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하루였다. 동이 트는걸 보면서, 대전을 내려갔다. 오전에 일이 끝나고, 계획했던, 계족산 자전거코스를 위해, 용화사에 도착했다. 차와 사람이 아주 많았고, 팥죽을 먹으려 기다리는 사람을 통해서 오늘이 동짓날 이란걸 알았다. 한그릇 얻어먹었다. 따듯하고 맛있었다.  곧바로 차에서 자전거를 꺼내, 왼쪽편 언덕으로 끌고 올라갔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몸은 설레였다. 차 한대가 지나갈 수 있는 비포장 산길. 페달에 발을 얹고..다리에 힘을 주었다. 알싸한 공기가..얼굴을 강타한다. 초행길. 그리고 처음으로 산에서 자전거를 타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다. 문제는, 산악 자전거가 아닌 일반 도로용 사이클이란 점에서, 불안했다. 언제 타이어가 터질지, 브레이크 성능도 좋지 못한 심리가 아슬아슬했다. 


 평소에 관심이 없었던 마운틴 바이크가 급 땡겼다. 왜냐면, 코스 절반도 못 가서.. 뒷 바퀴가 터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원없이 걸었다. 걷는것 또한 좋았지만. 초반 한적한 산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그 기쁨이 잊혀지지 않았다. 바퀴가 터지기 전에, 계족산성에 올랐다. 자전거를 가지고.. 진짜 산길을 올라갔다. 초행길이라 무지의 수고였다. 

 멀리 보이는 계족산성과..그 위에서 보이는 대청호.


 매우 추운 날씨였다. 하지만 몸에 열이 나니 외부의 차가운 공기와 내부의 열기가 피부에서 맞닿아  어떤  막을 형성했다.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몇 시간 안 남았지만,  긴 순환 코스의 절반도 못 미친 지점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다. 계속 진행하느냐, 계족산성에 올라간 것만으로 만족하고 다음을 기약하느냐,, 신기하게도 길에 들어서면..멈출 수 가 없다. 계속 가게 하는 힘이 용솟음 친다. 좋은 길을 보면 설레이고 길 위에 선 나를 충동한다. 나는 이미 이 길을 달리고 있었다. 해가 떨어진다 해도,  그리 위험한 길은 아니기에,  신나고 조심스레 자전거를 달렸다. 야트막한 업힐과 다운힐이 굽이굽이 펼쳐지는 가운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전거 뒷 바퀴에 문제가 생겼다. 바람이 빠져.. 결국..절반도 못 온 지점에서 부터 걸었다. 꽤 긴 길이었다. MTB 가 필요하긴 하구나.. 자전거를 좋아하는 김창완과 김훈씨가 생각났다.. 그들도 분명 이 길을 달렸을 거라 생각하면서..  또 언제 오지 하는 생각에 걷도 또 걸었다. 하염없이 걷다 보니.. 마음은 점점 청명해지고 이성의(분별) 기능은 마비되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가 절로 내 눈에 펼쳐졌다.
 


 
  걷다보니, 이런 저런 단상들이 떠오르는데, 재미난 일화들이 자꾸 연상되었다. 뭐랄까 자꾸 글감이 떠올랐다. 녹음기는 이럴때, 써야 하는데,, 내껀 핸디 녹음기 이긴 한데,  너무 크다. 영화에서 간혹. 배우들이..자기의 말을 녹음하는 거는 멋져 보이는데.. 막상..내 말을 녹음하고..다시 재생하려면.. 이상한 닭살돋음을 경험해야 한다. 겨울 산 소리라도 담고 싶었다.
 해가 가장 짧은 날. 부지런히 걸어 해가 지기전 원점에 도착했다. 마음을 비우고 걷다보니, 두려움도 사라지고, 환상도 사라지고..지금 여기만 남게 된다. 즐거운 고독감 만이..자연만이 남게 된다. 조선 시대 같으면. 어슥해지는 산속에서 호랑이나 쳐녀귀신의 맞닥드림이 제일 무섭겠지만,  나는 간절히 처녀귀신이라도 나와 놀고 싶었다..

 원점에서.. 지름길인...어깨에 자전거를 메고 산길로 내려왔다. 즐거운 산행. 트레킹.. 자전거 주행 이었다. 오전엔 일하고..오후엔 놀고.. 저녁엔 기분좋은 피로에 찜질하고.. 추어탕으로 보신하고.. 정말 잘 논 하루였다. 나중에..친구들하고..자전거 타러 와야겠다..강추하는 자전거 산림욕 코스다. 대전엔 갈 때가 없다지만.. 찾아보면..좋은 곳이 많은 것 같다. 역시 근방의 산을 가 봐야..그 도시가 친숙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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