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중반에 보았던 영화를 다시금 보는 재미가 있다. 다시 본다는 것 보다도 새롭게 본다는 것이 더 맞는것 같다. 장면하나하나가 소소한 재미로 가득하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는, 같은듯 다른듯, 영화를 보는 시간의 간극만큼, 몰랐으나 아는 만큼 보이고 새로운 진실을 찾는다. 


 내가 숭배하는 이상형의 여자를 꼽자면 우마 서먼 이라고 딱 말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이건 변함없다. 최근작인 벨아미에 나온 우마 서먼을 보면서 자글자글한 피부에도 불구하고 '오! 아름다워라'를 연발했다. 어릴적 부터 여신 같은 존재였다. 왜 이런 이미지에 끌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뻔하지 않은 외모에서의 아름다움은 치명적이다. 순수, 백치미와 팜므파탈의 여전사 이미지, 물과 기름이 오묘하게 섞인듯한 이상 야릇함. 찬탄하지 않을 수 없다.

 

 키가 무려 182란다. 부부였을때 에단 호크 보다 더 큰 키, 그리고 우마 서먼의 아버지는 유명한 불교학자이다. 서양인 최초의 승려였었고 달라이 라마의 친구라고 한다. 컬럼비아대학 교수인데, 미국내에서 영향력이 대단한 인물이란다. 수행하다가 환속해서 우마 서먼을 낳은듯.. 우월한 유전자임이 틀림없다.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은 내가 우머 서먼에 빠지게 된 영화중 하나였다. 또 다른 하나는 첫 주연작 '형사 매드독' 인데 이건 다음에 따로 포스팅 할 예정. 둘 다 아주 대단한 영화는 아니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고 우마 서먼의 풋풋한 시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외모는 별로지만 지적이고 똑똑한 여자(에비)여서 나랑 잘 통하는 여자와.. 외모는 이쁘지만 텅빈 머리의 여자(노엘_우마 서먼) 중. 남자의 선택은.. 


 이 영화는 도덕 교과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짐작하다시피 겉모습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닌 인품이 중요한거고 제 눈에 안경이래서 아무리 눈길이 안가는 사람도 사랑하는 순간엔 그 누구보다 아름다워 진다고, 겉모습이 어떻든지..나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영화의 결말에서 남자주인공은 진심을 다해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두 여주인공의 장점(이쁘고 착하고 지적인)만을 합쳐놓은 대상(우마 서먼)에 푹 빠져 있어서 그런 것이다. 


 그가 에비로 착각하며 노엘(우마 서먼)을 처음 봤을땐, 그의 눈에선 뿅~ 사랑의 마법이 일어났고, 그 후로 그녀를 대할때, 안절부절 설레이는 그를 볼 수 있다. 남자들은 진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면 뭐 마려운 똥개처럼 입은 말라가고 눈빛은 미세하게 요동친다. 진짜 아름다운 여자는 카오스를 선사하고 남자는 그 마음을 숨길수 없다. 어떠한 대화보다 한번의 마주침이 중요한 거고 그 이미지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게 (남자)사람이다.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각에 특화되었고, 점점 더 그런 사회에서 이것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외모도 무척이나 아름다운데 전화 통화의 대화도 자신과 너무나 잘 통한다는 것이다. 외모에 자신감 없는 에비때문에 본의아니게 노엘은 에비로 행사하게 되고, 남자는 이쁘고 지적이기도 한 에비(우마 서먼)에게 올인하게 된다. 그래서 위에 남자의 진심은 내가 느끼기엔 ' '거짓말 하고 있네' 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진실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은 남자는 허탈하게 술집에 앉아 있을때, 진짜 에비가 사과하러 나타나자 쳐다도 안보고 실의에 빠진다. 이것이 진실일 것이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하고 그러니 아름다움은 겉모습이 중요한게 아니고 내면의 소통이 중요한거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어째 좀 동의엔 미흡하는..


