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 최 선생님의 주옥같은 칼럼이다.

 

나의 버킷리스트

 

버킷리스트는 죽음을 앞 둔 남자가 바쁜 일 상 속에서 평소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인생의 마지막에 해보기 위해 리스트를 만들고 실행하는 어느 외국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듯하다. 하지만 그 영화의 주제는 버킷리스트 자체에 의미가 없다. 버킷리스트를 실행하는 가운데 진실한 친구를 만났다는 결론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그렇다, 이 영화 속에 감동은 버킷리스트가 아니고, ‘진실한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갓난이는 거울에 비친 자기 지신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부모, 친구, 사회의 동료들을 통해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통해 자기를 인식하고 성장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모습을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거울의 욕망이 우리의 삶을 인도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나는 항상 남을 의식 할 수밖에 없지만, 사실은 남에 의해 비춰진 내가 아니라 나 자신의진실에 목마르다. 따라서 나의 버킷리스트는 설령 찾지 못한다 해도 나의진실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진실을 찾아보는 구체적 방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확실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내가 해오던 일들의 삶 속에서 그 길이 있지 않을 까 생각한다.

 

교수와 작가 그리고 문화이론가라는 직업으로 살아왔기에, 첫 번째 버킷리스트는 아마도 구체적인 작품정리를 할 것 같다. 없애야 할 작품과 간직해야 할 작품 그리고 가족에게 물려줘야 할 작품과 사회에 환원 시켜야 할 작품을 분류하는 일. 아마도 그리하다보면 내가 보지 못했던 내 작품의 진실이 다시 보이지 않겠는가. 두 번째 버킷리스트는 함께 수학했던 제자들 중에 진정 훌륭한 작가와 학자가 나와 주는 것이다. 만약,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나의 가르침에 진실한 면이 있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세 번째 버킷리스트는 나 자신의 삶을 글로써 정리해 보는 것이다. 결단코 이 글은 남에게 보여 진 내 모습을 정리하기 위함이 아니며 혹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에서 쓰는 자전적 글이 될 수 없다. 스스로 내가 어떤 사람이며 내 속에 나의 진실은 무엇이었는가를 알기위해 가족, 친구, , 사랑, 기쁨, 슬픔, 미움, 욕망, 좌절 그리고 못남과 괴로움까지 가슴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들을 정리해 보고 싶다.

 

아마도 이러한 일들을 해 나가다보면 사회와 남들이 규정한 도덕과 규범 그리고 평가 속에서 나 자신도 견디기 힘든 추함이 들어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진실을 찾고자하는 힘없는 늙은이가 감당하기 힘든 후회가 밀려 올 지도모르겠다. 그렇기에 노년의 나에게는 남들에 의해 만들어진 자기괴리로부터 위로가 필요하며, 그 위로를 받기위해 종교에 몰입하려한다. 라캉이 말했듯이 남들에 의해 만들어진거울의 욕망을 벗어나는 길은 종교이다. 종교는 남들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고, 절대 주 을 의식하기에 그것이 가능하다.

코디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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