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 전까진 아라키가 아주 싫지도 좋지도 않았었다. 항상 흥미롭고 대단한 사진가라고 여겼다. 좀 나쁜? 취향의 별종이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걸 과감히 하는 걸 보고 멋지게 느껴졌다. 전세계적인 아라키의 인기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언제부턴가 아라키 사진의 매력을 알았다. 


 우리는 사회적인 도덕이나 불문율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성에 관한 말이나 표현이 항상 억압돼있다. 그래서 간혹 혈기 왕성하던 어릴적 친구들은 만나면 과도하게 음담패설을 지껄이고, 그 억압된 말의 해방감을 만끽한다. 그런것과 마찬가지로 아라키의 사진은 보통사람들에게 인간이 가진 본질적 에로틱함의 자유를 제공하는 것 같다. 포르노그래피를 포르노만은 아닌 것으로 만든 천재라고 이제는 서서히 느낀다. 


 아랫도리를 벗은 여인이 찍혀진 사진은 어떠한 속박의 굴레도 없다. 수도 없이 많은 여자들을 찍으며 그는 섹스를 모델과의 친밀함, 유대의 과정으로 여기는 듯 하다. 일본이란 나라가 가진 성의식은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지만, 어떤 면에선 가식없는 그들의 솔직함이 맘에 들기도 한다. 


 집에 타쎈에서 나온 아라키의 컴필레이션 성격의 두꺼운 사진집이 있는데, 나는 간혹 어머니나 조카가 내가 없는 사이 우연히라도 볼까봐 걱정된다.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변태 사진보다야 훨씬 낫지만, 그 두꺼운 사진집의 대다수가 여자의 가랑이 사이라던가 벗겨놓고 끈에 묶여 있던가..라면 좀 정상은 아니라고 볼 것이다. 


 2000년인가 2002년 초반에 일민미술관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아라키의 전시가 크게 열린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 신문 기사를 통해 듣게 되었는데, 세계적인 사진가여서 오프닝때, 사회의 내노라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이 모였는데, 그들의 충격이 만만치 않았던, 아이러닉한 광경이었다고 한다. 아라키의 그런 사진들이 대형 액자에 걸려있는 와중, 젊잔빼고 있으나 욹그락붉그락 거리는 그들의 모습이 눈에 비친다. 


 아라키가 멋진건 그런점이다. 가식과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난 지점에 그의 사진에 있다. 원초적 욕망의 추구. 사진으로써의 소통. 노골적인 순수함.. 그런 것이 점점 마음에 와닿는 중에, 이책을 읽으니 그의 대단함이 책제목과 같이 되었다. 하나의 걸림도 없는 자유인이다. 말하는 듯한 문체는 투명한 내면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사진의 시작은 패션


 어깨에 가방을 멘 채로 찍으면 안 된다. 이것이 기본입니다. 맨몸으로, 몸으로 찍어야 합니다. ‘사진 찍으러 왔습니다’가 아니라 거리에 녹아들었다는 느낌이어야 합니다. 염탐꾼이 되든가, 찍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일부러 드러내든가, 어느 쪽이든 좋습니다. 삼각대를 세우고 4X5 인치 대형 카메라로 일부러라도 확실히 찍어야 합니다. 어중간한 모습은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관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은데, 예를 들어 차라도 한잔 권할 수 있는 관계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복장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진은 관계의 문제이거든요...그러니까 ‘어!’ 사진가가 왔네’ 하고 생각하게 된다면 좋지 않겠지요. 


 진실은 보이지 않는다. - 사진의 시작은 자기 자신과 가까운 대상부터 관계를 만들고 차근차근 해나가면 됩니다. 알아챈 걸 계속해 적용해나가면 사진의 여러 가지 기술과 방법을 알게 되지요. 방법론이란 건 현장에서 나옵니다. 즉흥적인 아이디어랄까, 그런 걸 과감하게 해나가는 게 좋습니다. 

