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일요일 하루종일 이 책을 읽었다. 완벽한 독서 체험이었다. 몇일전 서점에서 아이쇼핑하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직감적으로 마음이 떨렸다.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젊은 연인 시절 이야기라니.. 주문한 책은 어제 저녁에 도착했고, 헬스장을 갔다오고 나서 차분하게 차를 마시며 책장을 열었다. (책을 사자마자 바로 읽고 이렇게 후기를 바로 쓰는 것도 참 오랬만에 바람직한 일)


 나는 동반자 동행인이란 말을 좋아한다. 인생에서 완벽한 동반자를 만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일 거라 믿는다. 사랑이던 우정이던 나의 반쪽을 만나 서로 부족한 것을 채우고 북돋으면서 좀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가는것. 또는 훌륭한 예술의 경지에 다다르는 과정. 그것이 신이 내린 섭리가 아닐까.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46년생 동갑내기로 20살에 뉴욕에서 만난이후로 89년에 로버트가 에이즈로 죽을때까지 그들이 예술가로서 걸어온 삶의 흔적들을 세밀하게 말해준다. 사랑하는 연인이자 예술의 동지로써 가난한 두 예술가가 뉴욕의 한 복판에서 성장하는 과정은 내가 가장 흠모하던 시대인 60년대 후반과 70년대의 뉴욕에 내가 들어간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의 주인공처럼. 패티 스미스의 눈으로 첼시 호텔의 지미 헨드릭스와 재니스 조플린을 생생하게 만나게 된다. 어떤 예술가의 자서전 보다도 더 흥분되는 일이었다. 내가 가 보았던 뉴욕의 곳곳에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발자취를 유입시켜 60년대 후반의 뉴욕으로 시간여행을 했다. 워싱턴스퀘어, 세인트마크스, 23가, CBGB 등등..서로 의지하며 예술가로 성장해가는 그들의 모습이 눈물겹게 아름다웠다.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순수하게 설레이는 감정을 느꼈다. 한끼 사먹을 돈이 없어서 핫도그를 반으로 나눠 먹거나 미술관 티켓값이 부담돼 번갈아가면서 한명만 들어가서 보고 전시가 어땠는지 이야기를 해주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작업에 대한 순수한 열정. 둘의 포트폴리오를 담보삼아 첼시 호텔에 입성하고 거기서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은 전후 미국의 문화,예술의 역사를 관통하고 만들어 갔다. 돈벌이의 위기속에서 그들은 예술의 열정을 버리지 않았고 그런 그들을 응원해주고 작은 도움으로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후원해주는 마음씀의 풍토가 있었다. 


 시간의 간극이 크지만 뉴욕에 있던 시절 23가 첼시 호텔 앞을 지나 크리스피 크리미 도넛가게를 간혹 가던일이 생각난다. 그땐 거기를 지나치면서 시드와 낸시를 생각했다. 다시 뉴욕에 간다면 패티와  로버트의 발자취를 쫏고 싶다. 그러나 그때의 첼시 호텔은 전설이 되었고, CBGB는 없어졌다고 들었다. 지금의 윌리엄스버그는 또 어찌 변했을지..뉴욕에서 배곪아 보지는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외로웠다. 뉴욕의 공기는 그런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의 고뇌가 숨쉬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세렌디피디의 그 황홀하게 달디 단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버브의 비터스위트 심포니 를 다시금 듣고 싶다.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내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사진작가였다. 지금도 그의 사도마조히즘의 변태 사진을 보면 적잖이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고전적 미학으로 사진을 가장 잘 찍는 사진가이기도 하다. 마약쟁이에다 게이 남창인 그는 인간의 선과 악을 당시 뉴욕의 가장 하위문화에 극단적으로 대입시킨것 같다. 그 미려한 꽃 정물 사진을 보다가 변태 사진을 보면 기묘하다 못해 선과 악. 추와 미가 다 모호해진다. 다들 예술의 이상향, 이상화를 꿈꿀때, 그 반대편으로 간 사람이 그다. 거칠지만 뭔가 애잔한 발버둥이 느껴진다. 세간의 논란을 떠나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신에게 솔직했고 순수하게 표현했다고 본다. 


 로버트가 찍어준 패티의 데뷔앨범 사진은 정말 최고의 인물사진인것 같다. 그들의 이야기가 잘 함축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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