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성 영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영화는 참 숙연하게 영상의 아름다움을 음미했다. 후반부는 소녀의 사후세계가 많이 그려지지만 처음 시작할 때 부터 소녀의 차분하고 담담한 나레이션으로 살인 사건의 전말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14살 소녀의 비극적인 살인사건은 이승과 저승사이에서 한 소녀의 성장통속에 가족의 사랑과 과거의 그리움이 녹아있다. 그리고 사랑으로서 치유와 유대를 드러낸다. 죽은 소녀와 남겨진 가족의 참담한 심정이 저절로 숙연하게 만드는 좋은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감독의 이름값 보다는 나오는 배우들 때문이었다. 주인공 소녀의 순수한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로 나오는 레이첼 와이즈와 마크 월버그의 연기 조합도 궁금했다. 주인공 배우 이름이 시얼샤 로넌. 영화 웨이백에서 처음 보았는데, 내게는 무슨 여신 같은 외모로 보임..


 미디어에 의해 연실 흉흉한 뉴스가 횡횡하고 사람들의 기억속에 그저 뉴스로 소비되어 기억에서 금새 사라지는 요즘. 피해자와 남겨진 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마음깊이 공감으로써 나눠보자. 마음의 치유와 위로의 정이 이 영화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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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퍼져서 이리저리 채널 돌리다 우연히 보게된 다큐멘터리 영화다. 쭉 보게된 이유는 막 시작하는 오프닝 타이틀 부분이었고, 야구에 관한 다큐였기 때문이다. 포스터 사진에서 보듯이 너클볼을 던지는 투수에 관한 이야기,

 너클볼 투수가 현역 메이저리그에서 단 2명 이었는데, 포스터사진속 팀 웨이크필드는  통산 200승을 달성하고 명문 구단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올해 초 은퇴했다. 나머지 한명은 뉴욕 메츠의 R.A. 디키. 이 둘이 영화의 주축이고. 왕년의 너클볼 투수들이 나온다. 그들은 우정어린 교류와 연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만큼 너클볼 투수는 흔치않은 존재이고, 꽤 흥미로운 소재이자, 은근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사진속 저 그립폼으로 던지는게 너클볼이다. 이것은 속도와 힘, 정확한 제구력을 우선시 하는 야구에서 정 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 공을 손톱으로 쥐고 던지기 때문에, 공이 회전하며 날라가는게 아니라 무회전으로 날라가, 타자가 보기엔 공이 흔들려 보이고 포수는 정확한 포구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 한다. 심지어 던지는 투수 조차도 던지고 나서 어디로 공이 떨어질지 모른다고 한다. 한마디로 마구.

 

 속도가 지배하는 야구판에서 오히려 힘을 빼고 속도를 늦춰, 가공할 힘과 스피드의 타자들을 제압한다는 것이 이 너클볼 투수들이다. 영화의 나레이션에서도 마치 선승의 수행과도 같은게 너클볼 투수라고 한다. 힘과 힘의 맞대결이 아닌, 어떤 공함 이나 무심함으로 힘을 제압하는 이상한 볼 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너클볼 투수는 흔치않고. 야구판에서 고독한 존재로써 편견에 맞서고 자신의 주어진 한계를 최대한 극복하려는 모습이 보여진다. 이 두 너클볼 투수가 한마디로 약육강식의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는 방법과 너클볼 투수가 되는 사연들이 감동적이었다. 주어진 삶의 한계에서 또다른 돌파구를 찾아 너클볼 투수가 된 것이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포기하면 안 됩니다

두어경기 망칠수도 있고
제대로 안 떨어지는 너클볼을 던질수도 있으니까요

자신감을 잃으면 안 됩니다
가끔 안 풀릴 때가 있는 거죠

너클볼 투수가 된다는건 
죽었다 살아나는 걸 반복하는 겁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면 안 되죠

일단 내 손에서 벗아나면
나머지는 세상에 맡겨야 하니까요

 

여기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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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근래에 개봉했던 한국영화들에 대해 글을 쓰기가 망설여진다. 개인적 기억의 내밀한 면을 건드리는 그런 영화는 타자화시켜 보지 못하고,  말과 글로 말하기가 어려운 지점에서 나는 감성의 어두운 층에 침잠한다. 영화 은교는 요즘의 그런 망설임을 무릅쓰고 감정의 수면위로 떠올린다. 


 별 정보도 없이 개봉날인가 그 다음날인가에 보았다. 소설이 원작이라길래..그리고 해피엔드의 정지우 감독이래서.. 무작정 좋겠거니 했다. 영화가 괜찮아서, 바로 원작 소설책도 사서 읽었으니, 내겐  둘 다 좋은 작품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보통의 관객에겐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인 것 같다. 보편적인 사랑이나 감정을 이야기 하는게 아닌. 인간의 내밀한 욕망, 늙음의 두려움과 사회적 금기의 상충된 감정은 개개인에 파급되는 영향이 극과 극일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나름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홍보를 대중의 원초적 자극에만 집중하는 듯 하다. 은교를 연기한 김고은 이란 배우의 베드씬은 노출 수위와 묘사는 영화에서 필연적으로 녹아있는 것임에도, 그것만 자꾸 이슈화하는 것은 왠지. 앞으로 미래가 창창할 신인배우에게 상처나 부담이 될 거 같다. 그런 자극적 이슈를 떠나서 분명 좋은 영화였다. 


 노인과 여고생의 사랑?. 그 노인의 시선이 궁금했다. 왜냐면, 요즘 나의 시선은 분명 노인의 감정과도 비슷할,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청명한 봄날의 대학가의 싱그러운 젊음을 나는 부러워한다. 질투일지도 모르겠다. 30대 중반의 시선이라기 보다, 노인의 탄식 처럼 기쁜 한숨을 짓는다. 내 안엔 60대의 시선과 아이의 천진난만한 시선이 동시에 존재한다. 마치 애늙은이 같은 감정의 시선이 펼쳐져있다. 때묻지 않은 동심을 지켜가면서 그 깊이를 만드는 일 이 어쩌면 나의 일이다. 


 박해일이 연기한 70대 노 시인, 이적요의 안타까운 마음이 이입되었다. 껍데기가 늙어도 마음만은 찬동하는 생명력에 탄복해 끌리게 되는 그런 순간들.. 하지만 이 자연스런 감응은 너를 육체적으로 갖고 싶다라는 욕망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면서, 회한과 탄식의 지점에 놓이게 된다. 육체의 감각을 가진 우리의 죄다. 육체와 정신의 조화로운 늙음이란 가능할까. 마음만은 청춘인데, 육체는 썩어가는 고동나무 같다면., 그건 비극이다. 연소되지 않은 청춘은 언젠가 파멸로 이끈다. 




 머뭇거림은 그래서 위험하다. 이 순간의 젊음을 오롯이 즐기는 거야 말로 진짜 삶이다. 우리는 계속 늙어가고 있으니까.. 생의 한 복판에서 나는 이제 현재의 충실에 집중한다. 그리움과 불안은 내 것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그래도 일말의 아쉬움은.. 초반부, 박해일의 노인의 음색과 대사 처리가 생뚱맞게 느껴졌지만.. 나중엔 영화에 빠져들면서 별 상관은 없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음악의 사용이 과하거나 우스꽝 스러운 점은 좀 그렇다.  촬영과 색감등도 좋긴 하지만. 디지털의 날라가 버린 색감 보다는, 필름의 생생하고 깊이있는 색감이었으면 어떨까 하는, 특히 위 사진속 장면은. 피부의 하얗고 뽀얀 묘사가 가볍게 느껴진다. 어쩌면 그런것도 감독의 의도인지도. 금방 사라져버릴 한때의 찬란한 아름다움 같은..


 주인공 세사람의 심리가 매우 흥미롭고 의미있게 다가왔다. 분명 소설엔 좀 더 디테일 하지만, 영화가 글 처럼 다 묘사할수 없는 점을 상상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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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에 나온 변영주 감독의 2번째 상업 장편 영화이다. 그녀는 한국 독립 영화의 대표적 여성 감독으로 낮은 목소리란 다큐 작품으로 이름을 떨친 사람이다. 그러나 다른 평론가의 표현으론, 독립영화계의 스타 감독이지만.. 2편의 장편 상업 영화를 말아드신 분이다.  첫 충무로 데뷔작인 밀애(2002)를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 보구선..테잎을 벽에 던질뻔했다.  