사진에서는 사건이 없는 쪽에 드라마틱하고 중요한 것이 들어가 있습니다. ‘불이야’ 보다 ‘마음의 불이요’ 가 더 중요한 것을 담게 마련입니다. 사진으로 사건을 표현하기는 쉬워요. 사건이 벌어지게 되면 내면까지 도달할 수 없게 됩니다. 사건이란 것은 표층이 대단하니까요. 물론 표층도 내면을 담고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나쁘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나쁜 사진이 나온다는건 결국 찍은 사람이 나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습이 부족한 거지요. 그만큼 사진에는 자기 자신이 속속들이 드러납니다. 정말 사진을 하다 보면 자기가 탄로 나니까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감추는 거지요.. 성기에도 껍데기를 씌워 보이지 않게 하듯 말입니다. 진실이 보이지 않게! 


 사진이란 묘사하고 찍는 데 여러 가지  기술을 필요로 하지만 사진을 찍는다는 일은 간단히 말하자면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 사람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돌아서는 타이밍 - 셔터를 누를 때는 다가서는 타이밍도 필요하지만 끝낼 때의 타이밍도 절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대목이 미움을 받을지 사랑을 받을지 나뉘는 갈림길이지요. 어렵지요. 뭔가 좋은 기운을 남긴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내 사진에는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동시에 들어가 있어요.  한 장의 사진 속에 그걸 집어넣어서, 느껴지게 해야 되는 거지요. 과거, 미래 , 현재를 한 장으로 보여주어야 해요. 


 사진은 공동 작업- 사진은 일종의 인터뷰입니다. 인터뷰라는 것이 상대로부터 무엇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사진은 인터뷰와 똑같습니다. 표현이 아닌 표출. 그러니까 상대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무엇을 끌어낼 것인가 하는 것이지요. 


 닮게 그리는 게 데생은 아니잖아요. 기분을 데생해야지요.



 좋은 의미에서 들춰내는 폭로랄까 피사체랄까 상대가 모르고 있던 점을 찾아내서 가르쳐줄 수도 있고요. 그런 게 사진 작업입니다. 당신 부인이 이렇게 매력적이랍니다. 매일 밤 마주하면서도 모르고 계셨죠? 적당히 거리를 두고 보지 않아서 그렇답니다. 라고 말해주는 겁니다. 


인생을 바꾸고 싶으면 여자를 바꾸고, 남자를 바꾸고 장소를 바꾸세요. 자기 사진을 바꾸고 싶다면 카메라를 바꾸면 됩니다. 카메라를 바꾸면 사진이 달라지거든요. 


 인간은 과거를 짊어지고 살아가지요. 사진은 과거를 질질 끌어와 현재를 찍으니까요. 과거를 끌어오지 않는 사진은 좋지 않습니다. 

 중요한 과거는 어머니 같은 겁니다. 노스탤지어라고 하고 센티멘탈이라고도 말들 하는데 그게 없다면 인간이 아니니까요. 


 혹시라도 사람들이 제각각이고, 관계성이 전혀 없더라도 나는 관계성을 만들고 싶어요. 인간관계는 이어져야만 합니다. 


 대상은 처음부터 이미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요. 사진 찍히는 대상이란 건 그런 거예요. 음 하지만 그 이야기를 눈앞에 생생히 되살릴 수 있는 사진을 찍는 것이 관건인 거죠. 그래야 좋은 사진이랄까. 재미있는 사진이 됩니다. 


 역시 솔직한 기분으로 찍으면 좋게 나와요. 자신의 마음렌즈로 찍는 것처럼요..


 한낮의 스트로보 같은 느낌.


 프레이밍을 정확히 하는 건, 틀에 집어넣는 거잖아요. 그렇게 상자 안에 넣는 게 아니고 ‘ 이 사진은 프레이밍이 없군!’ 하는 기분이어야 하는 거지요. 


 언제까지나 영원히 종점은 없다고 할 정도로 움직이지 않으면 바로 끝나버립니다.  완성이란 건 멈추는 것이고, 그건 죽음이니까. 


 사람에게 끌리는 친근감을 가졌다는 건 실은 사진가가 되기 위한 최대의 요소일지도 몰라요. 인간성의 문제니까 말이죠.

 사람을 찍을 때는 역시 찍는 사람의 매무새 같은 것도..

 사랑받을 수 없다면 피카츄처럼 되지 않으면 안 돼요. 좀도둑도 아니면서 도둑처럼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게는 하지 마세요.


 대개 아래쪽이 알몸이 되면 얼굴도 꾸밈이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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