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정말 추웠다. 오리지날 겨울의 맛 이었다. 알싸하게 머릿통을 휘갈기는 찬바람은 존재를 각성하게 하지만..한편으로는 행복의 나태를 조장하기도 한다. 뜨거운 목욕뒤에 이불속에 콕 틀어박혀, 소설책이라도 탐미하는 그 시간들.. 결혼을 했다면, 부인과의 오붓한 시간들이 절절해지는 그런 강추위였다. 점점 추위의 끔찍함에 소스라친다. 예전엔 여름보단 겨울을 좋아했는데, 완전 뒤집어 졌다. 몇 년 전만 해도. 겨우내내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겨울산의 묘미를 즐겼는데,  어제 같은 경우, 어~후~ 이게 웬 고통이람..

 평소 마음가짐은 되도록이면 육식을 자제하자는 생각이 내 몸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다. 단지 나의 건강을 넘어서..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육식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푸드 inc 나 여타 환경과 식량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꽤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육식은 식량의 불균형을 더욱 초래해.. 점점 늘어나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 기아로 허덕이게 될 수 도 있는 상황이 도래 할 수도 있다. 
 
 나는 금요일 저녁. 친구들과 고기 뷔페집을 들렀다. 분명, 머리와 감정은 육식 자제이지만..내 실존의 피와 살은 고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율배반적으로 내가 가자고 했다. 너무 추운 날이었고, 우선 기름이 많은 항정살과..차돌박이 를 먹으면서..고소한 식감에 내 의식은 단순해 졌다. 거 참..맛있구나. 이 쫀득한 만족감은 뇌를 휘어잡고..동물의 단계로 떨어졌다. 지금에서야 기도를 한다. 내가 먹은 한 점의 살들에게,

 텍사스를 지나면서, 보았던. 그 광활한 소들의 수용소. 그리고 2008년촛불집회의 배신이 허무함으로 몰고온다.
 잘 지내다가 간혹가다 육식에의 집착은 어떤 정신적 불균형에서 오는게 아닐까. 담배와 술. 인스턴트 음식을 멀리하고, 커피는 보통으로 즐기는 내게 육식의 즐거움은 도려내기 어려운 것인지도.. 강추위에 얼어붙은 몸의 기관에 기름칠을 해야 했다. 
 내 의식 속엔 한국적 보신문화가 자리잡고 있는것 같다. 몸에 좋다면, 기꺼이 먹을 수 있는 천박한 습속은 어디에서 기인했나.. 정크 푸드는 정크 의식을 만든다. 왠지 지금의 나 다. 앞으론 고기 먹기 전에 기도를 해야겠다. 마음가짐은 육식을 멀리하자 이지만 슬프게도 고기는 너무 맛있다. 이렇게 추울땐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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