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마지막날, 고요한 동네의 나른한 오후의 햇살 속에서 일주일 전의 짧은 여행을 기억해본다. 내게 있어서 여행의 목적이라 함은, 거창하게 말한다면 삶에의 입지(뜻을 세움)을 의미한다. 일상에 찌들어서 내 본질을 망각해온 시간들에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다. 넌 어떻게 살꺼야? 라고 또다른 자아의 내가 다그치듯 물어보는 것이다. 사실 이번 여행은 혼란속에서 어떤 끄트머리를 잡고자 하는 심정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수긍하고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고자하는 다짐에 기반되었다. 씩씩한 발걸음의 즐거운 의지였다.

 여행의 진정한 백미는 짐을 꾸려 대문밖을 나서는 순간인가? 돌아올 기약없이 떠난다면 출가 이겠지만 몇일 후 다시 이 대문으로 들어올 나는 여행의 백미를 만끽하고 있었다. 1년만에 메는 대형배낭은 무게가 적응이 안되어 가슴을 조였지만 탄탄한 다리는 내가 걸을 길의 즐거움을 예고하고 있었다. 역곡역에서 중고 전자사전을 거래하고 공항으로 바로 향했다. 덕분에 배낭의 무게는 조금 증가했지만, 왠지 전자사전 절반의 내용을 이미 안 듯한 즐거운 착각에 기분이 좋았다. 나와 코드로 연결돼 데이터 전송하듯이 쭉 정보가 금새 흘러들어올 우수운 상상을 하면서 공항에 도착해 여행자의 기분을 만끽했다.

 2년전 MT로 제주도를 갈때, 엊그제 같은 기억에, 그 때 가지못해 아쉬웠던 한라산 등산을 목표로하는 여행이었다. 누구나 다 등산을 좋아하지않기에, 오히려 혼자가는 여행이 편하다. 제주도의 일반적인 관광지는 필요없었다. 제주도의 맑은 공기와 깨끗한 햇살만이 내 가슴을 설레이게 했다. 그리고 애들같이 비행기를 타는 설레임만이..

 이스타항공의 비행기는 보잉 767-700 2발 제트 비행기 였다. 제주항공, 한성항공의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 보다가 우람한 제트 엔진을 보니 감격스러웠다. 이륙시에도 출력이 남아도는듯한 충분한 파워를 보여줬다. 비행기 이륙시, 활주로 출발선에 잠시 대기했다 관제탑의 이륙승인이 떨어진후 바로 엔진의 출력을 높여 양력에 의해 확 뜨는 그 순간이 너무 맘에 든다.
비행기에 있어선 최고의 노력의 순간인 것이다. 그 굉음과 바퀴가 지상에서 떨어지는 그 순간, 인류역사의 경이의 순간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이 육중한 쇳덩이가 하늘을 날다니..참 신기하다.

 앞에서 2번째줄 창가 좌석이었기 때문에 비행 한시간내내 창에 코를 박고 밖을 들여다 보았다. 오후의 맑은 날씨 였기 때문에 목동을 거쳐 신도림. 그리고 우리동네, 우리집까지 다 보였다. 완전 라이브 구글 어쓰 였다. 거대한 화석도시 속에서 관악산은 애처로워 보였다. 그래도 몇일전에 갔었던 관악산은 꽤 포근했었다. 하늘에서본 내 삶의 공간은 앙증맞았다. 후~ 하고 입바람을 불면 사라질것같은, 신기루같아 보였다. 지상에 발 닿아 있는 것들의 경이로움도 하늘에서 보기엔 다 헛되 보였다. 수원을 지나면서 구름속을 관통하는 비행기는 거친 망각의 호홉으로 몇번 덜컹되다가, 이내 구름위, 파란하늘을 부드러이 활공하고 있었다. 
 
