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 대한 아무 정보 없이 극장에 갔는데, 상영 시간이 무려 3시간이어서 생각지도 못한 스릴을 느꼈다. 영화 시작부터 들고온 커피를 마셔댔더니 보통 영화들이 끝날즈음에 아랫배가 묵직해졌다. 하지만 이 영화는 끝날 기미가 안보이고 나는 영화가 끝날때까지 자세를 뒤틀어가며 오줌보의 압박을 분산시켰다. 예전에 '아이 엠 러브'란

2011/02/09 - [영화] - 아이 엠 러브 (2009)

영화를 볼 때의 식은땀 흐르는 복통과도 견줄 수 있는 긴장이었다. 그냥 화장실 갔다 오기엔 영화의 감상 뒤끝이 개운치 않았던 경험이 있다. '킹콩'을 볼 때 그랬는데, 그 땐, 동행인이 있었기에 소지품을 신경안쓰고 갔다올수 있었다. 하지만 요번엔 감상의 개운찮음 뿐만 아니라 나 홀로 였기 때문에, 끝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기필코 (분출을) 사수하겠음. 이란 결연한 각오로 영화를 감상했다. 막판엔 과잉행동장애(ADHD)의 징후가 드러나 이 나이에 이게 뭔 꼴인가 하는 자조섞인 한 숨이, 더욱 복부를 압박했다. 아마도 그 때 내 배가 칼에 찔린다면 영화 '킬 빌'에서 피가 뿜어나오는 것 처럼 멀건 물줄기 분수쇼의 웃지못할 장관이 연출됐을 것이다. 


 상영시간이 길다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탓할 수도 없다. 왜냐면 감독의 그러한 의도가 '왜'일지 알 것 같고, 그것이 감독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의 리뷰를 보아하니 긴 상영시간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데, 그들의 바람대로 이 영화가 보통 영화 시간이었다면, 영화속 일면에 매끈하게 드러나는 주인공들의 쾌락 놀음에 혹해 본질을 망각했을 것이다. 바보 같이 '나도 돈 많이 벌어서 저렇게 즐기며 살고 싶다.' 라고 호도 될 수 있다. 영화속 상 똘아이들의 광적인 쾌락 놀음을 세시간여 동안 무한 반복되다싶이 보다 보면, 쾌락의 동경이 아니라 '구역질과 역겨움에 인간이 아닌 승냥이들 짓거리.' 라고 개탄하고 분노해야 마땅한 것이다. 후반부에 주인공 조던 벨포트(레오 디카프리오)가 마약을 너무 많이 해 뇌성마비 단계를 꽤 길고 엽기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감독의 그러한 의도의 단적인 예 라고 보여진다. 대저택과 페라리 스포츠카, 헬리콥터, 섹스와 마약의 황홀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저게 인간이니?' 라고 묻고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속도감있게 광적인 그들의 상태를 보여준다. 사무실에서 사람(난쟁이)을 던져 다트 과녁에 맞추는 게임을 아무렇지 않게 즐기는 그들은 나찌 독일군의 살인 놀음을 연상케 한다. 여자 직원이 현금 다발 앞에 자신의 여성성의 상징인 금발 머리를 내놓아 가차없이 바리깡으로 밀리는 장면은 돈의 욕망에 굴복한 인간 광기의 처연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리곤 영화는 실제 인물이었던 조던 벨포트(레오 디카프리오)가 어떻게 주식 시장에서 굴러먹었고 떼돈을 벌며 어떤 난장질의 삶을 살았는지 연대기적으로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처음, 디카프리오(주인공)에게 주식시장판의 생리를 가르치던 (배우)매튜 매커너히의 영혼없는 눈이 인상깊었다. 그의 말과 모든 행동들이 '눈뜨고 코 베인다'라는 약육강식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무기나 힘이 있는 것도 아닌, 인간의 탐욕에 기댄 허구의 가치를 말로 사기쳐먹는 이 월가의 파렴치한 행태. 주식을 해서 개인이 돈을 번다는 건, 보통 아버지들이 누누히 강조 하시는 경구인 '보증 서는 놈은 낳지도 말라?'는 말과 궤를 같이 한다. 


 이렇듯 영혼없는 눈을 가진 뜨악한 인물들이 떼거지로 나온다. 그중의 압권은 수차례 등장하는 디카프리오의 사무실 연설 장면이다. 나찌의 집회를 방불케하기도 하고, 참된 신앙이 아닌 돈을 신으로 모신 광신도 집회 같은 모습은 괴벨스나 대형 교회의 동태 눈깔 목사에게 현혹되어 돈의 탐욕에 눈이 먼 광기의 면면을 보여준다. 또 갖가지 난교 파티, 공적인 곳에서 거침없는 성행위 등등이 당혹스럽게 하는데 그중, 디카프리오의 동업자 도니가 보통 파티의 사람들 다 있는 곳에서 발기된 칵을 꺼내 그 짓하다 제지당하는 장면은 정말. 암튼 '어~휴 '하는 장면들 많다. 


 마지막 부분에 FBI 던햄? 요원이 보여준 바른 신념과 그의 눈을 통해서 보여준 지하철의 가난에 지친 보통 사람들의 모습은 잠깐이지만 큰 울림을 준다. 영화가 여태 계속 보여준 장면들과 너무 큰 대비여서 순간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만, 헛된 욕망의 눈을 내려놓고 본다면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우리의 현실이다. 주인공이 맥도날드 점원으로 일하는 평범한 인생을 최대의 수치로 여기는데, 화려한 언술로 남 등쳐먹어 배부른 그가 더 낫다고 어찌 말 할 수 있겠는가. 최악의 인간은 그처럼 남 꼬득여 눈물 단물 다 쪽 빼먹는 사기꾼들인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의미심장하게 관객들에게 묻는다. 이 사기꾼의 농간에 또 당할거냐? 그에게 현혹되는 순진한 사람들의 얼굴들이 비친다. 그게 우리다. 무엇을 팔아야 하고 사야하는 이 자본주의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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