미국인 백인 청년의 한국 교도소 수기 라니.. 아마 그동안 미국인 수감자는 많아도..이런 책을 낸 사람은 처음 이지 않을까..

 이 책의 원제는 Brother One Cell 1방 형제. 2006년 영국에서 처음 출간 되었고. 미국에선 2007년. 한국어는 2008년에 출간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1993년 한국의 영어 강사로 입국한 그는 필리핀에서 해시시를 밀수한 혐의로 체포되어 한국에서 7개월의 영어 강사 기간과..3년 6개월의 교도소 생활을 끝으로 추방된다.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타국의 감옥에서 그가 겪은 고난을 통한 성장을 이야기 한다.
 1993년 ~ 1997년 사이,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과. 한국인의 습성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저자의 균형잡힌 시각에 있다. 한국에 대한 무지나 편견. 몰이해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열린 마음으로 한국을 바라보고 이해하고..안 좋았던 경험을 자신의 성장을 이루는데 발판이 되었다는데 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한국에 대해..그는 가감없이 이야기 한다. 

 20대의 초중반을 한국의 감옥에서 지낸 저자는 그 젊은 혈기 만큼. 다채로운 감정을 회고한다. 시간이 지나 이 책을 쓸때는 그 때의 경험이..자신의 인생에서 큰 기둥이 된 사실을 인정한다. 그 시간을 현재 담담한 감정의 상태로 글을 써.. 글을 읽는 독자에게 외국인의 감정적 치우침이 아니라..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작은 깨달음에 공감을 산다. 

 현재 프리랜서 작가 이기도 한 그의 문체는..대단히 흡인력이 있다. 아마도 이러한 것도. 감옥에서 얻게된 그야말로 갱생 의 효과이지 않을까. 문체나 시각이..격앙되었거나. 치우쳤다면..나는 이 책을 이렇게 제대로 끝까지 읽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가 문제가 아닌..그가 회고하는 솔직함과. 초월된 삶의 나아감을 차분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스콘J버거슨 같은 작자의 배설에 가까운. 격앙된 반응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 사회 이면의 깊숙한 바닥 까지 내려갔다온 그의 발언은 설득력이 있다. 처음에 한국에 올 때는 타 문화에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그냥 뻔한 미국인 이었을지 몰라도. 유교적 공동체 기반의, 더더욱 특수한 교도소 사회에서 변화되어가는, 한마디로 문화의 충돌 속에서 겪는 자아의 성장이다. 이 책의 주된 느낌은, 타자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결국 삶이란..남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일 테니..3년 6월의 감옥 체험은 자신과..타인에 대해서 극한으로 부딪히는 시간 이었을 것이다. 
 
 내가 예민한 감수성을 치르며 살아가고 있던 그 시절의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고..같은 땅 위 그가 겪었던 회한를 통해. 현재의 우리 모습을 생각해 본다. 음..얼마나 걸어왔나..벗어나 왔나..내겐 극한 체험은 없었다. 어른이 되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노력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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