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가 제 소리, 맑은 소리를 내려면. 현이던 기관이던 적당히 조여져 있어야 한다. 텐션과 밸런스는 악기의 정체성이다. 그것의 풀어짐은 악기가 아닌 그저 나무토막이나. 가죽 혹은 쇠붙이에 불과한 것이다. 악기는 그래서 매력이 있다. 다른 어떤 사물 보다도 물성 그 자체의 긴박함이 서려있다.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물성과 물성이 만나..서로..최대한 긴장하고 대치하며. 공존한다. 타자성의 만남에서 밸런스는 악기의 생명이다.

 소리를 만들어 내는일. 공간에 공명을 울리는 일은. 악기라는 사물이 가진 최대치의 하모니(조화) 이다. 제 몸을 깍고 닦고..조여서 공간에 에너지의 파형을 만들어 낸다. 부딪힘의 상호작용. 그 고통스런 몸짓이 눈에 보인다. 그래서 모든 악기는 아름답다. 손가락 끝과 현 사이의 마술은 지난한 고통의 과정이다.

 끌어당기는 힘과 지탱하려는 힘의 조화 속에서 현은 울림을 자아낸다. 너와 나의 궁극적 대척점이 사건을 만들고 여파를 일으킨다. 그 울렁거림은 시간을 거스르는 순간의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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