이 비행기안에서의 실존은 나와 음료를 갖다주는 이쁜 스튜디어스였다. 기억은 안 나지만 올 때, 갈 때, 이스타 항공의 승무원들의 미모는 매우 괜찮았고, 또 친절했다. 역시 소비자 평가도 1위 다웠다. 사실 승무원들의 외모를 평가하는것은, 매우 외모지상주의의 남성적인 편협한 시각일수 있곘지만, 좁은공간에서 한정된 시간을 버티는 것은 그들의 밝고 이쁜 외모와 청량한 목소리일 뿐이다. 예전에 AA (어메리칸 에어라인)의 백인 아줌마, 혹은 할머니 스튜어디스의 씩씩한 모습에 충격을 받고, 우리나라 비행기를 타는 것은 적지않게 흐믓하다..ㅋ

 한 시간도 채 안 걸려 바다위에 제주도 땅이 보이니, 참 우리나라 국토가 작다는걸 다시 한번 느낀다. 그 거대하게 느껴졌던 지리산 산 자락도 두 주먹처럼 느껴진다. 착륙에 앞서 잠깐의 불온한 생각들이 스쳐간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부딪힌 비행기안의 사람들도 생각나고,삶과 죽음에 대한 가벼운 묵상속에 어느덧 덜컹 하며 지상에 발을 내린다. 역시 공기가 틀리다. 대한민국의 공기가 아니라 탐라국의 공기인듯, 마치 외국에 온 듯 하다. 배가 매우 고파, 바로 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를 타고 다시 월정리행 버스를 탔다. 50분간의 버스속에서 역시나 제주도민의 가족과의 전화통화를 들었는데, 한국말이 아닌것 같았다. 정말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 다음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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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번 가을에 제주도를 한번 가야지..가야지.. 맘만 먹고 있다가 일요일날 얼핏 들은 이스타 항공과 소낭 게스트하우스 사이트를 둘러 보다가 둘 다 예약완료 해버렸다. 이것저것 정리할 것이 많은데, 생각만 하다 이도저도 아니게 후회할거 같아서, 서둘러 예약종결 지었다. 

 인생의 조그만 선택들이 모여서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 일상의 비움에 의한 리스크 보다 여행을 통한 채움이 훨신 가치있을것이라 여기면서...삶이란게 일상과 여행을 동시에 채울순 없겠지.. 그러니 이 선택은 나를 만들어가는 작은 과정들이다. 

 ㅎ 뭐 문장을 그지같지 썻지만. 솔직히 게스트하우스 홈페이지에서 본, 저녁에 먹는 제주산 흙돼지 바베큐 사진 보고 일단 혹 했고, 다음날 새벽에 오름투어를 주인장이 해줘서 그것에 반했다. 2년전 MT 로 처음 제주도를 왔을때 군데군데 보이는 오름들이 탐났었는데 어떻게 접근해서 가는지 몰라서 답답했고 엄두도 안 났는데, 이번 기회에 할 수 있게 생겼다.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인 첫 한라산 등정이고.. 등정이란 표현은 그래도 남한에선 제일 높은 산 이기 때문에.. 하루는 스쿠터 타고 사진찍으로 다닐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 마음이 동하지 않는가..토요일 오후에 가서 화요일 오전 비행기인데..스케쥴 되시면 연락하셔.. 나도 몰랐는데 이스타항공 매우 저렴하다. 이스타항공 요금까지 보셨다면 내게 연락바란다. ㅋㅋ 제주에 아버지가 사는 친구 말로는 올 가을 이후로 신종플루 때문에 제주도 여행이 위험하지 않을까 예상한단다..제주도를 갖다와서 긴장의 강도를 확 높여야 겠다. 요즘 좀 느슨했다.

 전자사전을 알아보던중 세이코 KR-T1000 이란 모델을 정했는데 신품은 단종됐고, 중고로 구해야한다. 막상 전자사전을 알아보려니 너무 막연했다. 회사마다 종류도 많고 기능도 많고, 뭐이리 복잡한지. 원래는 롱맨 액티베이터란 두꺼운 영영 사전 책을 사려고했다. 예전에 대학원영어 시간에 강사가 추천했던 책인데,  어쩌다가 그 사전이 위에 내가 말한 그 전자사전에 유일하게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 구해야 될텐데..
 전자사전 그리 비싸지 않을지 몰라도 선택에, 꽤 신중해진다. 맘에 맞는 짝꿍만나면 영어가 술술 머리로 잘 들어올듯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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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랬만에 쓰는 산행일기이다. 지난주에 두번의 산행이 있었다. 화요일에는 아침에 조치원에 갈 일이 있었는데 내려간 김에 계룡산 종주를 하고 왔다. 그리고 어제는 가칭 낭만고급산악회의 가벼운 관악산 등산을 했었다.

