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대로 아주 훌륭한 라이브 공연을 감상했다. 써드 스톤을 알게 된건 그들의 두번째 앨범(2009)을 통해서 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지미 헨드릭스나 스티비 레이 본, 존 프루시안테의 기타톤과 연주에 흠뻑 빠져있었다. 소문으로 국내에도 제대로 블루스 록을 하는 밴드가 있다고 들었다. 오리지날 62 스트라토캐스터와 빈티지 펜더 앰프 사진의 표지는 강한 직감이 왔다. 정통 블루스 록에서 한국말 가사가 나오는게 신기했다. 그래서 더욱 정감있게 공감됐다. 역시 빈티지 기타의 투명한 기타톤도 훌륭했다. 
 이번 공감 공연은 세번째 앨범 발표를 위한 것이고, 아마도 첫번째 방송 출연이면서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써드 스톤의 존재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는 역사적 무대가 되질 않을까 싶다. 


 이제 까지 국내에서 정통 블루스를 하는 음악인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김목경, 로다운 30의 윤병주가 명맥을 이어왔다면, 요근래 들어서 은근히 블루스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 같다. 김대중 이란 걸출한 불루스 맨을 알게 되었고, 찰리 정의 기타 연주와 하현진의 델타 블루스도 인상 깊었다.이런 분위기에 내공이 탄탄한 써드 스톤이 그 흐름을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 

 블루스, 블루스 록은 대중음악의 뿌리이지만 국내에서는 유독 인기가 없었다. 비틀즈 팬은 많아도 롤링 스톤스 팬은 그리 없다는 것도 이땅의 블루스 인지도가 얼마나 형편없다는 걸 말한다. 신중현씨가 지미 헨드릭스를 흠모하며 미8군 클럽에서 연주하며 가요계의 초석을 일구며, 블루스와 록 음악을 통해 삶의 회한과 자유 정신을 호소했다. 블루스-포크-록 으로 이어지며 자유와 낭만으로 대변되는 청년문화는 곧, 군사정권의 탄압으로 나이트 클럽의 음지로 숨어들었다. 우리나라의 밴드 음악 문화는 유흥업소의 슬픈 딴따라로 치부되었고, 청소년기에 기타에 관심을 가졌다간 부모와 의절할 각오를 했어야 했다. 그래서 기타라는 악기는 자유와 저항을 상징하는 것이자 미래의 폐인으로 가는 관문이란 인식이 기성세대에겐 다분했다. 따지고 보면 밴드 음악의 몰락은 군바리 독재하의 문화 말살 정책의 폐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지금도 언더그라운드에서 밴드 음악을 하는 많은 기타 키드? 들을 응원한다. 

 써드 스톤의 기타겸 보컬 박상도씨의 외모는 고독한 블루스 맨의 영혼과 70년대 초 브리티쉬 록 기타리스트의 아우라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2집 활동하고 나서, 기타 하나 달랑 메고 미국을 여행하며 느낀 것들을 3집에 담았다고 했다. 블루스의 본고장 미국에서 깨달은 바는 힘들게 일하는 한국인을 위해서가 아닌 미국인을 위한 블루스를 연주하는것에 의문과 회한을 느꼈다고 했다. 그런 깨달음은 한국에 돌아와서의 활동에 자극제가 된 것 같다. 곡 중간에 담담한 짧은 멘트 속에는 블루스 맨의 삶의 고행이 느껴졌다. 뜨기 위해서가 아닌, 진정한 자기 음악을 하려는 진지함이 보기 좋았다. 이 공연을 위해서 얼마나 실력을 닦고 갈았을지. 초반부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번 앨범은 싸이키델릭 블루스 록이다. 포스트 록의 냄새도 나기도 한다. 전작에 비해 다소 어둡고 무거워졌다. 미국에서 느낀바가 그리 밝지만은 않았던 듯 하다. 노래는 더욱 원숙해져 있었다. 혼신을 다해 무아지경에 초대하는 그들의 노력에 열띤 박수를 보냈다. 아직은 대중들에게 생소한 밴드 이지만 그들은 게이트 플라워즈 정도의 인기와 평단의 찬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공연에서 다만 아쉬었던 점은 퍼즈 먹인 기타톤에 딜레이나 리버브 등의 공간계 이펙트를 많이 먹여 부유하고 몽환적인 사운드를 내고 있는데, 어떤 부분은 기타 솔로가 훌륭한데도 명료하지 않게 들렸다. 보컬의 이펙트도 조금 많은것 같았다.요즘 밴드들의 라이브를 보면 전반적으로 기타의 음량이 적은듯한데, 써드 스톤도 좀 더 강렬하게 기타가 튀어나와도 좋을 것 같다. 앰프를 스테레오 효과로 사용해도 좋을 듯 하다. 하나는 다이렉트 톤 다른 하나는 공간계 이펙트 물린것을 무대 양쪽으로 벌려서. 스티비 레이 본 도 클린톤과 드라이브톤을 이렇게 각각의 앰프로 나눠 스테레오로 했다고 하던데.. 
 공연이 끝나고 바로 로비에서 음반 판매와 사인회를 가졌다. 우리 일행 셋이 가장 먼저 사인을 받았다. 좋은 공연을 보았고 답례와 응원을 보내며..  
 공연표를 양도해 주신 얼굴 모를 두 분에게도 매우 감사한다.


치킨 과 맥주를 마시며 공연의 감흥을 나눴다. 세속의 성공을 떠나서 자신의 길에 올인 하는 모습에, 우리는 진정 멋있는 자 라고 동의 했다. 내 인생을 걸 수 있는 것.. 과연 우리는 그것을 찾았을까. 찾고나 있을까.



사진 출처 : http://daru7893.blog.me/8020145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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