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이루는 법' 




  변지의(邊知意)군이 천리의 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다. 그의 뜻
이 어디에 있는가를 물었더니 문장(文章)에 있다고 하였다. 그날
집 아이 학유(學游)가 나무를 심었다. 심어놓은 나무를 가리키면
서 비유하여 설명해주었다.


  사람에게 있어서 문장은 풀이나 나무로 보면 아름다운 꽃과
같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나무를 심을 때 그 뿌리를 북돋아주어
나무의 줄기가 안정되게만 해줄 뿐이다. 그렇게 하고 나면 나무
에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잎사귀가 돋아나면 그때에야 꽃도 피
어난다.


꽃을 급히 피어나게 할 수는 없다. 정성스러운 뜻과 바른 마음으
로 그 뿌리를 북돋아주고, 독실하게 행하고 몸을 잘 닦듯이 줄기
를 안정되게 해주어야 한다. 경전과 예(禮)를 궁리하고 연구하여
진액이 올도록 하고, 넓게 배우고 들으며 예능에 노닐어 가지나
잎이 돋아나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그 깨달은 것을 유추하여 쌓아두고 그 쌓아둔 것
을 펼쳐내면 글이 이루어진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문장이 되
었다고 인정하게 되니, 이것을 문장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문장이란 급하게 완성될 수는 없다. 그대는 이것을 가지고 집으
로 돌아가 구해보게나. 여러가지 배울 점이 있을 것이네.


- 정약용 저, 박석무 편역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창비, pp.329~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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