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는 내내 영상 충격에 집중력이 최고조 였다. 모든 장면들이 명화를 감상하듯 경건해졌고, 아름다웠다. 빛과 색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섬세한 카메라 이동과. 미장센의 조화는 그야말로 생동하는 미술관 이었다. 표면적인 내용은 노년의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의 일상적 작업의 묘사가 주를 이루나, 늙음에 도사리는 육체의 비애는 엄숙하게 만들었고, 그 이면은 평범한 생노병사, 희노애락의 감정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노년의 르누아르가 작업하는 주제는 찬동하는 자연의 생명력을 여러번의 붓터치의 반복적인 행위로 승화시키는 듯 하다. 젊고 아름다운 생명의 기운을 잡아 채어 캔버스 위에 재현하며 굳어가는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길은, 매력적인 누드 모델 데데의 등장으로 더욱 활기를 띤다. 그러던 와중 전쟁에서 부상당하고 집으로 돌아온 둘째 아들 장 르누아르 또한 데데의 매력에 빠져든다. 데데는 이미 유명한 말년의 화가와 아직은 젊은이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유명한 영화 감독이 될 장 르누아르 에게 예술적 뮤즈였던 것이다. 젊은 장 르누아르가 데데 때문에 찬물과 더운물을 오가며 전전긍긍하자, 아버지 르누아르는 여성의 존재를 긍정하는 말들을 한다?. 뭐랄까 아름다운 여성을 통해 예술의 동기와 영감을 얻는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 르누아르는 아직 제길을 찾지 못한 불안과 사랑에 흔들리지만, 삶을 마무리 하고 있는 늙은 르누아르는 무심히 아름다운 여인의 몸과 자연을 화폭에 담을 뿐이다. 부자의 대비를 통해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삶과 예술. 그리고 여자. 참 불가분의 오묘한 요소들이다. 


 이야기는 밋밋할 수 있어도 정말 아름다운 영상과 차분한 전개에, 꽤 심상에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이렇게 우연히 보게 되는 명작은 정말 삶의 선물이었다. 이대 후문의 필름 포럼 이란 작은 영화관 이었는데, 스크린은 작아도 공간이 작은 만큼 몰입이 잘 되었다. 뭔가 인디적 분위기 물씬 풍겼다. 주차도 운이 좋아서 특급 자리였다.ㅎ  또 언제 가보게 될 지 모르겠지만, 이날의 영화 감상은 정말 훌륭했다. 


 촬영감독이 '화양연화'를 찍은 사람이었다. 코닥 필름의 따스한 느낌과. 필름만의 진득한 색감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오전이나 오후의 늬웃한 태양의 각도와 선명히 맑은 대기 때의 날만 골라서 촬영 했는데, 그런 인내와 정밀한 장인 정신에 찬탄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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