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날 장비가방을 들다가 허리 힘줄이 살짝 놀랬는데.. 허리 근육이 엉덩이 높이 만큼 부었다. 모양새가 미쉐린 타이어 로고 처럼 되는게 문제가 아니라, 걸음걸이가 어그정 거리는게, 초딩5년때 고래잡는 수술하고 나선 걸음걸이와 흡사했다. 청담동의 럭셔리와는 완전 딴판인 나의 상태가 그냥 사람다웠다. 그래서 주말내내 거의 아무것도 하지않고 내내 누워만 있었다. 기대치 않은 반가운 메일이 왔었고, 나는 마음이 좋아졌다. 


  참회하건데, 금요일밤 본의아니게 뱀장어집에 가게 되었다. 주먹밥에 계란찜을 먹다가.. 장어 몸통이 구워들어가면서 그 허리라인에 하얗고 길게 삐죽나온 장어의 허리 힘줄을 보고. 그만 나의 아픈 허리를 생각하며 몇 점 집어 먹었다. 식감이 무척 맛있었다. 꼬돌거리는 그 힘줄이 내 허리에 약이 되리라 생각했다. 내가 채식을 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그중에 제일 큰 이유는 피와 살이 있는 생명에 대한 존중이었다. 살아있는 동물의, 죽임의 고통을 나의 것으로 취하지 말자. 라는게 가장 큰 이유다. 결국 이기심에 의한, 나의 쾌락을 위해 수많은 고통이 양산되는 순환에서 벗어나자는 작은 실천이 채식주의였다. 아프니까 이기심이 발동했고, 후회는 하지 않지만. 다시 각성했다.  보신음식이면 사족을 못쓰던 예전의 내가 생각났다. 


 동물이 아닌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홍대앞의 토마스터란 식당을 갔었다. 거의 모든 요리가 토마토가 주 재료인 식당이다. 토마토 야채 스튜를 먹었는데, 꽤 맛있었다. 가격이나 양도 적당하고. 골목 안쪽이라 장사가 그리 잘 되지 않는것 같았지만..그래서 한적해서 우리는 좋았다. 토마토가 소화가 잘 되는 모양인지..오래지 않아 금새 배고파져 진짜 오랬만에 서브웨이에 갔다. 내가 싫어하는 주문방식이라..살짝 멘붕이 되었다. 그냥 앉자마자..국밥이 떡 상에 올라오는 그런 집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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