 그래도 이 영화 발레 교습소는 그 정도는 아니나..상업 영화 연출을 공부하고 있나..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배우들의 초심의 열정들이 풋풋하게 뭍어나지만, 그것을 담아내는 연출 감각이 고루하다. 80년대 감성이랄까.. 2004년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꽤 오래된 영화의 느낌을 자아내는건  감독의 센스가.. 보수적이지 않을까 싶다. 시퀀스 하나하나가..다 질질 끄는 느낌이 다분하다. 감독의 경력 만큼. 다큐와 대중 영화와의 경계에 어중간하게 걸쳐 있는 느낌..


 최근에 7년만에 찍었다는 세번째 영화인 화차는 어떨지 궁금하긴 하다. 전혀 기대는 안하니 오히려 괜찮을 수도..


 발레 교습소를 찍을 무렵일텐데 다니던 학교에 변영주 감독이 특강을 온적이 있다. 겉으로 풍기는 인상은  남자에 가까웠다. 덩치도 컸고, 목소리도 남자 같았다. 별기억에 남지 않는 강연을 했고, 기억에 남을 질문을 누군가가 마지막으로 던졌다. 뒤돌아 보니..잘 아는 여후배. 분명 그녀는 고민고민에 마지막 질문자로 손을 들었을 것이다. 

 문제의 질문은. 감독의 개인적인 성적취향에 대한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요지는 남자랑 자봤느냐는..  객석의 반응은 술렁였고 나도 놀라면서 걱정되었다. 분명 그 후배는 무례하게 굴려고 하는게 아닌.. 순진한 호기심과..근본적으로 성 정체성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궁금했을 것이다. 분명 전작인 밀애의 주제도 그랬던것 같고.. 하지만 후배는 이런 저런 맥락을 넣어 질문하려다가..결과적으로 그렇게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는데  변영주 감독의 반응은 되게 기분나빠했다. 객석에는 계속 후배를 쳐다보며 수근거렸고. 졸지에 그 후배는 강연의 마지막 분위기에 확 찬물을 끼얻는게 되버렸다. 


 나는 변영주 감독의 대처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기분나쁨을 똑같이 학생에게 되물리며 나무라는 투 여서 실망했다. 뭐 이미 밀애란 작품으로 실망의 극치 였으니.. 후까시 가득찬 감독으로 보였으니.. 뭘 어떻게 하던 호감은 아니겠지만,  좀 어른으로써. 포용의 반응이었으면 좋았을 걸.. 


 여하튼 감독의 애매모호한 성 정체성 만큼 이 영화도. 덜 익은 사과 같다.  부사인지 알고 사각사각을 기대했지만, 국광의 퍼석퍼석함이 뇌리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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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 생각할꺼리를 많이 남겨두는 좋은 헐리우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소리 소문 없이 잊힌 영화였다. 운명과 자유의지에 대한 SF적 로맨스 영화라고 할까.. 역시 원작은 SF단편소설의 대가. 필립 K.딕.

 재미를 찾는 영화라기보다,  자신의 운명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자유의지와 사랑에 대한 담론이 깔린 좋은 영화였다. 

 다만. 여주인공이 영화속 맷 데이먼이 그렇게 운명을 거부하며 올인하게 되는 평생의 여자인지에 대한 감정이입이 별로 안 든다는 점이..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일 듯 싶다. 

 다른 글을 좀 보아하니 다른 이들도..여주인공인 에밀리 블런트의 비호감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 연기를 못 하는것도 아닌것 같은데, 타고난 아우라가 주연급의 존재감은 아닌것 같다. 이 배우를 처음 본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에서 처럼..까칠한 비서 같은 조연급의 연기에 빛을 발하는 배우가 아닐까..

 이 영화에서는 좀더 숭고미가 있는 여배우 여야만 했다. 그 둘의 우연의? 만남은 좀 더 특별한 감흥이 북받치도록 느껴져야 하거늘..왠지 좀 쉬운 여자 처럼 보여지고 느껴진다.. 아무튼 그것만 빼고는 꽤 수작이다. 

 필립 K 딕의 소설은 원작 보다, 그걸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더 좋다. 왜냐면, 워낙 단편 소설이라,  모티브만 제공하는 셈이고..거기에 상상을 붙여 나온게 헐리우드 SF대작들이라.. 뛰어난 아이디어와 확실한 볼거리..

 아마도 보통의 사람들은 이 영화가 헐리우드 SF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액션 씬(총질이나 자동차 추격씬)도 없고..대단한 비주얼도 없이.. 그저 후반부에 주인공이 쫒기며 줄창 뛰는 것만 있는 데서 실망하지 않았나 싶다.  감독이 액션 대작  본 시리즈의 각본가 라고 하던데, 나는 오히려 뻔한 액션이 없어서 너무 좋기만 했다.. 맷 데이먼이 절박하게 달리는 액션에서 감동 받았다고나 할까.

 

 이 영화에 깔린 전제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운명에 대한 공상적 가설이다. 사람의 인생이 그러하게 흘러 가게끔 하는 기관이 있다. 운명이라 불리는 한 사람 인생의 대략의 루팅.. 그 와중에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선택을 하고..그런 모든 과정이 그 사람이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결과를 가져다 준다. 이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어떤 기관에 의해 설정되었는데, 영화속 우리의 주인공은 현재 상원의원 선거 출마 중인데, 아마도 미래의 차기 대권 후보이며. 설정대로라면 앞으로 대통령이 될 사람이다. 상원의원 선거에서 패하고.. 패배의 연설을 앞두고 화장실에서 혼자 리허설 하는 와중에 여주인공을 만나, 연설의 영감을 받아.. 나중을 위한 발판(훌륭한 이미지)을 만든다. 

 여기까지가 원래 그녀와의 인연의 끝이었다. 

하지만. 그의 컨트롤러를 관장하는 사람이 문제의 그날 아침.. 공원에서 깜박 졸아. 그가 그 시간에 버스를 못 타게 누군가와 부딪혀서 옷에 커피를 쏟게 만들어 다시 집으로 가서 갈아입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고, 그 와 그녀는 버스안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다. (그들이 운명적으로 다시 재회하게 되는 이 장면이 꽤 중요한데, 좀 가볍게 연출된듯한 아쉬움.. 역시나 여배우의 힘.. 멜라니 로랑이 이 역할을 맡았어야 해..) 

 문제는 그 뿐만 아니라 계획보다 사무실에 일찍 도착한 그는 못볼것을 보게 된다. 설정기관 사람들이 정지된 사람을 재설정 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그들은 그녀의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태워 버린다.  그 후 3년동안 그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연락을 할 수 없는 그녀를 우연히 만나기 위해.. 

 성이라도 가르쳐 줬으면, 찾을 수 있었겠지만.. 앨리스란 뻔한 이름밖에 몰라.. 그렇게 3년 이라는 시간이 갔지만, 결국..우연히 가까스로 그녀와 재회한다.  계획에 없던 우연에 의해 다시 설정국 사람들은 그들을 떼어놓기 위해 조정에 들어가고.. 그는 필사적으로 그것에 저항한다. 

 그가 그녀를 만나면 충일함에 더 이상 발전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가 정치인으로써 지금까지 오게 된 삶의 경위는 결핍에 대한 반동적 반향이었다. 그래서 그런 상실과 실패를 극복하고 차기 대선 후보까지 .. 오르게 되는 운명이었다. 마찬가지로 그녀 또한 미국을 대표하는 안무가로 이름을 떨칠 운명이지만 그를 만나면, 초등학교 무용선생에 불과할 것이라고..그들은 말한다.. 

 그는 자신의 안위보다는 그들에 의해 그녀의 안위가 그렇게 되가는 것을 못 참고.. 어쩔수 없이 그녀를 떠난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그녀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그는 인간적인 정이 있던 자신의 컨트롤러 직원에게 그들 처럼 공간 이동할 수 있는 비법을 전수받고.. 그녀의 결혼식에서 그 동안의 경과를 그녀에게 설명한다..그렇게 발설하면.. 설정국 직원이  자신을 완전히 지워버린다는 무서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설정국 요원들을 피해 도피한다.. 자유의 여신상 밑에서 그의 절박한 사랑의 감정에 그녀도 감응하고.. 미래가 어떻게 되었든 그녀는 그와 함께함을 선택한다.. ( 되게 감동적인 장면 ) 자신의 믿음에 올인 하는 그들의 모습은 많은 귀감이 된다. 