 예전처럼 산을 가는 횟수가 정기적이지 않아서, 요즘은 자주는 안 가지만 한 번 가면 오래 놀고 오는 편이다. 단순히 한 봉우리 올라갔다 오는 것보단 여러 봉우리를 거쳐서 내려오는 종주 산행 코스를 즐긴다. 코스를 계획하고 그 코스의 지점들을 하나씩 밟아 가면서, 멀리 굽이굽이 보였던 정상 봉우리에 마침내 오르는 것이 등산에서의 더욱 큰 성취감을 준다.

 계룡산은 동학사를 통해서 정상인 관음봉을 오르는 코스가 제일 일반적인데 계룡산의 끝을 볼 요량으로 장군봉에서 관음봉을 연결하는 능선길을 목표로 했다. 처음가는 길은 설레임과 호기심이 충만하지만 약간의 두려움도 같이 따라간다. 그러나 오전에 시작하자 마자 두려움이 앞섰다. 왜냐하면 물을 안 가져왔기 때문이다. 시작하고 40분 만에 첫 봉우리인 장군봉에 올랐을때. 선택했어야 했다. 그냥 능선 종주 포기하느냐, 아직은 목이 마르지 않지만 능선길엔 약수터도 없고, 인적이 드문 길이라 사람도 만나기 어려울텐데 어쨋든 그냥 가느냐를 잠시 동안 고민했다.
 등산이란게 묘한게 처음에 귀찮고 힘들어도 일단 시작만 하면 결국 높은 곳에 올라서게 한다. 중간에 자그만 난관과 포기의 유혹이 있을지라도,결국 높던 낮던간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봉우리에 서서,잠시나마 자기 자신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당시 목마름이 그리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그리고 첫번째 봉우리에 올라서 흥분된 기분으로 저 멀리 굽이쳐 보이는 관음봉 정상을 보니 그냥 내려갈 수 가 없었다. 이미 시작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긴 해도 멈출 수가 없었다. 길은 예상했던 대로 사람도 없고, 적당히 험난했다. 물 걱정 때문에 비교적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서 이생각 저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마치 내가 시간여행이라도 하는 듯이 2009년의 산속이 아니라 조선시대에 온 듯한 상상에 빠졌다. 내 신발과 티셔츠와 반바지만 빼면 공간과 시간은 내 상상대로의, 마음이었다. 조선시대 첩 10명정도를 둔 선비를 상상하면서..ㅎ 너무 상상이 소박했나..산길을 걷는 것은 역사의 향기를 느끼며 걷는 것이다. 사람이야 고작 80년 살고 오고 가고 하지만 이 산은 이 땅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인간의 삶을 품고 있는 것이다. 그 숨결이 내게 미친다.

 얼마나 걸었을까. 아직 사람은 안 보이고 해가 높아질수록 기온은 높아져 갈증이 심해졌다. 내 몸속의 세포들은 물을 달라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어느 바위 위에 털퍼덕 주저 앉았다. 숨을 고르다 요 앞 바위에 고인 물이 보였다. 오늘 아침까지,이 충정도 지역에 내린 비였다. 냄새를 맡아보고 먼지와 조그만 날 벌레들을 제거하고, 입을 박고 두 모금 마셨다. 이온음료 광고 그래픽 처럼 물이 목구멍을 넘어가자 마자 온 몸으로 퍼지는 느낌이었다. 그 두 모금의 물은 강렬했다. 그 고인물을 보면서 원효대사의 일화 ( 해골바가지 물 ) 도 생각났고, 무엇보다도 사진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음으로 그 바위에 고인물의 사진을 찍는다면 그 사진을 통해서 이 마음이 전달될까. 타인이 보기에 그 사진은 단지 바위에 고인물 뿐일텐데..어떻게 하면 그 마음이 사진을 통해 표현이 될까. 사진은 그것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답은 모른다. 단지 의문만 가질뿐..

