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아침 인터넷 실시간 검색 순위에 이 키워드가 떳길래. 한 몇 주 전 영국에서의 (거의 같은) 뉴스인가 보다 했다. 그래서 그냥 무시하고, 저녁에 친구들과 밥먹다가..그제서야 그 얘기가 우리나라 사건인걸 알았다. 그 순간. 왠지. 모든게 가상처럼 느껴졌다. 미디어가 전하는 모든 소식이. 그냥 소설일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직접 경험(실재)하지 않는한. 어떻게 모든걸 믿을 수 있나. 내 경험조차도. 의심스러운 마당에..

 가상의 공간에서 가상스러운 소식에 우리가 너무 스펙타클하게 느끼는건지 모르겠다. 분명 그 소식은. 현재의 문명사회의 잣대로 봤을때. 개탄스러운 일 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내 안 솔직한 욕망의 표현은. '좋았겠다' 가 흘러나왔다. 15살 중3의 그 혈기왕성한 성적 호기심이 떠올랐다. 몸의 사건이 만들어낸 그 변화는 이성보다는 동물적 본능이 더 우세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몸의 생리적 현상은. 불행하게도. 사회와 가정의 억압 시스템에 의해 금기 되었다. 자연스러운 몸의 소통은 금지 되었고. 관음증적 절름발이 비정상적인 소통만이 횡횡했다. 그 금지에의 욕망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가. 욕망의 주체는 결여와 금지에 있다. 누구나 각각의 성적환타지가 있을 것이다. 해서는 안되는 것을 했을때. 오는 희열.. 아마도 이 소식에 대한 크나큰 관심은. 충격과 개탄 이면에 환타지가 이루어진 부러움. 혹은 일탈에 대한 동경 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 나이 싱싱한 풋풋함을 주체못해 좌충우돌. 몸속 욕망 덩어리들은 상처를 입힌다. 춘향,과 이몽령처럼 자연스레 사랑해야 하거늘. 현대를 넘어 이 사이버세상에선..도덕과.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과 실제의 사라짐을 통해서 자연의 생리적 섭리는 무너졌다. 30대 중반 유부녀 선생의 경우는 어떠한가. 한창 성적 쾌락에 눈 뜰 나이일때. 남편과의 섹스는 (생존의 고단함, 혹은 권태)  소원해졌을 것이고. 식욕과도 같은 그 욕구는 해결할 도리가 없으니..그 싱싱한 15살 소년과의 유희..음..순전히 성적욕망의 해소 차원에선 10대 남자와 30대 여성은. 꽤 좋은 궁합일 것이다..그러나.. 참 불편한 진실이다.  / (여기 까지는 나의 중3때의 욕망에 비춰봤을때, 딱히 어떤 선생을 흠모하고 연정을 품고 그런것이 아니라. 보편적 욕구의 억압에 의한, 관음증의 과도. 자연스런 이성관계의 단절. 등의 회의적 향수를 품고 쓴 넑두리다. 아마 내가 다시 중3으로 돌아간다면. 그런 공상 어린..)

 그 외의 진실이 우리를 슬프고 당혹스럽게 한다. 우리는 사회인이고 .사회 라는 것은 상식과 규범이 통하는 인간사회라는 것일 텐데. 또 문화라는 것은 인간들이 살아가는 공통의 의식이나 생활 형태일텐데. 이 둘의 육체적 연정은( 분명.나이와 신분을 떠나 그 둘이 정말 사랑해서 그랬어요.라고 하면 지나가던 개도 웃겠지.)  현재의 판단으로 봤을때. 참 아방가르드 하다. 건강하지 못한 사회의 인과 인 것 같다. 사회에 만연한 니힐리즘. 퇴폐주의 욕망이 만들어낸..과도한 성욕에의 집착이 불러온..불편한 뉴스였다. 분명. 우리 사회는 정상, 상식적 가치기준의 반대편으로 흘러가고 있다. 결국 사회의 구조적, 기능적 문제에서 오는, 징후적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건이 불고온. 인터넷의 세계는 또다른 고통과 파멸을 낳게하고... 암튼 이 사건의 도덕적 판단,충격 보다는. 중3때. 미국 펜트하우스 잡지를 보며 흥분했던 과거의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진다.

 20대 초중반에 지하철역에서 30대 중반 어느 주부의 다이어리를 습득해, 찾으러 올 때까지, 호기심으로 몰래 내용을 본적이 있는데. 그 때 꽤 충격이었었다. 앞장에 애들과 행복한 가족사진이 있었는데..내용은..불륜의 조짐이 스멀스멀 보이더니..뭐 그렇고 그런..이야기.. 그 당시 영화. '해피엔드'나 '세기말'을 보면서..밀레니엄을 앞두고 IMF와 어떤 데카당스한 분위기에 휩쌓였는데..눈앞의 보통 사람의 현실이 그러한거를 보니..참 씁쓸한 감정이었다. 허무의 시간들 이었다. 

 원래 30대 여교사 사건을 듣고. 이런 글을 쓰려고 한게 아니라. 중3때. 영어 선생님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20대 중,후반의 젊은 여자 선생님 이었는데. 어느날. 영어 시간에. 선생님이 안 들어오시고 자습시간으로 몇 번 되더니, 몇일 후 다른 나이든 선생님이..그 영어 선생님이 돌아가셔서..장례식을 갔다왔다는. 짤막한 얘기만 해 주던 기억이 난다. 기차에 치였다고. 말했다. 나는 그 순간..그 영어 선생님이 자살하셨구나 라고 바로 짐작했었다. 하얀 얼굴에. 헤비메탈 뽀글이 파마 머리의 그 선생님은. 그 당시 인기 끌었던. 헤비메탈 밴드 스키드로우 의 광팬이셨다. 아주 이쁘지는 않았지만. 묘한 분위기가 있었고. 몸과 마음이 자주 아픈듯해 보였다. 그 땐 몰랐지만..지금 생각해보면..몸의 허약함과 실연의 상처 같은게 보였던 것도 같고..암튼 멀쩡했던 젊은 사람이..기차에 치였다니..좀 믿기 힘든..소식이었다. 나는 아주 많이 슬프진 않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선생님이..카셋트 플레이어로..스키드로우. 힛트 발라드곡. I Remember you 를 들려주던 기억과. 수업이 끝나고 자주, 나를 지목하며, 교무실로 들고오라는 명령을 내리던 일. 그리고 언젠간. 졸졸 따라가 교무실에 카셋트 플레이어를 놓자. "넌 조용한거 같아 보이는데 의외로 시끄럽구나" 라고 훈계아닌 훈계를 하던 기억이 난다. 자살이던 사고이던. 뒤늦게 그 선생님에..대한 생생한 기억에 이제서야..진심으로  명복을 빈다.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움 미술관 & 바다 식당  (2) 2010.12.03
뭔가를 구입하는 것의 기쁨.  (1) 2010.10.22
추석 향기  (0) 2010.09.26
익숙한 것과의 결별  (0) 2010.09.20
짧고 이상한, 완벽한 휴가  (2) 2010.09.1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