 그렇게 쫒기고 쫒기다 막다른 곳에서 그들의 사랑은 절박하게 빛을 발하고 설정국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들은 새로운 삶의 선택을 이루었고, 예정에도 없던 삶의 루팅을 만들어 가게 된다.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운명의 궤도를 벗어나 용기와 선택의 점프를 감행한 그들은 보통사람과는 다른 지점에서 그들의 역사를 만들 것이다. 

 이 영화의 주제에 대해 많은 개인적인 상념들이 있지만 아직은 위 포스터 처럼 고개를 들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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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  무조건 봐야할 영화다.. 더더욱. 훈훈한 남자.. 오웬 윌슨이 주인공. 한밤의 파리라.. 개봉도 하기 전에, 파일이 보이길래, 무조건 다운. 개봉하면 다시 한번 볼 것이다. 극장에 요즘 뭘 하는지 검색하는 것 보다. 새로 올라온 파일이 뭐있나 보는게 더 좋은 작품을 고르는것 같다. ㅜ

 극장에서 본 영화보다. 파일로 본 영화가, 보고난 후. 글을 더 쓰게 되는것 같다. 다시 리마인드 하기 쉬어서 그럴까. 꼭 그렇지는 않지만, 집에서 혼자 볼때가 더 집중이 잘 되는점도 있다. 아니 영화의 매력에 깊이 빠져든 작품일수록 글쓰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객관적 거리를 두고. 비평적 사고가 아닌. 주관성의 몰입은 속깊은 마음의 반향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좋은 작품은 마음속에 숙성되어져야 한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 물이 오를대로 오른, 대가인 우디 앨런은 이번에는 환상적 요소인 시간 여행을 가미했다. 뭐 우리가 흔히 하는 상상에 불구한데도 이 노장 감독의 이야기엔 왠지 특별한 구석이 있다. 아마도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다지...

 젊은 소설가인 오웬 윌슨은 약혼녀 가족과 함께 파리 여행을 온다. 약혼녀는 매우 현실적인 인물.. 그녀의 부모들은 딸의 애인을 그리 탐탁치 않아 한다. 소설가란 직업과 감성을 이해하기에는 그들은 너무 상류층이거나 보편적인 시선.. 

 그런 사람들과 은근히 섞이지 못하고 어느날 혼자 밤거리를 배회하다 1920년대 클래식 차를 우연히 동승하고 그는 그 때의 시절로 들어간다... 스콧 피츠제랄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활동하는 그런 파티에서 그가 동경했던 꿈에 그리던 20세기 초의 위대한 예술가들을 만나게 된다. 젊은 피카소를 보고...브뉴엘..살바도르 달리...만레이 등등등..의 초 호화 예술가 들과 교류한다. 

 예술에 있어 자신이 생각하는 골든 에이지에 시간여행으로 들어간다는 설정. 상상만 해도 흥분되지 않나.. 이걸..영화로 부여주다니.. 보는 내내 즐거운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오웬 윌슨의 순하고 벙찐 모습도 좋고.. 애드리안 브로디가  달리로 분한 모습은 너무 똑같아서.. 정말.. 환상의 극치 였다. 

 영화 처음부터 옛 음악과 초여름의 파리의 모습은 환상에 빠지기 쉽게.. 너무 아름답게 보여준다. 역시 영화는 환상의 매체라는 걸 우아하게 보여준다. 

 (내가 생각하는 골든 에이지는 60년대 중후반..의 문화사적 과도기..비틀즈가 활동했고..지미 헨드릭스가 우드스탁에서 연주 하던 히피들이 사랑의 여름을 주창했던.. 그 시절이 황금기 아닐까.. 어릴적 보았던. 케빈은 12살의 원제도..원더 이어스 이고 이 시절의 청소년기를 다룬 드라마 였다.)

 과거를 그리워하고 동경하는 것은 현실이 불만족이고 우울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과연? 

 꿈에서라도 내가 동경하는 예술가와 대화를 나눌수가 있다면.. 영화속 소설가 지망생 오웬 윌슨은 헤밍웨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소설가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대해 이야기 듣는다. 헤밍웨이의 진중함, 죽음에 초연한 눈빛은, 연기하는 배우였지만. 인상깊었다. (노인과 바다를 영어책으로 읽고 있었는데, 그리 간결한 문체는 아닌것 같던데..)

 현실의 낮 동안에, 약혼자의 친구 커플과 관광 명소를 돌아다니는데, 아마도 오르셰 미술관 에서 부턴.. 약혼자가 소르본 대학에서 강의를 할 거라는 남자를, 말하는 족족 치켜세우고 그에겐 말도 못하게 무시하는데,  그 전날 밤에 본 피카소의 그림과 연인 아드리아나의 사연을 미술관 그림 앞에서 그들에게 생생히 이야기 하고 쑥 빠지는 장면에서 역시 우디 앨런 감독의 재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책으로 읽은 지식(정보)의 나열은 아무 쓸모도 없는 허세에 불과했다. 

 아드리아나와 파리의 야경속에 데이트 하며. 서로 더욱 가까워 지던 찰나.. 그는 현실의 약혼녀 얘기를 하고 아드리아나는 삐쳐서 떠나고 그는 그 카페에서 달리와 루이스 브뉴엘..만 레이를 만난다. 미래에서 온 그의 이야기는 초현실주의자인 그들의 작품에 영감을 끼치게 되고.. ㅎ 이런 장면들..짧지만 너무 재밌다. 그의 이야기를 듣던 루이스 브뉴엘의 심각한 얼굴이란.. 안달루시아의 개를 아직 다 보지 못했는데, 꼭 봐야겠다. 

 그는 당시 유명한 예술 평론가 혹은 편집자인 거스루쓰 스타인 에게서 작품의 리뷰를 듣는다..예술가의 일은 절망에 굴복하는게 아니라 존재의 허망함에 치료약을 주는거다 라고 패배주의자가 되지 말고 확신에 차고 생동적 이어야만 한다고 충고한다. 

 약혼자는 그를 내비두고 그 유식한 학자와 놀러다니고.. 그는 낮동안 혼자 파리를 산책하다.. 중고책으로 아드리아나의 책을 구했는데.. 그 안엔.. 자신을 만난 이야기와 속마음 하며, 그 후 벌어질 일이 적혀 있다.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선물했고..자신과 하룻밤 사랑을 나눴다고.. 그 때부터..그는 흥분해서 그것을 준비하며 부산해 하는 모습은..마치..내 일인듯..흥미롭고 설레였다. 역시 우디 앨런 감독은..위트와 재치의 대가.. 오웬 윌슨의 소박하고 격식없고, 몽환적인 캐릭터는 너무 공감적으로 다가왔다. 

 그가 아드리아나에게 작업걸 때.. 그들앞에 마차가 당도하더니..그들에게 타라고 한다. 그걸 타고 간 장소는 그녀의 황금시대..1890년의 파리.. 또 거기서 고갱과 드가를 만난다. 근데 그들은 르네상스 시대를 황금시대라고 그리워하며 현실을 부정한다... 여기서 그는 깨닫는다.. 진정한 글을 쓰고 싶다면 자신의 환상(과거가 더 좋았다는 그래서 현실도피적..인 환상)을 없애야 한다는 걸.. 

 하지만 이 영화는 파리에 대한 환상을 잔뜩 심어준 영화였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영화속 현재의 파리 모습이나.. 과거의 파리 모습 모두..나의 현실부정에 일조하지만, 낭만적인 해피엔딩은 꿈꾸듯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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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니 뎁의 영화를 섭렵하던 시절 보았던 아주 따듯한 감성의 영화다. 이 영화와 함께 길버트 그레이프도 떠오르는데 장발의 머리 스타일도 비슷하고 아마도 비슷한 시기였지 않을까.  가위손과 길버트 그레이프의 중간쯤에 위치한 이 영화는 조니 뎁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버스터 키튼의 무성영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외양과 내면은 시종일관. 영화속 샘(조니 뎁)의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예전에 저녁식사에 초대된 식탁에서 메인 요리를 기다리며 영화에서 샘이 포크로 찍은 빵으로 춤추는 걸 흉내낸적이 있다. 잠깐이었지만 인상적이었는지..예술적이라고 했다. 그땐 그러한 행동이 무의식결에 툭 튀어나왔다. 감수성 예민할 때 이러한 영화속의 독특한 캐릭터는 큰 영향을 준다.
 
