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부터 동료 ..씨가 점 보러 갈껀데 같이 가자고 했다. 난 점 볼 생각은 없는데, 같이 가 줄 순 있다고 했다. 그러기를 여러번. 혼자가기 두려웠는지. 그동안 참아놨던. 그 싱숭생숭한 욕구가. 봄이 되서 터졌는지. 응암동에 점 보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했다. 예전에 다른데서 신점으로 소문나 전국적으로 유명한 점집에서 2번 보았어서. 점 집에 대해 그리 거부감이 없었기 때문에 흔쾌히 같이 가줬다. 처음 가보는 동네에, 아저씨 둘이 두리번 거리며.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점 집 앞에 섰다. 점 집 스러운 좀 허름한 빌라.. 많이 가보진 않았지만..점 집은 거의 이런 식 인것 같다.

 가정집 안 거실에 들어서자 중년 여자가 우리를 맞이했고. 그 보다 어린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눈매가..예사롭지 않았다. 썩 기분 좋은 인상이 아니었다. 동료는 그 특유의 사람좋은 풍채의 허허~ 거리며. 점쟁이와 인사를 나눴고. 난. 뻘줌하게..쇼파에 앉았다. 그 둘은 안방으로 들어갔고. 난 그 퀘퀘한 눈빛의 여자와 거실에 남겼다. 눈을 안 마주치려. 괜시리 집안 구석구석에 과도한 시선을 보냈고. 그나마저. 약발을 다하자.. 동료의 가방에서 책을 꺼내 뒤적이다..졸려서..눈을 감았다. 안방에선..한 창..점 얘기가 오갔다. 그 집의 벽은 스폰지로 만들었는지..소리가 다 들렸다. 그러다가 잠깐 졸았다.
 
정신을 차려보니..이미 점은 끝나서 그 둘이 나왔고. 점쟁이는 작은 의자를 가져다 내 앞에 놓고 앉더니.. 내 관상을 보고..말을 했다..부모덕을 못 받았다느니..그동안 참 힘들었겠다..쯧쯧..그런 태도로..지껄였다. 내가 갑자기 동정을 받는 입장이 되니.. 그동안 정말 되게 힘들게 살아온 것도 같았다. 복채를 낼 사람도 아니니. 그냥..퉁 쳐보는 것인가.. 그래도 마지막 멘트는...뭐 그래도 올해는 여자친구는 생기겠네...쯧쯧쯧 혀를 차다. 동전 하나 던져주는 심사인가..

 참고로..나의 전반적 사주팔자는 분명 좋은편이다. 점의 미래 예측은 이젠 별로 신봉하진 않지만.. 인간의 사주팔자..오행.등..의 원리는 타당하다고 본다. 내게 별로 안 좋은 소리를 해대서가 아니라.. 방에서 들려오는 내용을 들어보니.. 내가 전에 봤었던..점쟁이에 비해..야매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에선 점쟁의들의 영향이. 정신과 의사와 같은 기능을 갖는다. 걱정과 불안을, 희망으로 기대로 만드는 사업.. 기댈곳 없는 미래의 불안에 정신적 위안을 가져다 주는..그런. 점의 효용을 적당히 긍정한다. 다만 미래의 예측에 너무 매달리지만 않다면.. 분명. 기분 전환이 된다. 미래의 불안 이라는 것도 현재에 충실하다고만 해서 없어지는게 아닌것 같다. 인간의 숙명 같은.. 삶의 경이로움은..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는 것에 있는게 아닌가.. 그것조차도 긍정 할 수 있는 삶이. 진정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것일 게다. 

 동료는 매우 마음이 편해진 상태로 나섰고. 나는 옆에서 그런 그의 마음의 작용을 보면서 같이 와주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왠지 우리의 모습이 홍상수 영화에 나올 법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경우는 생활의 발견에서 김상경 같이..된 꼴이었다. 동료는 나의 기분을 물었지만..나는 그냥 재밌다고 했다. 새로운 상황에 내가 들어가 맞닥뜨린 어떤 감정을 경험해 보는게 즐거웠다. 

 
 내가 처음 진짜 점을 본것은 서른살때 였다. 몸과 마음의 건강이 바닥을 쳤을 때 였고. 예약 시간에 그 문을 열기 전까지..점을 본다는 것의 두려움으로 갈팡질팡했다. 문을 열었고. 한 시간 후에..그 집을 나갈땐, 큰 위로를 받았다. 친구가 그토록 추천해준 그 점 집은 신점 (신내린 사람) 이라고 했다. 내가 느낀바로는 평범하지 않은 분이었지만..전혀 인간적으로 불편하지 않았다. 나의 과거와 현재를 완전히..꿰뚫고 있었고. 미래의 방향에 대해서 많은 조언을 했다. 딱. 미래의 예측을 남발하는게 아니어서.. 점을 본다는 느낌이 덜 들었다. 그러다 간혹. 점쟁이 답게. 비수 같이 과거의 일을 꼬집었다.

 나에 대한 고민이 많았기에, 나란 존재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도움이 되었었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 때. 충고 했던 부분이..원래의 흐름되로 진행 되었고. 조금씩 어떤 운명이니 팔자 라는 원리와..그것을 깨우치려는 강한 의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삶의 조건들을 내가 개선하려는 의지와. 노력들이 좀 더 좋은 삶을 이끄는 관건이다. 그것이 자신의 사주와 상반되지 않은 이상..

 점은 미래를 맞추지 못한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기 나름인데..마음의 의지가 문제인것 같다. 그 마음에 대해 내 타고난 사주와 어떤 관계인가를 들여다 보는것이다. 그 때. 마음을 잡지 말라고..그러니까..마음의 집착의 문제에 대해서..권고 했다. 현재 나는 내가 조절하기 힘든 마음의 반향에 대해 조금은 힘들어 한다. 원래는 이런 마음의 문제에 대해. 깨달은 바가 있어. 잘 대처 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지만. 인연의 조건을 더 다져야겠다는 생각이다. 
 내 마음과 팔자가 박복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런 것이 점이 주는 위약효과 인가..

 간혹. 어떤 삶의 풍경에서. 과거와 현재에 미래가 다 들어있는 장면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삶의 연륜이 쌓이고 공부를 하다보면. 자신의 삶의 길이 신이 내려준 꽃잎이 뿌려진 길처럼..훤히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타인과의 사랑의 문제는..두 존재의 운명이..만나는 일이니..쉽지 않다. 정말 인연이란게..뭔지..

 강남역이나 종로거리의 천막 속에 젊은 여인 두명이 나란히 앉아 점 보는 풍경은 친근하면서도 기묘하다. 강남역 카페에 앉은 수많은 소개팅 커플들은 물론이고..사주팔자가 장사가 되고. 타로점은. 악세사리 처럼 일상속에 파고 들었다. 최근에 느낀 경험으로는..그저 허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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