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 형제의 영화는 언제나 훌륭하지만 이 영화는 가난한 포크 가수의 이야기래서 인지 더욱 가슴에 와 닿았다. 어쩌면 한없이 우울하고 슬픈 영화일수 있음에도 코엔 형제는 특유의 재능으로 삶의 비극을 희극적인 면모로 바꾸어 헛헛한 웃음을 제공한다. 그러나 제목 그대로 르윈 데이비스의 내면을 우리가 제대로 보고 있나, 아니 감독은 그것을 그려내고나 있나 하는 질문이 떠오른다. 그의 삶은 한갓 구경거리에 불과했고 영화는 그의 춥고 배고픈 겨울을 뒤따르며 엄정한 시선을 유지한다. 거리를 전제로 하는 것이 카메라이고 어쩌면 이 영상 미디어(매개체)의 한계는 결국 구경에 불과하다는 점 일 것이다. 그런 점을 특유의 연출로 잘 활용하는 감독인 것이고, 우리는 신파나 과도한 주관성으로 점철된 영화가 아닌, 각자가 느낄 수 있는 르윈 데이비스의 내면을 알게 된다. 

 재능은 있지만 인생이 뜻대로 안풀려 난관에 봉착한 모든 예술가 에게 보내는 씁쓸한 위로? 같다. 남의 불행을 보며 나의 불행의 무거움을 덜고, 감내할 용기를 얻는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선 경고 일 수도 있다. 예술의 끈을 잡고 있는 아슬아슬한 생존의 장 은 고난길이 훤하고, 스타가 되는 것은 예정된 운명 같은 자에게 수락된 운 일 수도 있다. (마지막 부분에 미래의 슈퍼스타가 될 밥 딜런의 등장을 예고하는 장면) 자기 삶을 경영하는데 있어, 예술로의 도피나 일상성을 제쳐둔 몰입은 삶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작가 스티븐 킹도 그런 점을 경고했다. 네 삶의 한가운데에 책상과 타자기를 놓지 말라고..

 영화에서 그려지는 르윈 데이비스의 인간 관계는 파탄났다. 착하디 착해보이지만 경제적 무능력으로 인해 벌레 취급 받는다. 전 여자친구가 퍼붓는 욕은 얼마나 찰지게 귓속에 와 닿는지, 마치 내게 하는 욕 같이 들렸다. 캐리 멀리건 이란 배우, 가시가 촘촘히 박힌 장미같이 참 이쁘면서 무섭게 나온다.  그가 그런 지경까지 내몰린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닌 자기의 허물과 단점을 고쳐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음악에의 외곬수의 삶은 다른 면에서 고통을 가져왔다고 본다. 자기 삶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문제들을 타파하려는 노력 부재가 예술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더욱 커지게 했다. 



 인생은 어쩌면 타이밍 일 수도 있다. 운 때에 잘 들어맞는 삶이 성공의 관건인것 같다. 포기하지 않고 그러한 운을 만났을때, 바로 잡을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을 키우는 것. 밥 딜런의 자서전이나 평전을 읽어보면, 성공과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이 얼마나 영민한지 알 수 있다. 반면 영화속 르윈 데이비스의 삶은 뭔가가 다 빗나가 있다. 착하고 순수한 영혼이지만 그것의 결과는 분노와 멸시로 되돌아 온다. 자기의 재능을 경영하는일. 그리고 어떤 여자와의 관계, 시대의 타이밍, 운 같은 것이 밥 딜런과의 차이라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빙산의 일각처럼 성공의 이면엔 수면에 잠긴 크기를 가늠하기 힘든 무명의 용사들이 자신의 삶과 싸우며 쓰러져갔다. 자신의 재능을 꽃 피우지 못한 수많은 이름없는 예술가들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빵을 위해 포기해갔던 수많은 예술가의 눈물을 위로와 공감으로 느낀다. 이러한 삶의 단면을 위트있게 보여준 코엔 형제의 능력에 감탄한다. 

 결말의 연출은 진퇴양난에 빠진 삶의 알레고리를 잘 표현했다고 본다. 과연 그의 삶은 어떻게 흘러갔을지. 우리들 각자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적극적으로 탐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회색의 바랜듯한 영상의 톤과 색감이 참 마음에 들었다. 꽉 찬 극장에서 보는 감상은 다른이들의 반응 포인트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 시작하기전에 김지운 감독을 봤는데, 옷을 캐주얼하게 잘 입는 다는 생각이 대뜸 들었다. 초기작은 좋아하지만 놈놈놈 이후로, 관심없는 감독이라 별 감흥이 없었다. 옷차림만 보이는 감독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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