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면서 동네 도서관에 들렸다. 학교 도서관에는 없는 롤랑 바르트의 '글쓰기의 영도' 가 있나 확인해 볼 참 이었다. 조그만 동네 도서관에는 있었다..배가도서로 책꼿이에 떡 하니 있었다. 학교 도서관 검색에 이 책이 없어서..나름 충격이었는데.. 동네 도서관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한번 대학교 도서관에 대한..실망이 한가득이었다. 서울의 종합사립대학의 도서관에 이 책이 없다니.. 롤랑 바르트 라는 구조주의와 후기 구조주의를 잇는 대 학자의 첫 저작 이자.. 후기 구조주의 그러니까 포스트 모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써의 책인데도 불구하고..없었다. 예술로 유명한 대학임에도 불구하고..없었다.
 나는 왜 학교 도서관 화장실에 비데가 설치되어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어느 한 여름날. 앉아보게 되었는데.. 온돌방 처럼 뜨거워서..앉아 있는 내내 땀을 뻘뻘 흘렸던 기억이 있다.. 암튼 여러모로 욕 나온다.

 잠깐 책만 빌리고 나올려다..신간 코너에서..새책 몇권을 뽑아 읽었다. 저녁이어서 잠깐 속독하고 나올래다가..빠르게 다 읽고 나왔다. 속독은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다..지금. 그 책에 대해 생각나는게 하나도 없다. 

 자전거 주차장에 세워둔. 내 자전거가 없어졌다. 별로 당황하진 않았다. 왜냐면..워낙 낡은 자전거 여서.. 언제부턴가.. 자물쇠로 채워두는 것을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는 어디로 사라지지 않고..계속 내 옆에 붙어 있었다. 비가오나 눈이 오나 열심히 달려준 자전거는 외관상 노후화 된거 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수명이 다해가고 있었다. 타이어 트레드는 많이 닳아 없어졌고. 오래되어 자주 바람이 빠졌다. 뭐니뭐니 해도. 몇 번 손 봤음에도, 브레이크가 자주 느슨해져서..제깍 잘 서지 못했다.

 내 다리의 연장인 이 자전거에 대해..서서히 마음이 멀어져갔다. 언제부턴가 이 자전거는 왜이리 고장도 안나지.. 하며. 애써 처음 샀었을때의 마음을 걷어 들였다. 그러나 멀쩡하게 굴러다니는 자전거를 놔두고..새 자전거를 살 수 는 없는 노릇이다..사물에 대한 이런 마음 상태가, 결과적으로 도난.(떠남)을 초래했다. 사물의 타자성은 마음을 쏟는 만큼 내게 도래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이 사물 뿐만 이랴. 사람과 사람은 물론이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나는 자유로웠으나, 그 자유는 외로움의 자유였다. 앞으론 그 자유는 타자에게로 향하리라..

막상 없어지니까. 그동안 묵묵히 내 두 다리의 연장이자. 바람의 즐거움을 맛보게 해준 나의 자전거에 대한 감상이..시원 보다는 섭섭에 가까웠다. 집까지 걸어오면서..많은 상념에 빠졌다. 처음 산 날의 기쁨부터. 첫 장거리 라이딩의 추위와 바람과의 싸움..사고날뻔한 아찔함. 눈과 빗속의 라이딩..음주 라이딩. 18만원에 산 베네통 생활 자전거는 자기 몸값의 값어치를 그 이상으로 충분히 남기고 그렇게 추억을 남기며 사라졌다. 
 조만간 새 자전거를 살지도 모르겠다..또 다시 설레이겠지.. 누군가를 만나는 것 만큼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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