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과 새해초부터 이 앨범을 다시금 아주 감동깊게 듣고 있다. 대중적 멜로디 감각이 천재인 사람들이 있다. 위저의 리더, 리버스 쿼모는 그러한 천재군에 속한다. 대충 생각해봐도. 그린 데이의 빌리 조 암스트롱. 영국으로 넘어가서..노엘 갤러거. 트래비스의 프랜 할리. 스테레오포닉스의 켈리 존스 등이 즉각 떠오른다. 그중 리버스 쿼모가 쓰는 위저의 곡들은 뭔지 모를듯, 애잔한 향수감을 일으킨다. 이 앨범이 나온 스무살에 들어도 그랬고.. 지금 들어도 마찬가지다. 머나먼 고향의 근원적인 그리움이랄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노래는 이와같이, 뭔가 애잔한데, 지금은 잡을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무엇을 어렴풋 인지하게 하는 음악 인것 같다. 그럼으로서 인간의 선한 마음으로 회향하는 감정을 갖게 만드는 음악이랄까.


 너바나의 네버마인드(1991)가 제껴놓은 펑크, 얼터너티브 록의 물결에 가장 대중적이고, 그들만의 풋풋한 색깔을 유지한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너무나 훌륭한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로큰롤의 정신은 늙지 않는다란 말이 있듯이. 외모가 나이 들어가도 그들의 음악만은 여전히 청춘의 코어에 근접해 있다. 혈기 왕성.위트와 허세.에너지 과잉. 그리고 어떤 근원적 그리움.

 지금은 그들의 앨범이 몇집까지 나온지 모르지만. 1994년의 데뷔앨범(옆. 블루 앨범이라 부른다) 과 지금 소개하는 이 핑커톤(1996)앨범은 90년대의 젊은이의 감성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명작 중의 걸작이다. 


 사실 위저의 2집 핑커톤 앨범은 당시 흥행에 참패한 앨범이었다. 워낙 1집으로 혜성같이 나타나 그린 데이의 두키 앨범과 함께 얼터너티브 씬을 초토화 시킨 앨범의 후속작은 엄청난 기대를 하기 마련. 소포모어 징크스 라고 하나.. 옆의 데뷔앨범 자켓사진 만큼 그냥 동네 청년들의 풋풋한 모습의 그들이 메이저 록 씬에서 엄청난 성공가도를 달릴때, 분명 그들은 초심을 잃지 말자. 록의 본연의 자세를 놓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2집을 준비한것 같다. 처음 들었을 때는 뭔가 1집의 잘 만들어진 팝,록 보다는 더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사운드로 당혹감을 주지만. 그 소란스러움 속엔 보컬 멜로디들이 보석같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너바나의 네버마인드와 인 유테로 앨범의 관계같이, 메이저 레이블 소속이지만 록 밴드 고유의 순수함은 잃지 말자라는 방향성이 느껴진다. 근데 듣다보면. 처음엔 당혹스럽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손이 가는 앨범은 핑커톤 앨범인 것이다. 이런거야 말로 진정한 걸작. 


 위저의 1,2집은 음악도 최고이고 또한 최고의 앨범 커버인것 같다. 파란 배경지앞의 치장하지 않은 인물 사진. 그리고 일본민화의 아기자기하고 오묘한 그림. 특히 일본민화의 사용은 모든곡을 작곡하고 노래하는 리버스 쿼모.(키 제일 작은 사람)의 영향이다. 그는 하버드 대학의 수재였다고 한다. (진짜 천재 맞는거 같음) 그의 아내는 일본인으로. 2집 앨범의 겉표지.안과 뒤의 이미지에는 한반도와 일본이 그려진 고 지도와..찢어진 눈의 일본 여인 사진이 어둡게 새겨져있다. 역시 천재 답게 여자 취향이 고급이다. 그리고 앨범의 후반부 노래 사이에 어느 여성의 한국말이 들린다. " 어느 회사 제품이죠? " 라고.. 앨범 북클릿의 레터링을 김경희란 한국사람이 했다고 써있다. 아마도 이 사람 목소리인듯..



 90년대의 날고 기었던 록밴드들은 이제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몇몇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위저의 최근 활동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 위저만의 특질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다. 거친 록 음악속에 아련함을 일구어내게 하는 것. 여전히 풋풋하고 기성세대에 타락하지 않은 중년의 청춘을 만날수 있다. 그래도 오롯한 그들의 청춘의 앨범인 1집과 2집 핑커톤을 강추한다. 


 특히 5번 트랙 어크로스 더 씨 부터 마지막 까지.. 향수어린 멜로디의 향연에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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