 다리미로 토스트를 만들거나.. 삶은 감자를 테이스 라켓으로 으깨는 방법은 매우 신선했다. 마임 연기 또한 소소한 웃음을 유발한다.

 매우 소박한 내용이지만 따듯한 마음으로 깨우침을 주는 영화였다.

 베니와 준은 남매인데.. 어릴적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죽고 오빠가 동생을 극진히 보살피며 살아가고 있다. 동생은 정신병을 앓고 있는데, 그녀의 유일한 소통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동생 뒷바라지 하느라 변변한 연애도 못하고 살아가는 베니는 자신의 삶이 저당답혔다고 여기며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간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자들도, 아픈 동생이 있다는 핑계아닌 핑계로 자신감은 바닥이다. 자신의 삶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게 동생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한다. 부모가 없어 자신이 보살펴야 하는 아픈 동생은 베니에게 뿐만 동생인 준에게도 겉으로 보이지 않게 큰 부담이다.
 그런 와중에. 포커 게임에 진 벌칙으로 친구의 골칫거리 사촌인 샘을 맡게 되고, 이 독특한 인물에 그들은 분위기가 좋아진다. 베니의 연애도 진전이 있어보이나. 결정적으로 다시 베니의 보호 본능이 발동하고, 준이 샘과 잔 사실을 알고..분노한다..다시 준은 정신병이 심각해져..감금되고, 샘의 도움으로 베니와 준 남매의 보이지 않는 감정적 화해는 물론이고, 준과 샘의 사랑도 이루게 되며, 또 그 자신의 사랑도 진척을 보이며 영화는 끝나게 된다. 

 비교적 젊은 줄리언 무어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참 매력적 이었다.  
 누군가에게 헌신한다는게.. 그것을 받는 사람 입장에선..생각하기 보다. 나의 사명에 의해 이루어질 경우. 그것은 이타적인게 아니라 이기심에서 비롯한 것이다. 내가 베풀고 있는게 진정한 이타심인지.. 사랑은 이기심의 발로가 아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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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를 이제서야 보았다. 대학교 1학년때, 누군가의 자취방을 가니 이 영화를 포르노 영화와 다름없이 취급하며 감상하고 있었다. 얼핏 보니..거시기가 적나라하게 다 보이는게, 딱 포르노 였다. 그다지 아름다운 장면이 아니어서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그 후 어떤 인문학책을 읽을때, 간간히 이 영화에 대해 언급되어 조금씩 호기심이 일었다. 

 이 영화가 뒤늦게 한국에서 너덜너덜하게 짤린 상태로 개봉했을때, 예술이냐 외설이냐의 논란이 오갔었다. 꼭 둘 중의 한 곳으로 나눠야 할까.. 내가 보기엔 예술적 포르노 이던데.. 분명 감독의 표현 의도가 있고, 그 방식은, 숨기지 않는 적나라함은 포르노의 형식과 같다.

 별 이야기도 없이 두 주인공이 끊임없이 성에 집착.탐닉하는 영화의 뼈와 살은 영화속 배경인 1930년대 일본 군국주의 정점의 비판을 상징. 환유적으로 상응하는 것이라 하나, 그렇다해도. 시종일관. 노골적인 섹스와 점점 더..사도 마조히즘적..변태적 성행위들을 보여주는 것은 감독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해도..원초적 말초신경만 자극할 뿐이다.
 이 영화에 대한 평론글들을 읽어보면 전문가들은 너무 의미부여를 많이 하는듯 하다. 실제 사건의 시대배경이 1930년대 이니만큼 그 역사적 시대정신이 뭍혀지겠지만, 과대해석은 지양하고 영화의 전달력에 집중해야 할 듯 싶다. 어쩌면 이 영화는 표현의 형식이 너무 강해 그 의도가 묻혀 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한 여인의 에로스의 충동이 타나토스(죽음충동) 에 이러 엽기적인 행각에 이르게 되는걸 보여준다.. 시종일관... 그들에겐 사랑이 아닌, 과도한 집착만 있을 뿐이다. 사랑의 아름다움 같은건 전혀 없고.. 참 별난 년.놈들이란 생각은 일본이란 나라의 성문화는 참 요상하단 지점에 이른다. 아마도 일본이 뒤늦게 통일국가를 이루게 되기 전까지 끈임없이 지네들끼리 싸우고 죽이고 하면서 씨가 모자라니..개처럼 어디서건 싸질러버리는 동물적 본성이 뿌리깊어서 그럴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나마 백제인들이 넘어가 조금은 문명화 시킨 것이라 추측된다. 

 전쟁과 자연환경은 성문화.의식을 바꾸게 한다. 내륙과 바닷가 지방의 차이도 분명 있을 것이고. 섬인 경우는 더더욱.. 강릉 단오제의 진뜻을 아는가..ㅎㅎ 되게 야릇하며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도..놀기 좋아하는 습성은 뿌리적으로 만만치 않다. 조선시대. 성리학..유학이 그렇게 자리잡을수 있었던 것은 그 이전의 시대가 얼마나 동물처럼 문란했으면.. 그렇겠냐 하는.. 추측이.. 또 지금의 단일 민족이라는 허상은, 우습다.. 우리는 죄다 북쪽의 몽골리안 혈통은 단일하긴한데, 참 역사적으로 생각하면..슬프기 그지 없다.

 

 예전에 일본인 한테 일어를 배울 기회가 있어서. 2달 과외 받은적이 있다. 완전 초보래서 일본인이던 한국인이던 상관은 없었지만, 나는 중간에 쉬는 시간에 언어 이외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알고 싶어,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일본인 선생이 한국말을 잘 해서 가능한)  그런 와중에 일본의 성문화에 대해서 질문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경솔했단 생각이 든다. 왜냐면 여성분이어서 그런지 난처해했다. 아마 딱히 자기도 그런 생각을 안 해 봤을 것이다. 질문의 요지는 문화적 다양성과 그 크기(갭)였던거 같은데.. 일본은 그런면에서 참 흥미로운 나라다. 예술적 깊이와 키치적 혀내두룸은 기대이상을 초월한다. 
 동경 이야기가 있는 반면..감각의 제국도 있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도 생각났고. 아라키 노부요시의 사진도 생각났다. 성과 연관해서 일본성..이란것이 같이 뭉등거려 생각하게 했다.

 뭐든지 과하면 이로울게 없다. 특히 남자에게 섹스는 자신의 생명을 버리는 일이다. 다시 채워지긴 하지만 정기를 뿌리는 일이다. 사마귀가 교미할때. 수컷의 단물을 다 빨아먹고 심지어 먹어 치우기까지 하듯. 이 여인의 집착은 결국 동의하에 남자의 정기를 고갈시키고.. 그것을 잘라 소유하기 까지 한다. 실제 사건이었고..그 당시에도 대중들에게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전쟁시절. 성으로의 죽음충동은 그리 멀게 있지 않았다. 극단적으로 흐르는 사회일수록. 성에의 극단적 쾌락은 넘친다. 

 마지막 그걸 자를땐. 볼 수가 없었다. 나는 피, 그런 신체적 절단의 시각적 충격에 예민하기 때문에 정신 건강상. 급하게 손으로 눈을 가렸다. 다시 보고 싶단 생각은 안드니. 포르노가 아닌가..갸웃거려 보지만 그렇다고 예술이라고 하기엔 영화의 매체적 성격상..너무 상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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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디오 테잎 대여점에서 이 영화를 발견하고 되게 기분 좋았다. 대학에 들어가고 입시의 억눌림에 해방되어 마음껏 영화를 탐닉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고전 영화의 느낌이 다분하지만 그 때는 최신작에 위치한. 따근따끈한 영화였다. 

