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한 영화였다. 대단한 데뷔작들이 생각난다. 류승완의'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홍상수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 빈센트 갈로의 '버팔로 66' 등등..그 새로움과 놀라움을 선사한 영화들의 대열에.. 이 영화도 당연히 포함된다. 내게 있어 아마 올해 최고의 영화가 될 영화다. 

 이 영화는 인간의 관계에서..돈(자본)이 영향이 안 미치는..그래서 가장 순수한 미시 권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고등학교 학창시절의 우정?을 이야기 한다. 가장 예민하며.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감정의 시기에서..친구라는 관계들이 어떻게 와해되고..파멸로 치닫는지. 너무나 사실적이고. 깊이있게 파고든다.

 이 영화에서 여자들이 나오는 비중이 높지 않지만..결국. 주인공들이 상처받고..분노하고..마음에 균열이 생기게 된 원인은 여자 문제가 시발이었다. 
 주인공 기태의 경우는 엄마의 부재가 가슴속 깊은 상처로 남아..인정받고 싶고..주목받고 싶어.. 모래성 같은 폭력의 성좌를 이룬다. 이러한 것은 가식적이고 위태롭기 그지없는 자존심(학교짱)이 결국, 친구에게 물리적이고, 감정적인 폭력을 행사하게 한다. 또한 희준(베키)는 자기가 좋아하는 여학생이 기태를 좋아하는 열등감에. 감정적 균열이 보이기 시작하며, 결국. 이 갈등은..또다른 친구 동윤과 기태의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동윤이 결정적으로 분노하게 되는 지점도..자신의 여자친구에 대한 사건이었다.
 생각해 보면. 남자는 여자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감정적 파급, 파괴의 힘은 여자에 의한 것이리라.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래나. 한 영혼을 지배할수 있는.힘은. 소통의 진실성일 것이다. 우정을 넘어선 그 무엇. 사랑이라는 단어로 말하기에는 어려운 그 무엇 말이다.

 마치 폭발하기 일보 직전인 활화산 같은 이 시기의 이야기를. 너무나 잘 그려냈고. 끝까지 친구란..우정이란 관계의..근본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당연히 내 학창시절의 어느 지점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과  함께. 좌충우돌의 그 시절을 마음속에 다시 그려 보게 되었다. 

 불안하니까, 폭력을 통한 권력과..그것을 지키기 위한 자존심에 올인한다. 결국. 친구와의 우정도 그 미시권력 사이에서..소통의 거침사이에서. 메꿀수 없는 균열이 생긴다. 기태가 마지막 절박한 마음을 동윤에게 내밀었을때, 그 소통의 완벽한 차단은. 참 가슴아팠다. '뭐가 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질문을 해 본적이 있나..나와 너 사이의 문제에 대해..

 기태역을 한 이제훈 이란 배우는 앞으로 대성할 배우다. 마치 박해일과 류승범을 섞은듯한 분위기인데, 젊으면서 연기의 내공이 탄탄해 보인다. 고지전에서 처음 보고 기억에 남았는데..역시나 될성부를 떡잎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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