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허진호 감독의 팬이다. '위험한 관계'가 개봉하자마자 보았는데 지금은 별 기억에 안 남는 영화가 되었다. 장동건만 나올뿐이고 감독이 한국인인 중국 영화이다. 내용은 다 아는 이야기이고 배경만  1930년대 상하이 상류층. 스캔들이나 여타 이 원작의 다른 영화에 비해서 '위험한 관계' 만의 차이점을 모르겠다. 장동건은 멋지게 나오지만. 시종일관 여자앞에서 시껍대는 표정은 항상 똑같다. 장백지는 이쁘긴 하지만, 이젠 그런 스타일 별로고, 장쯔이의 연기는 볼만했다. 영화의 공간 배경이나 조명의 화려함이 화장을 떡칠한 듯하다. 이런 것도 이재용의 '스캔들'이 훨씬 좋았다. 극장에서 금새 떨어진것 같은데,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를 잇는 그런 영화는 이제 요원한 일인가..


 '피에타'는 잔인한 장면이 나올까봐 걱정스러웠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좋은 느낌이었다. 그의 영화중..'수취인불명'과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사마리아' 등과 함께, 좋은 영화라 기억이 남는다. 오히려 이정진의 좀 어색한 연기가 너무 끔찍하게 느껴지게 하지 않아서 그 불편한 파급력이 자제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밑바닥의 돈의 굴레와 피의 복수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체제의 무서움을 직시하게 한다. 신체 조차도 물질화되어 돈의 가치로 치환되는 그런 세상. 폭력과 감정의 말살은 어머니라는 존재앞에서 어떻게 회복의 기미와 용서를 구하는가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광해'는 천만관객이 넘는 영화들의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좋았고, 개운하게 재밌었다. 영화를 보고나서 당시 역사..선조.광해군.인조.허균. 임진왜란,병자호란 등등에 대해 검색해 읽었고, 허구의 영화를 통해서 우리의 슬픈 역사를 상기시키고 공부하는 힘이 나에겐 있었다. 경복궁을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궁궐 안팍의 미장센들, 조명의 효과들이 아름다웠다. 이병헌의 생김새와 눈빛등도 정말 배우다웠다. 그의 소문이 어떻든간에 배우로선 정말 훌륭하지 않나..반면 한효주는 절망. 여자인데도 여자같이 안 느껴지는 이상함. 굳이 중전과의 로맨스를 보다는 후궁과의 알콩달콩 염문이 어땠을까. 이 나라의 국운은 그 때 부터 꺽이지 않았을까. 상업영화이지만 역사인식을 상기시키는 소재가 좋았다. 허구의 상상을 통한 역사의 재조명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역시 이나영은 살아있었다. 그녀의 연기가 어떻고를 떠나서 범접할 수 없는 여신의 포스가 작렬한다. 유하 감독의 '하울링'은 감독의 명성에 걸맞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범작으로 치부하기엔 좀 아쉽다. 이나영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객관성을 잃어버린채 그녀의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분명 보통관객에겐 설득력, 공감이 부족한 영화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문제의식과 소재의 참신함은 좋았다. 다만 그것의 효과적 연출이 아쉽긴하다. 감독이 유하래서 더더욱.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2012)  (0) 2012.11.24
러브 레터 (1995)  (1) 2012.11.23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1995)  (2) 2012.10.14
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 (1996)  (0) 2012.10.07
정말 아쉬운 영화에 대해서  (0) 2012.10.0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