 스무살의 내가 보기엔 그냥 재밌는 노처녀? 이야기 였다. 영화속 파니의 나이가 곧 서른을 앞둔 나이인데 그 땐 정말 멀고 먼 세대의 나이였다.당연히 공감이나 자잘한 재미를 놓쳤겠지. 그래도 참 좋은 영화였다. 사랑에 울고 아파하는 그 심정은 지금이나 스무살이나 무게가 다르지 않다.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있자니 세월이란 것이 묘하게 다가온다. 장면 하나하나가 유쾌한 재미와 공감(이해)로 가득하다. 비디오 테잎의 저화질에서 못 느꼈던 미장센들이 LCD 티비에 USB를 꼿고 플레이 하는 디지털 화면에서 파니의 속마음까지 속속 들여다 보는 것 같이 생생하다. 스물과 서른 중반의 나이는 이 영화를 다르게 보이기에 충분하다. 그때의 서른과 지금의 서른의 간극이 명확하듯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서른의 의미는 강력하다. 심지어 홀로 외로움 가득차 넘기는 서른은 더더욱..
 
 영화속 파니는 다른건 별로 부족하지 않지만 남자의 부재에 의한 외로움이 지극한 여자다. 나이를 떠나 노처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해골이 주렁주렁 귀걸이 부터, 외모는 그럭저럭 멀쩡하지만 정신 상태는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죽음에 관한 이상한 모임에 나가, 삶에 도움이 안 되는 시니컬한 이야기를 듣고 죽음에 대비하는 이상한 짓들을 한다. 외로운 사람들의 전형적 특징들, 그 만의 정신세계의 구축? 소통의 부재는 당연히 독특한 취향을 만들어 낸다. 마음이 외로운 사람은 무언가에 집착하는 것 같다. 특정한 음식이나 맛에 집착하거나 무언가에 빠져지낸다. (억지로라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상한 점술사이면서 클럽의 립싱크 가수인 오르페오에게 자신의 점 괘 를 받은 파니는 자신의 운명의 남자를 기대하게 된다. (남자를 만나게 된다는 점 이야기를 들을때 파니의 표정은 정말 사랑스럽다. 여자가 미소지을땐 왠만하면 다 이쁜듯)  점 괘 대로 금발에 파란눈, 비싼 양복, 검정 자동차. 23의 숫자의 번호판을 가진 새로운 건물 관리인은 그녀의 운명이라고 마음먹고.. 그를 향한 애꿋은 정성을 들이게 된다. 마지막 기회라기에 더더욱..무작정 돌진한다. 사실 오르페오의 모든 것은 사기에 다름없어 보이지만, 파니에겐 그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사기를 당해도 남자의 손길이 닿고 싶은 절박함이랄까.. 그 막무가내 절박은 나중에 큰 절망을 안겨오지만, 영화의 재미는 상승한다. 

 짐작하듯이 이 영화의 재미는 파니의 구구절절한 솔로의 삶이다.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가 은근 재미로 다가온다. 이렇게 재미있다니 나도 영화속 캐릭터와 다르지 않다는 반증이다. 
 서른살때. 처음으로 점을 봤는데, 신점이라 유명한 곳 이었다. 35살에 동갑이랑 결혼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 후 나랑 동갑이나 그 언저리의 여자를 보면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겼다. 점의 미래 예측은 이래서 나쁘다. 기대하는 마음을 만드니까.. 만 나이로 치면 아직 지나지 않은 것이니 희망을 가지자..ㅋ 또 한 해가 넘어간다면 미국 나이식으로는 유효하니까..(12월생이여서)

 오르페오는 반이 채워진 와인 잔을 파니에게 보여 주면서 물어 본다. 상태가 어떻냐고?  파니는 반이 비워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삶을 바라보는 자세는 부족한 것. 잃은 것을 보는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것을 긍정하는 것이라고. . 게이인 오르페오 자신도 연인에게 버림 받고 아마도 에이즈로 추정되는 병으로 죽어가는 와중에. 파니와 깊은 우정을 나눈다. 그는 죽음?에 앞서 파니에게 과거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이 현재 같이 존재하는데. 뒤돌아 보며 헛된 믿음에 빠지지 말고, 시간만 알려줄 뿐인 시계도 차지 말고. 미래만 바라보며 지금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오르페오와 파니가 사랑과 우정의 애매한 지점에서 삶을 공유하는 모습은 참 포근했다.  예전에 친했던 모델아이가 항상 게이친구가 있었으면 했는데, 그 욕망이 이해가 갔다.
 더더욱 둘 다 사랑에 실패한 아픔과. 성적 욕망이 배제된? 관계는 정신적으로 더 밀착된 관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파니에게서 금을 건네 받은 오르페오는 의심스럽지만. 어쨌든 그를 통해서 파니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을.. 그리고. 23숫자의 운명의? 남자를 만나면서 영화는 끝나게 된다. 

 서른이 넘은 여자가 결혼하기는 원자폭탄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하는 영화 초반부의 나레이션은 이 영화가 꽤 오래된 영화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젠 서른의 미혼이 너무 흔해졌으니까..  
 에디트 피아프의 그 유명한 노래는 가사 내용이 이 영화와 너무 딱 들어맞는 내용이었다. 음악과 소리의 사용이 참 인상깊은 영화였다. 다시 보아도 너무 재밌는 영화였다. 노처녀 분들 꼭 보아야 할 영화..ㅋ  
 스무살땐. 파니가 정말 노처녀 아줌마 처럼 보였는데, 지금 보니...파니가 귀엽기만 하다. 통통한 허벅지도 귀여운거 보니, 내가 나이를 많이 드신게 맞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아마도 비슷한 시기의 바그다드 카페도 다시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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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이 영화 예고편을 봤을때,  아마도 이 영화는 호텔 업계와 항공사들이 제작비를 댓겠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관광산업의 마케팅적인, 너무나 불손한 의도의 영화로 여겨졌다. 허황된 여자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그런 나의 추측은 전반부 이탈리아 여행 부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멋드러진 화면속에 환상적인 요리와 밝은 사람들..감각적인 편집은 흡사 광고 영상처럼 쉽게 욕망에 빠져들게 했다.
 영화도 길고 해서 그만볼까 했지만, 일단, 이 화려한 조명술에 매혹당했고, 이 영화의 어느 부분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이 나오는 사실을 알기에 멈출수 가 없었다. 다행히도 이 영화가 중 후반부로 갈수록..주인공이 느끼고 깨닫게 되는 면이 그나마 마음에 들었다.  
 결국 2시간이 넘는 영화를 다 보고 났을땐, 처음의 편견은 어느정도는 사그라들었고, 나름 영화로 대리만족을 잘 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이 영화는 영상보다는 책으로 읽어야 화려함에 매혹당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다시 되돌아 보게 하는 자극을 받겠다.

 영화는 현실이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현실의 반영인 셈인데, 너무 터무니없는 비약과 환상은 감정의 이입에 곤란하다.
 처음 주인공이 이혼을 결심할 때, 좀 황당했다.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서 더욱 그렇겠지만, 좋지 않은 여자들의 전형 같은 모습이었다. 당연히 남자의 입장에서 볼 수 밖에 없어서 더욱 터무니없게 느껴졌다. 이기적인 여자의 허세어린 모습.  그리고 젊은 남자와의 엔조이식 만남.. 그 남편이 뭘 그렇게 잘못을 한 거지 하는 의문.. 영계 남자와의 만남은 또다시 달아나게 만들고 약 1년 동안의 여행을 떠난다. 이혼하면서 쿨하게 한푼도 못 받았는데.. 그 화려한 여행경비는 어떻게 조달한 건지..

 2주전에 20대때의 친한 친구가 결혼을 했다. 다른 친구와 결혼식장을 가면서 이런 얘기가 오갔다.
'그는 결혼을 잘 하는 걸까..'
글쎄,,
'난 딱히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
'한번 그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갔다가, 여의치 않자 다시 돌아온 거잖아.' 
그렇긴 하지.. 
 별 생각이 없었다가.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 그 친구와 보낸 시간들이.. 