 한참을 더 걸었을때 이제는 갈증도 있고 배고픔도 있었다. 새벽에 산 맥도날드  에그멕머핀을 한입 베어 먹었지만 입속에 침이 적어 넘기기가 힘들었다. 다시 꾸깃꾸깃 싸서 집어넣고 다시 걸었다. 다행히도 곧 저 아래 갈림길의 작은 의자에 노인이 앉아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며 보이는 작은 생수통이 눈에 크게 들어왔다. 2/3 정도가 남아있었고 그 75세 정도의 노인은 쉬면서 마시고 있었다. 아 이제 안심이다라고 생각하며, 가서 정중히 부탁했다. 물이 많지 않았기에 딱 한 모금만 마셨다. 그 노인은 내가, 자기가 젊었을때 알던 사람과 너무 닮았다고 했다. 순간 나는 그 분은 어떻게 사셨습니까? 라고 물어볼뻔 했다. 나는 물을 얻었고 그 노인은 내 얼굴을 보면서 회환에 잠기는 모습이었다. 내 머리가 삭발하고 그냥 막 자란 새집 지붕같은 촌시런 모양새라 더욱 옛 사람과 닮았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산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마치고 다시 갈길을 갔다.

 곧 남매탑이란데에 도착했다. 이제는 살았구나 하며 약숫터를 찾았다. 물을 연거푸 네 바가지를 마시고 주변을 둘러봤다. 작은 암자에 오래된 탑이 두개 세워졌고 아주 고즈넉한 운치가 있는 곳이었다. 남매탑이란 이름도 궁금해서 게시판의 간단히 적힌 유래를 읽어보았다. 다른 어떤 문화유적지의 게시판 글 보다 월등히 이야기적 이었다. 보통의 문화유적지의 설명글들은 대개 너무 건조한 문체에 짧고 딱딱한 설명글이 전부인데 이 남매탑은 전래동화를 읽고 마음속으로 상상하는듯한 느낌이었다. 이 남매탑의 전설은 *이성에 대한 욕망을 넘어서는 구도의 삶이 전해주는 경이, 그리고 그 삶의 과정에 필연적으로 개재했을 인간적 갈등에 대한 상념이 이 전설의 화두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궁금하시면 더 알아보시길 바란다.

그런데 문제는 물을 배불리 먹고 남아있던 에그맥머핀을 먹고나서 기름에 튀긴 동그런 감자 스낵을 먹었는데 그것이 문제였다. 주기적으로 배가 살살 아파왔다. 이제는 산길에 사람도 많아졌고, 참 불안했다. 별다른 사색을 할 겨름도 없이 심호홉에 집중하면서 결국 목적지인 관음봉 정상에 올랐다. 정상의 바위에서 신발을 벗고 뜨근히 달아오른 바위에 몸을 뉘였다. 축축한 티셔츠에 젖은 배를 위로 드러내고 누워있으니 배 아픔이 서서히 가셨다. 계룡산은 기가 세기로 유명한 곳이다. 남한 국토의 기가 센 곳으로 삼위안데 든다. 그래서 그런지 도인 점술가. 신내린 무당들 등등.. 기인 들이 많이 산다고 한다. 나 또한 나름 기 충전을 했다. 왠지 기분상으로 신선이 된 느낌이다.

 다른 등산객의 커피와 물을 얻어먹고, 잠깐 담소를 나누고나서, 조치원에서의 저녁 약속을 잡고 동학사 쪽으로 내려왔다. 정상에서 말벌이 달려들어 좀 호돌갑을 떨었는데,내려오다 보니까 말벌이 잠자리를 잡아먹는 광경을 봤는데 정말 살벌했다. 자연의 이치라지만 잠자리가 너무 처절해서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말벌의 공격에서 벗어난게 심히 다행이라 생각했다.