 이런글에서 벤야민을 언급하기엔 웃기지만 아름다움이란 겉모습(외양)과 이데아의 긴장이 어우러졌을 때라고 말했다. 이데아의 긴장이라..(표현이 참 고상하시다..)


 그러면 노엘(우마 서먼)이 이데아의 긴장이 없는 그냥 텅빈 껍데기에 불과하냐면  절대 그렇지가 않다. 노엘은 멍청한듯 하지만 착한 여자다. 내 생각엔 (제 눈에)이쁘고 착하면 게임 끝. 모델일을 하며 남친이자 매니저에게 갈굼을 당하지만 자신의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도약을 위해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한다. 남자주인공이 준. 어려운? 책. 시몬드 보봐르가 샤르트르에게 쓴 편지책. 을 사전을 찾아가며 세번이나 읽고, 마음이 상한 에비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진심을 전하려 노력한다. 이 영화의 맹점은 이 우마 서먼의 캐릭터에 있다. 이쁜데 착하기까지 하고, 관념이나 편견없이 그 순간의 마음에 솔직하고 순수한 반응을 보인다는데 있다. 된장스러운데가 하나도 없다. 단지 지적이지 않다는 것 뿐, 그래서 처음에 언급했던 두 여자의 대비의 도식이, 남자의 선택이, 지금의 나에겐 공감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이 영화는 극과 극인 두 여자의 우정에 더 감동하는 면이 있다. 사심없는 노엘이 행동때문에, 그리고 그녀의 맹한 구석에 영화는 따듯해진다. 


 뭔가 많이 알수록 순수성은 파괴되고 영악해진다가 내 생각이다. 주인공 에비 박사는 지적이고 재치있을지 모르지만 착하지는 않다. 자기 방어적이다. 외모 컴플렉스때문에 상처를 받아온 영혼이래서 '뭐! 내가 항상 그렇지' 하는 심정이 '안 쓰럽다' 라기 보다 자신이 가진 매력을 알아보지 못하는 헛 똑똑이 같은 면이 답답하다. 자신의 단점을 개선시키려 노력하기 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 누군가가 사랑해 주길 바라는 자포자기적 캐릭터, 반면. 노엘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단점을 개선하려 노력한다. 자신의 외모를 가꾸기 위한 금욕적 노력도 단지 지식을 많이 아는 것 보단 좋아보였다. 

 아름다움은 껍데기의 조건만을 말하는게 아니다. 마음의 밑바닥에서 부터 드러나는, 순간의 삶에 대한 열정일 것이다. 


 진부하고 뻔한 결말일 수 있지만 내게 그런 상황에 놓인다면 나의 대답은, 못생겼는데 똑똑한 여자를 골라서 성형수술을? 보단, 이쁜데 착하기 까지 한 여자를 잘 이끌어 주고 맟춰가는게 훨 자연적이다. 라는게 내 생각. 결국 여자는 이뻐야 한다? 이쁜게 착한거다. 라고 돌맞을 소리를..지껄이지만 나는 마음이 착한 모든 여자는 이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치를 모를 뿐이지 그것은 눈빛과 피부로 드러나고 남자들은 그 미세한 빛에 감응해 더욱 환한 빛으로 반응해 그녀를 밝혀준다. 여자의 아름다움을 밝혀줄 깨끗한 거울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재미있는 장면. 

 남자주인공이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에비와 노엘의 사진을 차례로 찍어주는데 에비의 얼굴에 몰두하며 눈빛에 반응하자 옆에서 지켜보던 노엘이 질투하고, 노엘을 찍을때, 에비가 옆에서 말을걸어오는 것도 모른채 너무 촬영에 몰두해, 에비는 상처를 받는다. 카메라를 통해서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은 선택과 집중의 무아지경. 분명 더 좋아하는 대상에 더 집중하고 더 많이 찍게 된다. 


 우마 서먼이 케익 먹는 장면. 너무 황홀했음. 평상시 백인 여자가 섹시하다고 느껴지지 않지만, 이 장면은 예외..


 남자가 전화 통화로 롤랑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 읽어 주는 장면.

 현대자동차의 지오란 차는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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