 동갑인 그녀는 잘 사귀고 있는 와중에 그를 버렸었다. 더 조건 좋은 남자에게로 가는 것은 진화론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나 우리는 동물이 아닌 인간이다. 숨겨져있는 동물적 본능에서만 설명하는 결혼, 이성관계의 본질은 이성의 퇴행이다. 사회가 어떤 위기에 봉착했을때의 전조다. 아마도 그녀 또한 나이는 들었고. 누군가에게 버림 받고 다시 그에게 돌아온 거다. 그동안 그는 술로 버티고 작품에의 의지로 성과를 내가고 있었을때, 그녀는 돌아온 것이었다. 보이는 현실의 조건에서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여자를 평생 신뢰할 수 있을까..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배우자가 삐끗해 절뚝되기라도 할 때, 올바른 행동은?. 계산적이래도 힘든 시기를 옆에 지켜준 여인과 그 반대인 경우는 차이가 크다. 남자던 여자던 자신의 배우자를 최고로 여기지 않으면..그런 믿음과 신뢰가 없으면.. 사랑은 모래성이고, 결혼은 위태롭다. 

 또 요즘 내가 느끼는 건, 소비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면 같이 살기 힘들것이란 생각이다. 대부분 가정의 내력 같은건 소비에 대한 철학이 다분하다. 어릴적 부모로부터의 영향은 가정 경제력에서 오는 씀씀이의 내재적 관점이다. 절제되고 검소한 환경의 사람과, 남에게 드러내기 좋아하는 베포가 큰 사람은 소비주의의 현대의 삶을 살면서 부딪히기 일수일 것이다. 엊그제 부인의 생일 선물로 100만원 짜리 명품 지갑을 선물한다는 지인은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 그런데도 매해 결혼기념으로 해외여행을 꼬박 가는걸 보면 신기하다. 분명 그 부인은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다분할 것이다.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 마지노선의 폼생폼사는 우울하다.

 여하튼 초반에 좀 거부감이 들었지.. 보는 내내 참 나른한 몽상을 선사하는 영화였다. 줄리아 로버츠의 금발 머리로 떨어지는 백라이트의 드라마틱함은 영화 내내 계속 되었다. 줄리아 로버츠 정도의 탑클래스 배우들은 그런 조명의 효과 까지도 계약에 포함된다고 어디선가 들었다. 줄리아 로버츠나..기네스 펠트로..카메론 디아즈 같은 배우들의 영화들을 보면..자주 머리 뒤쪽과 위에서 떨어지는 조명의 효과가 금발머리의 후광효과를 연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의 손 제스쳐가 재미있었다. 손을 입에 깨무는 행동이 지금은 기억이 안 나지만 웃겼다. 미국 여자들은 파스타와 소세지를 좋아한다는 민박집 아줌마의 말도 웃기고, 남자를 음식으로 비유하는건 여자도 마찬가지구나란 자각..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먹고, 친구들 사귀어 즐기다가...인도에 가서 명상 수행을 한다..좀 인생사용매뉴얼 같은 작위적 느낌이 다분하지만 처음보단 점점 좋아졌다. 그리고 발리에 가서, 점쟁이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게 되어, 티격태격 하다가 사랑을 찾게 된다. 

 근데 왜 갑자기 영화의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안나지.. 헐리웃 영화의 전형적 특성이래서 그럴까.. 사실 이 영화 찬찬히 보다보면. 나름 음미하고 느낄 만한 구석이 많다. 굳이 저런 여행을 안 가도 마음이 새로운 자극과 변화에 열려있다면 지금 여기가 우리의 여행이다.
 영화속 여행은 그림의 떡이란 생각이 자꾸 들지만 뭐 어쩌겠는가..
 
 멀리서 봤을땐, 스키니한데 가까이서 보면 통통한 여자를 뭐라고 부르던데 과연 그림의 떡일까..ㅎ
 마지막에 에디 베더의 노래가 듣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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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본 한국영화 중에.. 최고와 최악을 생각해 보았다.  최악은. 조금만 더 가까이.. 유명한 단편이었던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만든 김종관 감독의 옴니버스? 장편 영화인데, 내가 보기엔 참 변태스러운 영화였다. 그 관음적인 카메라 시선의 집요함이 참 거슬리고, 짜증났다. 성장하지 못한 어른의 나르시즘이 짙게 배인 그런 영화는 감상자 자신을 바보스럽게 만들었다. 분명. 다른이는 정서적 공감을 받을 수 도 있겠지만, 이런식의 스타일은 단편 영화로써가 제격이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힘이 없는 영화는 조금은 힘들다. 
 
 반면에..생각보다 좋았던 작품은 도가니.. 그리고 완득이 였다. 아마도 작년을 대표하는 한국 영화에 오르는데, 둘 다.. 흥행도 성공했다.  전자는 분노와 사회적 각성을 후자의 영화는 가슴 따듯함을 선사했다. 영화의 사회적 기능이 어떤 헤게모니를 이루는게 목적이 아니지만. 우리의 공동체 의식에 적절히 영향을 미치는 점에서 꽤 긍정적이다. 사회적 약자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 누구나 약자가 될 수 도 있고. 우리는 혼자만의 길이 아니란 연대의 힘을 느끼게 한다.
 좋은 영화는 삶의 활력소이다. 자신의 삶을 직시하게 해야 한다.  

 완득이는 영화적 재미와 배우들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명배우 김윤식과 배우 유아인의 발견. 얌마! 도완득.. 이름 앞에 붙는 호가 되어버린..똥주(김윤식)의 말투가 아직도 귀에 유쾌하게 울린다. 300억 짜리 마이 웨이의 몰락을 보면서.. 나름 그런 영화도 있고 ..이런 영화들도 있어서 한국 영화는 좋다고 생각한다. 파수꾼도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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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지아마티의 최고의 작품은 알렉산더 폐인 감독의 '사이드웨이' 라고 생각했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또 하나의 폴 지아마티 최고의 작품이 생겼다. 더불어 더스틴 호프만의 반가움은 더 할 나위 없다. 

 원제가 바니의 버전이라.. 한글화 제목이 어려울만도 하나, 그래도 한글 제목은 정말 아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바니의 사랑은 한 번 뿐 이었다. 결혼이야 세번째이지만,  진정한 사랑은 단 한 번 뿐이었다. 그 사랑에 이루게 되는 과정이 삶의 버전으로, 울고 웃는 한 남자의 진실한? 성장의 과정을 보여준다. 사랑에 골인 하는 순간의 버전 뿐 만 이겠는가.. 그 사랑을 지켜 나가는 과정의 버전 또한 중요하고, 이 영화의 주요한 뼈대를 이룬다.  이 영화의 초점은 여기에 맞춰져 있다. 사랑에 골인 해서, 어떻게 유지하고 살아가는지. 한 남자의 삶의 궤적이 올곧이 드러난다. 

 미워할수도 없고..좋아할수도 없는 한 유태인 남자의 삶.  그의 행적이 그러하지만, 이 사람의 근본적 마음은 따듯함으로 채워져있다. 첫번째 말도 안되는 부인의 그림을 계속 간직하는 것이나, 자신의 아기를 가졌다고? 결혼을 해주는 의리나(결국 콩가루 여자 였지만), 회사 직원인 단막극 배우에게 용기를 주려고 했던..자작극 등등.. 부인과의 사랑 외의 자잘한 면들에서 드러난다. 죽어서도 당신 옆에 있겠다고..묘자리에 대한 집착도 그렇고,  처음엔 가벼운 사랑 이야기 인가 했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 바니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인생과 사랑에 대해 심도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었다. 

 그가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 때와 장소는 두번째 결혼식장에서 였다. 삶에서 진짜 한눈에 반한다. 라는 건. 쉽게 오지 않는 사건이다. 그는 그 날 모든걸 그녀에게 올 인 한다.  결혼식을 뛰쳐나와 그녀를 찾아 기차에 까지 들어가 고백하는 장면은 멋졌다. 마치 아버지(더스틴 호프만)의 젊은 시절 영화 '졸업' 에서와같은 막무가내..가 떠올랐다.  평소 술에 취하고 눈이 풀린 그였지만, 그녀를 알아보고. 바라보는 그 눈빛 만은 강렬했다. 아마도 결혼식장에 들어간 모든 신랑 신부 들은 첨예한 본능적 자각이 본인과 배우자에 대해 펼쳐질 것 같다.. 정말 이 사람이 나의 평생의 인연이 맞을까.. 그런 와중에 한 사람이 100%로 눈에 박힌다면..
 본능을 쫏아가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것이다..하지만  마음에서 올라오는 
진정한 말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바니는 사랑에도 없는 2번째 결혼 기간 내내,  자신의 사랑인 그녀에게 원거리 구애를 계속 한다. 끊임없이 꽃을 보내고, 만나자고 구애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이혼을 할 수 있는 꼬투리를 잡고..그는 당장 그녀에게..이혼을 하고 당신에게 가겠노라고 외치고.. 몇년에 걸친 바니의 노력에 그녀도 감응하고.. 그들은 그날 바니의 결혼식 이후로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그러니까 두번째..만남. 그러나 바니는 너무 긴장해서..술에 취해 본의아니게 추태?를 피우게 된다. 하지만..이미 그녀는 바니의 진심을 알아차린 것이다. 대화할 소재를 메모지에 적어둔 것 하며, 그의 순수한 행동은 그녀의 마음을 열게 했다. 정말 많이 좋아하면, 평상심은 무너지고,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이상한 행동이 뛰쳐나와 당황하게 만든다. 투명한 본성이야말로 마음과 마음이 엮기는 기본 단계일 것이다. 