 어느정도 내려오면 동학사가 있다. 이 동학사의 이름은 내 이름과 같다. 東學. 이 동학사는 경전을 배우는 강원으로써 가장 유명하다. 조선 후기 조선의 배불정책으로 불교가 거의 말살되었을때. 다시 이땅에 불교를 부흥시킨 유명한 선사가 있었는데, 그 경허스님이 젊었을때 이 동학사에서 유명한 강사 였다. 경허스님은 신라의 파계승이라 불리우는 원효대사 이후로 가장 독특한 행보의 스님이었고, 근 현대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최인호의 소설 [ 길 없는 길 ] 이란 소설이 이 경허스님에 관한 이야기이다. 엄청 재밌고 유익하다. 그 당시 엄청난 베스트셀러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청계산의 청계사나 수덕사, 동학사 등등 절들이 새롭게 역사의 장으로 느껴질 것이다.
 경허의 숨결을 느끼며 준비해온 100피트 필름 깡통에 동학사의 흙을 담았다. 내 방에 키우는 대구에서 선물받은 산스베리아가 시들시들해지는데 새로운 흙을 보충해줘서 원기 회복시켜줘야 한다는 사명감에 번거로운 수고를 마다했다. 
 동학사의 풍수지리도 공부가 잘 되는 곳이고, 내 이름이 동학이고, 내 팔자또한 공부의 길 이란다. 아버지는 내가 교수가 되었음 하고 배울학 자를 쓰셨단다. 내 화분에 동학사의 흙이 의미심장하다.

밤 늦게 올라오는 조치원 천안간 1번 국도는 미국에서의 운전을 떠올리게 한다. 가로등 없이 한없이 컴컴한 그 먹먹함이.. 마치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다. 그렇게 내가 사라지는듯 하다.

 이렇게 고독한 산행 말고 이제는,  어제처럼 여럿이서 동행하는 산행이 좋다. 가칭 낭만고급산악회인데 계속 수정중이다. 어제는 여성회원이 참여해서 음담이 줄었다 ㅋ . 좋은 발전이다.  입심좋은 선배님이 계셔서 무척 재미있다. 관심있으면 참여바란다.

* 네이버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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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좋아하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비브람은 이태리의 비브람이란 사람이 만든 신발 밑창을 말한다. 등산을 처음 시작하면 제일 중요하면서도 최소한 필요한 것이 등산화 인데 그 때 아마도 비브람, 비브람, 많이 들어보게 되는 소리이다. 보통 수입산 중등산화나 국산 고가의 제품에 이 비브람 창이 많아서 비브람창에 대한 어떤 기대와 환상에 빠질수가 있다. 나 역시도 그랬고, 처음 시작하는 대부분이 그럴것이다. 비브람이 무조건 좋은것이 아니라 상황과 용도에 맞게 알고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취지이다.

* 등산화의 밑창이 쇠징을 박은 가죽창에서 고무창으로 바뀐 것은 1935년부터이다. 그 이전에는 가죽창에 쇠징을 박은 유럽에서 비롯된 구두를 신고 등산을 했으며, 암벽등반과 일반등산용으로 구분해 징을 박는 방법과 징의 종류가 달랐다.

 가죽창에 쇠징을 박은 등산화는 네일드(nailed) 부츠 또는 나겔(nagel)이라고 불렀다. 트리코니(tricouni)라 불리는 쇠징은 여러 형태가 있었는데 강도가 바위보다 강했다. 현재의 고무창처럼 마찰력을 높여 지지력을 얻는것이 아니라 크램폰(아이젠)의 발톱이 얼음 속을 파고 들듯이 쇠징이 바위를 파고들어 지지력을 얻을 수 있었다.

 한때는 삼을 꼬아 짠 것을 가죽창 바닥에 붙여 마찰을 높인 신발도 암벽 전용화로 사용된 적도 있었다. 일반 등산용에는 강도가 무른, 무거(mugger)라는 쇠징을 사용했는데 쇠징은 징의 강도와 박는 배열에 따라 암벽용과 일반용으로 구분해 사용했다.

