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독 해가 짧아져 마음이 쉬이 적적해져서 인지, 맥주 한두병 마시는 습관?, 아니, 맛이 들렸다. 원래 하이네켄 옹호자 였는데, (왜냐, 하이네켄은 물이 좋아서 인지 마시고 나면 피부가 좋아짐, 나만 그런가?) 홈플러스에서 수입맥주 5개병에 만원 행사를 하고 있어서 사게된 파울라너 밀맥주의 맛에 빠졌다. 맥주를 잘 모르지만, 다른이들이 기네스와 파울라너 만 사오면 된다고 해서 위사진의 맥주를 알게 되었다. 가보니 기네스는 행사에 없었고, 파울라너 와 그래도 안 사면 섭섭한 하이네켄 500ml 캔 4개 를 사왔다. 


 원래 파울라너 한병 가격이 3,460원 이었는데, 한병에 2,000원에 산거니, 꽤 할인된 셈이다. 그런데 행사용으로 무더기로 쌓아둔 것과. 정식 주류 코너에 있는 병의 라벨이 차이가 있었다. 위사진의 맨 오른쪽에 있는 병만 다른 것과 라벨 위치가 틀린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식 주류 코너에 있는 건, 제조일이 최신인 것 같고. 행사용은 좀 오래된 재고 같았다. 병맥주래서 그렇게 맛이 차이가 나진 않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정식 코너에 있는걸 쓸어 담았다. 


 맥주의 최고봉은 역시나 흑맥주의 대명사 기네스 고, 

 라거 맥주(일반의 익숙한 맥주)의 최고이자 레퍼런스한 맥주는 하이네켄. 그리고 국내 제조 버드와이저가 아닌, 미국에서 마셨던 버드와이저 

 밀 맥주의 파울라너 헤페바이스


 위 세~네 종의 맥주가 내가 볼때는 최고의 맥주들인것 같다. 


 언젠가부터, 단체로 놀러가거나 호프집에서 500cc 나 피쳐로 시키지 않는한, 가끔 칭다오는 먹긴해도 국산 맥주나 일본 맥주를 절대 안 먹는다. 물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우리나란 지하수 오염이 심각할테고, 일본은 뭘 들이대도 방사능 오염일테니,, 내가 하이네켄을 좋아하고 피부에 효험이 좋다는건, 네덜란드의 원료 물 자체가 깨끗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예전에 한 대학원영어선생님이 술을 좋아하는 분이었는데 자기는 기네스 맥주를 피로회복겸 건강을 위해서 마신다고도 했다. 워낙 기네스를 만드는 아일랜드의 물 자체가 좋은 거라고. 그래서 전세계 어딜가나 가장 비싸다고, 믿거나 말거나인데, 영국에서 오래 유학했었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이것저것 아는게 많아서 그 말을 신뢰하게 되었다. 

 물도 마찬가지다. 간혹 마트에 가면 수입산 생수를 일부러 사 마시는데, 다양한 원산지의 미네랄 워터를 섭취하기 위해서다. 가보진 않았지만, 유럽의 청정지역의 물을 마시면, 그곳의 자연을 마시는 기분이 든다. 

 파울라너 맥주는 독일 뮌헨이 원산지다. 밀맥주래서 향이 더 풍부하고, 목넘김이 부드럽다. 반쯤 마시다, 밑에 가라앉은 효소?효모?를 흔들어 주면 더욱 맛이 깊어진다. 거품이 걸쭉한 느낌도 드는데, 일반 라거 맥주의 산뜻함 과는 다른 종류의 맛있음 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맥주는 병맥주가 진리다 란 소리를 했다. 편리해서 500ml 캔 맥주를 마시다 보면 병맥주의 옹골참이 참맛이란걸 느끼게 된다. 영화속 최고의 맥주씬은 '쇼생크 탈출' 에서다. 한여름 땡볕에서 수감자들이 노역하다가, 주인공의 능력으로 교도관에게 선사받은 얼음이 든 양동이에서 버드와이저 병맥주를 꺼내 마시던 수감자들의 행복한 모습은 그 자체로 맥주의 진리였다. 