 나중에. 바니나. 자식들이 얘기하지만. 자신에게 분에 넘치는 좋은 여자를 얻었고, 그 사랑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별 볼품없는 남자의 순수한? 마음을 받아준 여자도 멋지고..사실은 돈 많은 유태인 사업가 여서 그런지도..ㅎ  
 그렇게 평탄한 세월이 흐르다가. 그녀의 부인은 직장을 갖게 되고. 고상하고 지적인 직장 상사를 만나게 되면서 바니의 사랑은 위태로워 진다. 바니가 부인의 마음의 외도를 결정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순간.. 그 상실감은 스크린을 넘어 내 마음까지 뻗쳤다. 두번째 부인이. 자신의 친구와..한낮의 정사를 목격하고. 짓던 회심의 미소와는 정 반대인, 부인의 리퀘스트 곡에서 알아차린 그의 충격은 말년까지 그를 괴롭히며, 결국,  씁쓸하게 기억이 사라지는 치매를 얻게 된다. 이혼을 했고, 부인의 남자에게 괴팍한 성질의 유치한 짓거리를 일삼는 그였지만, 마지막까지 그의 유일한..진실한 사랑을 놓지 않는다. 그들이 처음 만난 자신의 결혼식장에서, 사라져가는 기억을 음미한다. 
 그의 삶은 미워할수 없는 따듯함이 가득차 있다. 

 한 남자의 일생을 반추하며 얻게 되는 소소한 재미와 깨달음이 있는 좋은 영화였다. 중요한건 실천이지만 이 영화는 그것의 의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여지를 많이 주었다. 내 삶에 비추어 과연 나는 이대로. 알량한 자존심이 무너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머리가 아닌 좀 더 본능적으로, 마음의 노래를 들어라. 
 자신의 사랑을 대번에 알아보고, 의심없이 밀어붙였던 바니의 용단이 아름답다. 사실 머리에서 기능하는 객관적 판단은 영혼의 속삭임에 우선 할 순 없다. 그러면서 결국, 나 자신을 의문하게 된다. 손벽이 마추쳐야 무엇이든 소리가 나는데, 계속 침묵이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안에 울려 퍼지던 레너드 코헨의 아임 유어 맨은 꽤 의미심장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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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뜸했던 영화감상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영화들을 시의에 맞게 챙겨 보는것도, 도가니 의 뒤늦은 감상후에 들었던 나 자신의 회의 였다. 대중적 취향 내지 공론에서 거리를 두고자 했던 나의 오만은 도가니의 여파로 인해 누그러졌다. 영화를 통한 사회적 의식의 환기와 자정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고 훌륭한 면이라 생각한다. 사회를 좀 더 정의로운 쪽으로 발걸음을 내딛게 하는 이런 영화야 말로 작품으로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부러진 화살을 보고 나서 많은 글들을 읽느라 시간가는줄 몰랐다. 그만큼 이 영화를 통한 논란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한 만큼. 실제 사건에 대한 갑론을박이 도통 무엇이 진실이고 맞는지 아리까리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진중권 교수의 글이 도화선이 되었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실제 공판 기록을 빠르게 읽고 있었지만. 나는 실제 사건의 공방 보다는.. 이 영화를 보고 난 직후의 온전한 나의 영화평을 쓰고자 한다.

 우선 이 영화가 가진 법치주의의 근간인 사법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비판은 통렬하고, 의미가 있다. 법(법전)에 대한 소신과 신념은, 정의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질문하게 하고 행동하게 한다.

 우리는 법이 기능하는 비상식적인 면들을 많이 봐왔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부과되는 법과, 그것이 없는 자들에게 부과되는 법은 이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특권화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우리가 저항할 방법은 별로 없거나 거의 없다. 법이 공평하지 않고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문성근 이 연기한 판사가..타당한 논리에 말을 못하고. 묵살하기만 할 때..그래서 개판인 재판에 참관인들이 계란을 던져.. 법관들이 놀라 겁먹는 장면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워낙 원리원칙이 무너지고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국민의 마음에 사뭇힌 분노가 표출되었던 것이다.
 영화는 영화래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누구나 이런 부조리한 일을 당할 수 있고..사실 벌어지고 있을 이런 억울함에 동정하고 연민하며...분노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관례나 관습을 부정하고. 법의 원칙대로 가야한다는 소신을 우리에게 자각하게 한다. 누구의 말대로 나..원래 그려려니 한 것이 아닌..주체적인 법의 소신과 확립을 말한다. 거대 권력 앞에서 자신의 소신을 당당히 펼치고 맞설때, 사회는 진보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부분에서 안성기가 변호사한테 자신의 어릴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은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요점을 보여준다. 타인의 눈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소신있게 밀어부치는 그런 의식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하지만 이 소신이..신념이.. 자기괴리와..합리화의 당착에 빠지거나 몰상식에 기대게 될 때는 더 큰 문제다. 자신이 믿는 것만 보게 되고 타자의 입장이나 생각,감정들은 무시, 배제한 채. 자신이 옳다고만 주장하는 것은 더 큰 근본적인 문제다. 한마디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에는 인품이 함량미달인 것이다. 재판에 불합리하게 졌다고 해서.. 석궁을 들고 위협을 한 자체가.. 반사회적이고..상식적인 사람이 아닌 것이다. 원래 사건의 교수는. 사법부에 대한 비판이 아닌.. 각각의 법관들에 분노와 공격을 펼쳐놓는데..사회 정의에 대한 소신보다는 개인의 원한에 사뭇힌 것 같아 안타깝다.. 숲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아닌 이파리가 다 떨어진 나무에 앉아..번개를 맞았다고 해서.. 나무를 막 쪼아대고 있는 꼴이랄까..

 영화는 의미있게 잘 보았지만..실제 사건이다 보니.. 그 사실 맥락에 대해 많은 설전이 오가고 있다. 무엇이 진실이고 옳은지에 대한 판단 보다는. 이 영화를 통해..아니 이 사건을 통해. 대중들이 좀 더 좋은 나라에 대해. 상식과..정의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 바램을 조금이라도..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되었음 좋겠다. 
 자유,민주,평등의 국가가 우리나라 인데..이 단어들이 왜이리 어색하게 다가오는 걸까..

" 우리 사회의 분열과 대립의 원인은 ` 보수 진보 ` 이데올로기 대립이 아닌 ` 몰상식과 상식 ` 대립이다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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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 사진가의 삶을 극적이면서 지극히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무자비한 폭력의 현장,  표준 단 렌즈를 단 카메라로 현장의 상황을 바로 코 앞에서 포착한다. 자신의 안위는 뒤로하고.. 폭력의 상황속으로 빨려들어가 셔터를 누른다. 

 때는 90년대 초반. 남아공의 내전, 아마도 이런 혼란기를 거쳐. 직접 투표로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나 보다.  

 한 신참 사진가가.. 폭력의 현장에 맞닥드리고, 취재를 위해 혼자 무작정. 분열과 증오가 난무하는 집단속으로 뛰어든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의 상황에 동조돼 자연스레 사진을 찍게 된다. 바로 눈앞에서 광란의 살인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던 그는 폭력앞에서 자신의 방관자적인 입장에 대해 충격 받기 시작한다. 사진은 채집할 뿐. 목도하는 현장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사진을 미디어에 팔아 넘기고. 전 세계에 그 사실을 고발한다. 하지만. 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그 광경에서 무력함과..실존적 고뇌를 느낀다. 그 첫 사진으로 신문사의 데스크에 인정을 받고..일련의 보도사진가 그룹에 합류하게 된다. 케빈 카터를 포함한 그들 4인방은  뱅뱅 클럽 이라고 불린다. 

