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소룡 세대는 아니다. 성룡과 이연걸에 끼인 세대랄까. 동네 형님들이 여전히 이소룡을 울부짖을 때, 주성치 와 성룡, 홍금보 는 무술을 배운 찰리 채플린 처럼 희극인이 되어 있었다. 90년대에 이연걸이 부각된 이유도 그런 성룡표 코미디 무술이 판을 치다가 정통 무술인의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엽문은 이소룡의 스승으로 알려졌다. '일대종사'의 마지막 장면의 사진(위)에서 양조위(엽문) 옆의 꼬마가 어린 이소룡이다. 


 중국문화를 가장 대표하는 것이 이소룡으로 상징되는 쿵푸..(무술) 이다. 동양의 정신과 몸의 세계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고 서구가 못가진 보이지 않은 기의 세계, 찰나의 순간을 몸소 체득한다. 칼은 칼집이 있어야 한방향으로만 쓰이지 않듯이 무술은 자기 수련이자, 관계의 가장 강렬한 드라마 이다. 


 예전에 동유럽 배낭 여행을 했던 선배가 강도를 만났던 일화가 생각난다. 밤에 작은 나이프를 들이댔던 청년에게 가진것 다 털릴수가 없어, 20대 혈기의 순간 미친 호기로, 피우던 담배 불똥을 바닥에 팍 튀기고 기합(고함)을 지르며 무술 자세를 취하자, 그 백인 청년 강도가 부리나케 도망가더란..

 서양에서는 동양인 남자에 대한 선입견중에 무술을 잘 한다. 할 수 있다. 라는 선입견이 있다고 한다. 당연히도 브루스 리 (이소룡)의 막대한 영향력이다. 정말 그런거라면 강력한 문화의 전파이고, 동양문화의 자부심인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중국 무술 문화의 전통이 부러웠다. 진정한 문화의 전파는 이런 영화들의 힘 일 것이다. 와호장룡이나. 일대종사 는 문화예술의 궁극적인 점이다. 

 강호의 세계, 무술인의 굴곡은 격정의 근대사를 겪으면서 무도의 궁극적 경지에서 현실의 비루한 삶으로 곤두박질의 과정을 보여준다. 무술의 흥망성쇠를 엽문을 중심으로 삶의 배신과 복수. 비껴가는 사랑을 그려내 보인다. 



 화려한 것에는 내실이 부족하다지만 이 영화는 영상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찰나의 시간을 밀고 당기며 몸과 정신의 몰입 미학을 만든다. 왕가위 감독은 90년대의 자폐적 상실, 공허의 감성에서 벗어나 새롭게 진화한듯 싶다. 왕가위 세대인 나로써는 홍콩 느와르의 끝물에서 그의 등장은 학창시절의 정점과 종점을 모두 그의 영화와 함께 했다는 감흥이 있다. 화양연화 이후로 열정적인 관심이 시들해 졌지만, 90년대 감성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왕가위 영화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별 기대없이 본 이 영화에 대한 감동이 더욱 크고 묵직하게 다가온듯 싶다. 


 양조위 와 장쯔이는 제일 멋지게 나이 드는 남.여 배우 같다. 그들의 얼굴과. 음성만으로도 감동을 받는다. 중국말 음성이 아름다울수도 있다. 시끄럽고 팔랑거리는 거부감이 아닌.. 영화에서 일선천(장첸)은 주된 이야기에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이나, 너무 엽문과. 궁가의 무술에만 집중하는 효과가 아닌, 다양한 무술 분파가 있었다.란 정도로 보는게 맞는것 같다. 또한 장첸의 너무 잘생긴 얼굴을 보는 맛과, 조금은 다른 개성의 무술의 힘을 보는 맛도..


 이 영화를 통해서 감수성의 일부를 돌아본다. 왕가위가 그랬듯, 진화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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