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도로엔 로드킬 당한 동물의 사체가 많이 보였다. 너덜너덜해진 살점들을 빠르게 지나치면서 선명한 핏자국이 뇌리에 꼿혔다. 천안부근에선 1분도 채 안걸렸을 정도의 갓 일어난 사고 차량을 목격했다. 아마도 졸음운전으로 중앙 분리대를 들이박고..튕겨져 갓길 쪽에 차량이 널부러져 있었다. 주변에 파편이 산재해있었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나의 졸음은 싹 달아났다. 대책없는 졸음엔 어떤 주문을 외는 게 효과적이란걸 알았다. 


 오전 수업중에. 가까운 곳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안과 밖이 어수선해졌고. 곧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좀 있다 다시 창밖을 보니, 반경 50미터 안의 또다른 건물 너머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떤 학생이  학교 버스가 폭발해 불타고 있다는걸 스마트폰으로 보면서 알렸다. 헉, 학생들이 다쳤을까.. 이래저래 수업은 조금 늦게 끝났고, 나는 점심 먹을 시간이 부족했다. 생각해 보니 그 쪽에 주차된 내 차가 걱정되었다. 


 저녁에 서울로 올라가는 경부 고속도로 평택-안성간 고속도로 빠지는 지점에서, 어떤 차량이 내 바로 옆에서 사고가 나는 걸 목격했다. 다행히 그 차는 분리대를 넘어 나를 덮치지 않았고.. 파편만 내 앞유리에 쏟아냈다. 마치 영화 본 아이덴티티의 한 장면이 내 옆에서 펼쳐졌다. 


 아마도 졸음운전을 하다 그 앞에 일어난 사고의 여파로 정체된 곳을.. 달려오던 속도를 못 이겨.. 급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타이어의 굉음과 함께, 차체 제어가 안되면서 고속도로가 나눠지는 분리 난간에 강하게 부딪혔던 것이다.  2차 사고의 일종인데, 분명 그 운전자는 그 앞에 일어난 정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속도를 줄이지 못한 것 같다. 


 내 차와 나는 무사했다. 위험이 엄습했지만, 운이 좋았다. 오늘의 이런 일들은 일종의 경고 같았다. 운전에 대한 경각심?  어떤 징후들?  

 집에 돌아오니. 경찰청에서 온. 등기수령 예고 약속 같은 통지서가 날아왔다. 젠장, 저번주에 과속 카메라에 하나 찍힌것 같더니만, 

 또 가방을 열어 맥북을 까니 애플 마우스가 보이질 않는다. 강의실에 놓고 온 것이다. 반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일 아침에 확인좀 해달라고. 

 오늘 일진이 안 좋은날인데..그나마 심각한 불운은 넘어갔고. 이러한 자잘한 실수로 액땜하는 것일까..


 집에와서 인터넷 뉴스를 보니. 버스 기사의 자살기도.. 뜨거운 아스팔트 위엔 비애가 넘친다. 울지 말고, 졸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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