 비브람창은 1935년 이탈리아의 유명 등반가인 주스토 제르바수티의 요청으로 비토리오 비브람에 의해 고안되었다. 쇠징을 박던 배열에 따라 고무창을 떠서 만든 제품으로, 이 고무창의 제조회사 이름 Vidram SPA of ltaly)을 상품명처럼 그대로 부르게 된 것이다.

 비브람창은 같은 해 에일프르아(ailfroide. 3949m) 북서벽 초등 때부터 실용화되기 시작했다. 이 등반에서 제르바수티는 비브람창을 댄 등산화가 쇠징 등산화보다 훨씬 가벼워서 빨리 오르다 보니 지쳐버릴 지경 이었다고 뛰어난 기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후 이 고무창의 놀라운 기능에 밀려 무겁고 투박한 쇠징 등산화는 점차 사라졌다.

 고무창의 출현은 클라이머들에게 커다란 복음이었고, 이후 비브람창은 급속히 퍼져 1938년 리카르도 캐신의 그랑드조라스 워커스퍼 초등과 같은 역사적인 등반에 사용되면서부터 진가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현재 국내에서는 비브람창만 별도로 수입해 보급하고 있기 때문에 마모가 된 창을 얼마든지 교체할 수 있다.

 위 사진의 비브람은 푸오라 란 창인데 현재 내 등산화에 적용돼 있고 비피다와 함께 가장 많이 보급돼 있는 종류이다. 군인 전투화가 저 푸오라를 카피해서 만든것이다. 패턴도 똑같지만 재질이 군화는 플라스틱 같이 매우 딱딱한 정체불명의 짝퉁이다. 매일 아침 그 플라스틱 창 같은 군화를 신고 아침 구보를 하는 군인들이 참 불쌍하다. 요즘 군화는 좋아졌을래나..

 저 비브람 창은 국내 산에는 특히나 서울의 북한산이나 관악산처럼 화강암 바위로 이루어진 산에는 맞지가 않다. 지리산이나 한라산 등지가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의 자갈이 많은 지형등에 적합하게 설계된 창이다. 간혹 비오는 날 북한산에서 방심하단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비에 젖은 화강암은 어떤 창에서건 조심해야 하지만 특히나 비브람은 많이 미끄럽다. 대신 단단해서 내 마모도가 좋다. 접지력과 마모도는 상관관계래서 그 둘을 다 좋게 하는게 오늘날 기능 신발의 관건이다. 자동차 타이어도 마찬가지이고..

 또한 백두대간 종주나 장거리 트레킹 등등에 유용할 수 있다. 대형배낭을 매고 다니는 백패킹 용도에 적합하다. 배낭에 무게 만큼의 하중이 비교적 접지력의 향상을 가져올수 있다. 그렇다고 접지력이 완전 꽝이란 소리가 아니다. 국내 당일 산행에는 국산 캠프라인사의 릿지 엣지 창이 가장 훌륭하다고 본다. 전문 릿지화가 아닌 이상 캠프라인 등산화는 범용으로, 다용도로 쓸수 있다. 지리산 종주를 자주 한다면 비브람 창이 유용하고, 단일 산행을 많이 한다면 굳이 비브람 창을 살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 난 하산할때 되게 조심하면서 내려오는 편이다. 무릎관리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몇번 미끌려 넘어져봤기 때문에 더욱 조심하게 된다. 동행자는 비싼 비브람 신발을 신고 뭐 그리 경계하냐고 그러지만 비브람을 몰라서 하는 소리이다. 비싼게 무조건 좋은게 아님을 알고 특성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등산의 가장 기본인 자기 신발의 특성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신뢰해야 하는 것이다. 바위와 흙과 내 몸무게 와의 만남, 거기서 오는 온 몸의 편안함이  등산. 혹은 걷기의 마술이다.
 자신의 신발과 발을 더욱 사랑하라. 걷지 못하는 새는 멀리 날아가지 못하는 법이다..

다음에는 중등산화 한바그 알라스카에 대해서.

* 김보윤의 산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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