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용 영화인데 제목이 기타여서 무슨 내용일까 무지 궁금했다. 내용이 신선하지 않았지만 영화속 공간과 미장센이.. 나의 로망 그대로였다. 

 뉴욕에 사는 30대로 보이는 직장인 여성. 그는 목소리가 이상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니 급성 후두암 2개월의 시한부 선고가 떨어진다. 공교롭게도 직장에서도 짤리고, 남자친구한테서 버림받는다. 죽음을 기다릴 날 만 남았다.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회색의 맨하튼의 모습은 과장하지 않은 영상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심정이 뉴욕의 모습 그대로인 회색의 군중속의 고독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삶의 희망이 사라진 어느날 반지하방의 아침 침대 밑에 있던 신문의 부동산 광고란에 고급 펜트하우스 단기 임대 정보를 보게 된다.  살날이 2달이니까. 죽기전에 해보지 않았던 일을 저지른다. 그 펜트하우스 집은. 정말 멋졌다. 무지 높은 천장과..흰색 벽. 나무로 된 바닥. 서쪽의 채광. 실제로 이 건물이 뉴욕의 어디쯤에 있는지 가늠이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텅빈 공간에 거주하게 된다. 주인공의 심정과 마찬가지인 공간이다. 마룻바닥에서 하루밤을 보낸뒤 다음날. 기사가 와서 전화를 설치해 주고 간다. 펜트하우스니까.. 부자들을 위한 상품 카달로그가 수시로 도착하고.. 주인공은 자신이 걸치고 있던 옷을 훌훌 벗어 창밖으로 버리고. 샤워를 하고.. 물건들을 전화 주문하기 시작한다. 죽기전 2달여를 마음껏 지르다 갈 심산이다.
 이와 거의 같은 설정의 영화중에.. '라스트 홀리데이'란 영화가 있다. 흑인 아줌마가 같은 시한부 상황에서.. 유럽에서 최고급 여행을 하는 내용인데 아주 재밌다. 유쾌하고.. 하지만 이 영화는 뉴욕이 배경이니 만큼..좀 그루미 하다. 

 이 여배우의 얼굴은 너무 흔한 백인의 전형같아 보여서 눈길이 안갔는데. 벗은몸이 예술이었다. 완벽한 비율, 뒷태가 환상적.. 이 때 부터 더욱.공간과 형태에 집중이.. 베라 왕의 최고급 침대 매트리스를 구입하고.. 갖가지 고급 제품들을 구입하기 시작한다. 모든걸 전화로 주문을 하며, 피자집 배달부와..흑인 택배기사와 친해진다. 죽는다는데. 꺼릴게 뭐냐는 듯..그들과 살을 부대끼는 정을 나누고..피자집 아가씨와 동성애도 나누고 심지어 그들 셋이 쓰리썸도 즐긴다. 

 주인공의 어릴적 트라우마는 빨간색 전기 기타와 연관이 있다. 그녀의 부모는 생활고에 허덕이는 상황..잦은 싸움속에서 소녀는 어느날..기타샵에 진열되 있는 빨간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보게 된다. 홀딱 반해 부모한테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하지만 일언반구 거절..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상황. 어느날 기타가 진열장에서 내려져 있는 걸 보고 그걸 들고 나와 무작정 거리로 뛴다. 그 행복한 소녀의 모습은 절도의 심각성을 넘어..기타에 대한 순수한 마음의 발로였다. 그러다 쫏아온 주인에게 잡히고..어릴적 트라우마가 컷겠지..

 이것저것..여자들이 좋아하는 물품들을 사다가 어릴적 로망인 그 빨간 기타를 주문한다. 기타에 전혀 모르고 칠줄도 모르는 사람이..최고품으로 불러주는데로 주문한다.  다른 지름은 별 느낌이 없었는데..기타를 주문할땐..나도 모르게 흥분했다. 그래서 결국 도착한 물품들은. 스타디움급 공연 장비인 마샬 풀 스택 앰프가 2대.. 2대의 메사부기 앰프 스택.

 
 주인공의 지름의 백미는 전기 기타와 앰프들이었다. 이것을 처음 전원을 키고..기타에 짹을 꼿고 노이즈와 거친 소리가 나올때..되게 신성시 하게 연출되었다. 자신의 어릴적 상처와 마추지는 그 지점에서의 묘한 상황 그 희열이 팍팍 전달됐다.  음악과 악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장면들이 이 영화의 뛰어난 점이다. 유리창 너머의 기타를 선망하고 소리를 상상하며. 그것을 가졌을때의 희열속에 껴안고 잠을 자는 그런 경험을 주인공을 통해서 보여준다. 



 다른 어떤 물건보다도.. 주인공은 기타를 만질때 행복해 한다. 레슨 디비디를 보며 기초 코드를 연습하고. 자신의 감정을 담아..간략한 솔로를 연주한다.  저 큰 공간에서 앰프들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며 신나한다. 그 기분이..전달된다....

 그와 관계했던 두 인물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그녀를 떠나게 되고, 2달여가 지난 어느 시점부터 신용카드가 정지가 된다. 그러고 보니.. 후두염으로 허스키했던 그녀의 목소리는 정상으로 돌아와 있다. 병원을 가보니..암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기적의 이야기를 듣고.. 또다시 얼이 빠지는 주인공.. 좋아하기에는 그녀가 쓴 돈이 사람을 잡게 될 판.. 살 때는 쉽게 전화로 주문했지만.. 다시 하나씩 중고샵에 직접 내다 판다. 결국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다 처분하고..마지막 기타를 팔려 하다가. 그것만은 킵 해 둔다.  집에서도 내 쫏겼고 기타 케이스를 매트 삼아 밖에서 노숙을 하게 되고... 다음날 초췌한 행색으로 공원에서 기타를 치는 걸 다른 남정네 밴드 멤버들이 보게 되고..그녀의 실력이 아니라.. 늘씬함에 멤버로 받아들이는?.... 그러구선..클럽에서 아주 행복하게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그녀의 삶은 180도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된다..그 빨간 펜더 기타와 함께.. 행복한 얼굴과 함께 영화는 끝나게 된다. 




 조금은 비현실적이지만..영화가 제공하는 대리만족적 경험을 성실하게 제공한다. 그녀는 모두 버리고 비움으로써 ..새롭게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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