 요근래에 어느 교양 의학 정보 프로그램에서 얼핏 이런 얘기를 들었다. 일조량이 적은 겨울에 섭취하면 좋은 음식이나 요소중에 맥아도 포함돼 있었다. 어쩌면 독일이 맥주로 유명한 것도 그들의 기후환경과 관련이 있을거란 추측이 든다. 독일인들은 맥주로 적적감을 달래가며 그리 취하지 않고, 이성적 정신으로 밤새 철학 혹은 과학 공부를 그렇게 하셨는지 모르겠다. 나도 이 파울라너 독일산 맥주를 마시고 똑똑해졌으면 좋겠다. 다시금 위 사진을 보니 풍족감이 든다. (배 나오는 소리가 메아리쳐.)

 연말이라 앞으로 이런저런 술자리가 많을텐데, 이제 소주란 화학 술은 꺼려진다. 되도록 절제하고 집에 와서 이 한병의 맥주로 마무리를 해야겠다. 대형마트는 잘 안가지만, 간혹 이런 기회는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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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들어오면서 조카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토이러저스에 들렀다. 슐라이히 공룡 모형 인형을 사고, 마트에서 기웃거리다 마트만 오면 사게되는 하이네켄 맥주를 담으로 가다보니, 새로운 패키지 포장의 하이네켄을 아리따운 아가씨? 한 명이 서서 행사하고 있었다.

 "이거 뭐에요?"  

 "(쌓아둔) 6개 캔 한 패키지 상자를 사면(14,400) 팝콘 2개랑, 선물 추첨 기회를 줍니다."

 "(올커니) 할께요." 

 조그만 부스에 들어가니, 자물쇠가 잠긴 박스가 있었고, 왼쪽에 열댓개의 열쇠가 있는데, 그중에 박스를 열 수 있는 열쇠를 고르는 한번의 선택 기회였다. 나는 그 짧은 순간 비장해졌다. 안구는 인광을 쏫아냈고 금색 자물쇠의 크기를 주시하며 열쇠의 제각각 크기 중에서 대략 가늠했다. 작은 열쇠 중에서 나는 찰나 집중하고 집중해서 명상의 단계로 들어섰다. '첫 느낌을 따라가라' 순간 집중해서 선택했고, 도우미에게 키를 전달했다. 하이네켄 아가씨는 씨익 웃으며 키를 꼿고 돌렸다. "자물쇠가 열렸습니다." 그러고보니, 박스 안에는 삼각뿔 모양의 흰색의 조그만 스피커가 있었다. '흐흐흐흐~' 

 하이네켄 아가씨는 맥주 한팩과 선물, 팝콘2개를 테이핑으로 묶어줬다. 나는 초등학생 운동회서 어쩌다보니 선물받은 심정으로 너무나 공손하게 "고맙습니다" 하며 꾸벅 인사도 했다. 마치 선생님에게 하듯이.. 


 내가 수능 시험을 볼때, 수학을 진작에 포기해서리 전부다 찍어야 했었다. 수학을 포기한 탓에 두뇌가 타당한 논리의 단계를 거쳐 정답을 찾는 것에 익숙한게 아니라 논리의 비약과 상징. 공상과 상상의 나래속에서 허우적 대는걸 즐겼다. 1번부터 5번까지의 객관식 답 문항을 집중해서 노려보며 '내가 정답이야. 나를 골라줘!' 하는 잉크 이미지에 눈길이 갔다. 전체적인 음악적 리듬감내지, 변형과 조화의 원리를 염두해 두면서. 그래서 난 절반을 찍어서 맞췄다. (이것도 자랑이라고.ㅋㅋ) 또한 모의고사 때와는 다르게 본 수능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그날 아침 명상의 효과가 컸다. 


 언젠가 조지 클루니, 이완 맥그리거, 케빈 스페이시가 나오는 영화 '초 민망한 능력자들' 원제는 '염소를 노려보는 자들' 을 보았는데, 그러한 자들의 얘기였다. 사물을 노려보기 좋아하는 사람들. 뭔가 하염없이 바라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공중부양은 왠지 껌딱지 뗴듯 쉽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나는 그런 유머코드에 익숙하고 즐거워한다. 한번의 눈빛에 천개의 길이 오고감을 느낄수 있는 그런. 아무리 멀리 있어도 가까운 것의 일회적 나타남 같은 행복의 아우라. 


 이거 생각보다 음질이 좋다. 자우림의 새앨범중에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 가을에 가슴을 찌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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