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랬만에 친구를 만나 커피숍에 갔다. 이런저런 얘기 와중에 친구의 회사 대표가 고인이 되었단 이야길 했다. 정확한 날짜는 모르지만 올해 초에 친구가 부탁한 일로 잠깐 그 대표와 인사를 나눈적이 있다. 젊고 패션 감각이 남다르게 보였고, 겸손한 분 같았다. 친구를 통해 대략의 약력을 들으니, 내 자신이 내심 부끄러워졌다. 4D 디지털 미디어의 새로운 개척자이고 전도유망한 기업인 이었다. 죽은 이유는 자살이란다. 내가 디지털 테마파크에서 찍어야 할 주 피사체였던 그는 시기적으로 얼마 후 고인이 된 것이다. 카메라의 프레임 안에서 그를 놓치지 않고자 매우 집중하며 관찰했다. 잘은 모르지만 그 사람의 끼와 열정이 부럽기도 했지만 왠지 피곤해 보이는 인상이기도 했다. 성공의 정점, 혹은 문턱에서 그런 욕구나 이행이 이해하긴 힘들지만 왠지 성공은 말못할 고민과. 고독을 수반하고, 고립을 가져오는지도 모른다. 믹 재거가 이런 말을 했다지.. " 너무 높은 곳에 있으려니 매우 고독하더군요.." 


2

 평소에 피우지 않는 담배를 세까치나 피웠다. 예전에 담배 같이 피우던 친구래서일까. 아니다. 여자 이야기를 하다 담배에 손이 갔다. 

 

3

 연휴를 맞아 한가할 것 같은 카페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요즘 새로 사서 항상 들고 다니는 카메라로 친구의 모습을 2컷 찍었고, 그도 내가 찍는걸 알고 시선을 맞춰 주었다. 사진 찍는 순간이야 모기가 사람의 손바닥에 으깨질때 내지르는 비명소리 보다 더 짧은 순간이지만 사진가에겐 그 일상의 사소한듯한 찰나의 순간이 소중한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 오늘 찍은 스냅 사진들은 리뷰해보니 친구를 찍은 사진 2장이 없었다. 그가 카메라안의 사진을 재생해 보면서 그 사진을 지운 것이다. 내 동의도 없이, 미묘한 문제였다. 지금 화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결론은 디지털 사진 문화의 경솔함과 사진의 인식 차이 때문에 벌어지는, 작지만 중요한 오류였다. 친구의 초상권의 발휘는 친구니까 구체적 동의 없이 행해졌다. 내가 언어적 동의 없이 찍었기 때문에.. 친구니까 그럴 수 있는 거지만, 찍고 찍히는 소중한 의미를 사람들이 알아갔으면 좋겠다. 디지털세상의 이미지는 너무 쉬워졌다. 그냥 버튼 두번 누르면 지워진다..말끔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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