 이 영화에 나오는 실존인물도 무척 유명한 보도 사진가 들이지만, 이 방면에 최고로 유명한 이는 로버트 카파다. 스페인 내전의 공화국 병사의 죽음이란.. 머리에 총을 맞아 쓰러지는 그 찰나를 포착한 사진과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빗발치는 기관총 세례속..미해병 병사를 찍은 사진으로 전쟁 사진의 대명사가 된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 당신에게 마음에 들지않는 사진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좀 더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전쟁 사진을 넘어서 이것은 사진의 진리 인 것 같다. 꼭 시각적인 면 뿐만 아니라.. 내용이나 정서적인 모든 면에서 이것은 중요하다.

 이 영화는 종군사진가들의 현장을 대리 체험 하게 해 준다.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는 그들은 한때의 미친 혈기가 지배하는 듯 하다. 정말 대단하지만, 나는 도저히 못 할 것이다..란 설레발이 쳐진다.

 내가 첫 카메라를 가진게..대학 1년때인데, 96년은 학생 운동의 마지막 해 였다. 그 해 8.15 통일 축전은. 신촌에서의 거대한 데모와..최루탄이 난무하는 마지막 대규모 학생운동이었다. 그 후로 학생운동은 급격히 빠르게 대학에서 자취를 감췄다. 첫 카메라인 니콘 F90X는 세로 그립이 달린 좀 있어보이는 외관이었다. 그 해 여름. 하릴없이 친구와 돌아다니던 시절..신촌의 데모 현장은 나에겐 사진찍기의 놀이터 였다. 난생 처음 지랄탄의 독한 맛을 알았고, 최루탄 가스가 얼마나 무서운지 사진찍기 의욕이 싹 가셨다. 그 때 우리는 전형적인 미대생 이었다. 유미적이고 방관자적인 입장을 가진. 게으름뱅이들.. 전문가로 보이는 카메라 덕분에..기자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나는 현장에 접근하기가 두려웠다. 나는 이런 사진에 맞지 않음을 사진 첫 시작부터 어렴풋이 깨달았다. 떨어진 최루탄을 발로 끄는 전사 대학생들이 그렇게 대단해 보였다.  친구와 최루탄 가스를 마시고 눈물 콧물 질질 켁켁 대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들은 파파라치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이 영화를 보다보면. 방관자로써 찍고 빠지지만. 그런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는 것 자체가 감탄할 만한 요소라는걸 알 수 있다. 그 현장에 있음 자체와 그 현재를 증명하는 사진을 남기는 자체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참혹을 라이언 일병 구하기 첫 씬에서 알 수 있었다. 총알 세례와 폭탄의 끔직함을..로버트 카파는 그 와중에 사진을 찍은 것이고..이것은. 현장의 진실로써 대단한 느낌을 자아낸다. 

 케빈 카터의 굶주린 소녀와 독수리는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보도사진가의 윤리적 문제를 야기한 이 사건은 사진가의 자살로 이어졌지만. 여전히 카메라를 든 사람의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사진은 사진이되. 인간의 상식. 윤리적 행위는 방관할 수 없다. 주인공이 끊임없이 고뇌하는 부분이 그것이다. 카메라를 를 들었음으로 생기는 딜레마..사진이 먼저인지..인간의 기본적 상식이 우선인지.. 사진은 목적이자 수단이지만..그것은 무엇을 위해서인가..  질문을 던진 영화였다. 

 70년대 신화적인 여류 사진가. 다이앤 아버스도 이러한 사진가적 딜레마에 봉착해 자살을 하지 않았을까..비정상적인 사람들을 찍던 상류층 출신의 사진가는 그들의 불운의 삶을 채집해 자신이 유명한 예술가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근본적인 모순에 고통을 느끼지 않았을까..

 유명한 전쟁 사진작가 짐 낙트웨이의 다큐멘터리 보다 더 흥미진진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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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포스터가 참 마음에 든다. 엄마와 아들 같아 보이는, 따듯한 사랑이 싱그러운 바람에 실려 흐르는 느낌이다. 다르덴 형제 라는 명감독이 만들었다고 한다. 잠깐 검색 해보니. 그들의 영화를 이전에 본적은 없다. 감독의 명성과 이 작품이 유수한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작품을 감상했다. 역시나 좋은 작품이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가 생각났다. 그 영화에 대한 자세한 기억은 안 나지만. 한 소년의 심리적 반향과 그를 쫏는 카메라의 시선들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11살의 소년, 그것도 엄마는 없고 아빠한테서. 버림받은 아이의 심정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평생 잊지 못할 큰 상처를 받은 와중에 벌어지는. 소년의 심리가 가슴을 울린다. 인간의 매정함 속에. 한편으로는 지극한 따듯함. 아이를 붙잡아주는 마음의 손길은 아이의 미래와 사회의 기능에 일말의 희망을 안긴다. 

 경제적 여건으로 자신의 아들을 무정하게 버리는 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나 이기적으로 보였다. 초반부터 아버지를 만나려는 아이의 간절함은 이 영화에 ..아이의 심정에.. 강한 감정이입이 되었다. 이 부분에서 극과 극인 아버지의 모습인.. 윌 스미스가 주연한 '행복을 찾아서' 란 영화가 생각났다. 매우 슬픈 영화 이면서..해피엔드인 이 영화는 실화 이야기 인데, 주인공이 어린 아들을 데리고 화장실에서 노숙하는 장면에서 울음이 나왔었다. 너무나 팍팍한 현실에서 생존하기 위해..최선을 다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이 자전거 탄 소년의 아버지의 모습은..극명히 대비되었다.  또..최근에 본..'비우티풀'의 아버지의 모습은 어떤가..

 영상의 진한 색감속 자전거 타는 모습, 푸른 초록과 따듯한 햇볕을 보는것이 기분 좋았다. 포스터 속의 저 장면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풀밭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같이 먹는 장면은 따듯함의 절정이었다. 같이 심장을 고동치고. 음식을 나누는 그 모습은 (식구)를 연상케 했다. 식구의 한자뜻은,, 인간에 있어서 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같이 공유하고 나누는 이 모습을..
 '400번의 구타'의 마지막 장면.. 소년이 뛰는 모습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의 자전거의 질주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영화 이야기가 아닌.. 자전거에 관한 단상. 
  내가 주로 타는 비치 크루저 자전거를 처음 샀을때가 생각났다. 4월의 강추위 속, 서울의 북쪽에서 먼 길을 달렸었다. 왠지 비치 크루저 동호회 같은데 가입해서..모임에라도 나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왠지 여자도 많을 것 같고..그래서 옆에 있는 친구에게 가입해야겠다고 했다. 도중에 너무나 추워 한강 공원의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데 비닐 옆으로 보이는 주차장엔. 쌔끈한 소나타 차량들이 차례로 주차를 하고 있었다. 차량 동호회 모임인듯 한데, 마흔 안짝의 남자들과.. 몇몇의 여자들이 모였다. 나는 어느 순간 그들의 모임을 바라보며 친구에게 험담을 늘어놓았다. 물질 만능, 소비 시대의 멍청한 사람들 같아 보인다구.. 하나의 상품을 통해서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모습을 보아하니..그들이 자본주의의 노예처럼 보였다.  조금전의 내 계획과 설레임은. 나도 모르게 혐오로 바뀌어 있었다. 한번도 그런식의 모임에 가본적은 없지만. 그날, 우연히 지켜본 봐로는 왠지..거부감이 많이 들었다. 아마도 몇몇의 여자들을 보고서 무의식속에 " 이건 아니야 ~ " 라고 각인이 된 모양이다. 그것을 넘어서..다수의 남자들의 속물스런 눈빛과 행동들이 거슬렸다. 그들의 묘한 기류가 라면을 먹는 내내 가소롭게 보였다. 솔직히 나 나 그네들이나 별반 차이 없지만..내 속마음이 까발려진듯한 수치심이 불편했었나 보다. 아마도 내 편견과 선입견, 그리고 속물성은 그날. 변화무쌍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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