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씨의 책을 접하고 나서,  정신분석이란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관점을 심어 주었다. 사람풍경. 

좋은 이별 . 천개의 공감은 대중적으로 이미 알려진 심리 에세이 저작들이다. 이 책들을 볼 때 위로의 감응을 불러왔다. 더 나아가 그녀의 본격적 소설 작품도 읽었다. 그녀의 정신분석 과정을 들으면서 나를 파헤치고 있었다. 자기 자신과의 대면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었다. 자신의 솔직한 경험을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페르소나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나를 만나는 일은 중요하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잘 살기 위해서는..



 만가지 행동은. 심리 에세이 3권을 통해서.. 분석적 차원에 질문과 답을 한 것이라면.. 요번 책은. 그것의 삶속의 행동에 관한 것이다. 훈습이란 말은..'훈련하여 몸에 배게 하는 것이다.' 자기 내면의 문제를 인식하고 일상과 경험 속에서 자기를 변화시키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을 말한다. 불교에서의 만행을 풀어쓴 것이 이 책의 제목이다. 이론은 알지만. 삶 속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실천할지에 대한 본인의 경험담이다. 



 여행 속에서 만나게 된 일화들을 얘기하며. 이 책은 차츰 어떤 단계를 밟아 나간다. 나한테는 중.후반부가 인상이 깊었는데, 전이. 역전이. 투사적 동일시.. 이런 부분이..새롭게 다가왔다. 내 경험에 비춰보며.. 고개를 끄덕끄덕.. 그때..내 정신은 그랬었구나를 연발했다. 사실 새롭게 안 사실보다..다시 확인하는 차원이었다. 사소할 수 있는 사건이 어떻게 내게 의미를 갖게 되고 새로운 인식과 깨우침을 통해 변화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 그것을 긍정하는 삶을 배웠다. 만남은 앎의 공부를 이끈다. 



 그 과정의 끝은 결국..종교다.. 종교란 ‘으뜸가는 가르침’ 이란 뜻이라고 하던데, 가르침의 정수를 담고 있는 종교는 그만큼 중요할 것이다. 

 낯선 삶과의 마주침에서 오는 차이의 긍정.. 그리고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 나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


이제 나는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을 가르는 기준을 하나 가지고 있다. 아마추어가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일한다면 프로페셔널은 자기에게 유익하고 즐거운 일을 한다. 아마추어가 타인과 경쟁한다면 프로페셔널은 오직 자신과 경쟁한다. 아마추어가 끝까지 가 보자는 마음으로 덤빈다면 프로페셔널은 언제든 그 일에서 물러설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그 결정적인 차이는 내면에서 느끼는 결핍감 유무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80


 어떤 경험이나 감각이든 그것을 내면에 조용히 간직할 수 있을 때에만 그것을 자기에게 유익한 성분으로 숙성, 변화시킬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 혼자 조용히 머무는 사람은 신비한 지혜에 닿는다." 97


상대의 감정에 대응하는 순간, 고스란히 그와 똑같은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타인의 분노에 감염되어 함께 목소리를 높이는 일보다 허망하고 어리석은 일은 없었다. 126


공감이나 공명도 내면을 비워 내면 절로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지만 내면을 비우면 타인의 지혜와도 곧바로 소통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 저 마음이 내 마음이다." " 온 인류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존재" "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는 말이 다 같은 의미..모든 타인은 존중하거나 배우는 대상일 뿐이었다. 133


 페르소나는 가면이라는 의미로, 외부적 인격, 사회적 자기 등을 뜻한다. 생애 초기에는 그것을 만들어 가져야 하고 , 그것을 완성하는 것이 인생 전반의 목표라 여긴다. 그러나 페르소나는 진정한 자기 자신이 아니며, 그것에 지나치게 사로잡히면 위험하고 미성숙한 사람이 된다. 군인처럼 강인함만 지나치게 드러내려 하거나, 선생님처럼 자신의 옳음만 부여 주려 애쓰게 되는 것이다.  152

 페르소나는 원형들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그 사회에 수용되는 아이덴티티를 만든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치유자가 되고 어떤 사람은 무사가 되어 인류가 만들어 둔 역할을 떠맡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의 원형에는 그림자가 섞여 들어 왕보다는 폭군이, 무사보다는 약탈자가, 마술사보다는 사기꾼이, 연인보다는 난봉꾼이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155


 훈습의 전 과정에서 두 번째로 넘기 어려운 고비는 역전이였다. 역전이를 행동화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것이 역전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상대방에게서 건너오는 감정에 휩싸여 그대로 반응하는 일이 많았다. 내면에 분노가 많은 사람에게 반응하여 목소리 높여 많은 말을 하고 온 날은 입맛이 썼다. 그때는 자주 '마음은 다만 거울일 뿐'이라고 중얼거렸다. 187


 충고, 탐색, 해석, 비판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말을 되갚아주는 방식으로 대응하지도 않는다. 

 우상 숭배는 욕동에 이끌려 다니는 일이고, 그것은 곧잘 중독으로 치닫는다. 

 투사적 동일시 "생각은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곳에 존재한다."

 '아드레날린 후 우울증'

 사랑엔 우연은 없다. 


 마음속의 감옥에서 학대하고 학대당하는 나의 미성숙함이 사뭇치게 괴롭다. 진실은 깔끔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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