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에 이어 이 영화 또한 짜릿하게 감상했고,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인도양의) 망망대해에서 펼쳐지는 생존의 사투기 인데 그래비티 보다 더 건조하게 감정을 눌렀다. 완벽한 1인극 이래서 처음의 짧은 나레이션 빼고는 대사란게 없다. 갓~ 이나 뻑~ 을 탄식으로 뱉는거 말고는 시종일관 좁은 배 안에서 차분히 분투하는 그의 행동을 관찰할 뿐이다. 


 그러나 이게 대단히 집중하는 효과를 유발했고, 감독의 의도도 철저히 리얼리즘에 입각해 그저 한 인간 (인물에 대한 어떠한 배경적 설명이나 단초가 없다. 이름조차도. 그저 제목 같이 모든걸 잃어버린 늙은 한 남자) 이 겪는 고난에서 대처할 수 있는 당위적 행동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줄 뿐이다. 

 무인도에 표류한 삶을 보여주는 '캐스트 어웨이'에서 혼잣말을 하거나. 배구공과 대화하는 주인공의 과장된 모습과는 정 반대의 지점에 있다. 또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의 상상속 환영. 또는 이야기와는 정 반대이기 때문에, 저게 뭐야 란 반응이 나올수 있는데, 그래비티의 감동과 비슷하게 대 자연에 고립된 한 인간의 내면을 간접체험하거나, 자신의 내면의 어떤 경험을 등가시켜서 느껴야 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함께. 위대한 배우겸. 감독으로서의 로버트 레드포드의 늙은 주름과 명민하진 않지만 진중한 행동은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인간일지라도 살기 위해선 어떻게 대처하고, 최선이란 뭔지를 보여준다. 여태 살면서 나를 이루고 있는 많은 껍데기들..돈.사회적 지위.명예.경험. 등은 바다를 표류하는 곳에선 허물에 불과하고 극한의 실존에 당면한 인간의 행동은 숙연하게 만든다. 어떠한 허세나 과장이 없는 담담함. 혼자 고립되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란 무엇일까. 추억을 되새기기 보단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묵묵히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 아닐까. 


 예전에 영화속에 나오는 요트와 비슷한 배를 탄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같이 타고 있음에도, 저멀리 동해 바다 한 가운데 나가 육지가 안 보였을때, 기분이 괴로웠다. 사방이 바다인 망망대해의 무의식적 공포도 있겠지만, 거기까지 나오는 와중에 배멀미로 이미 토할만큼 토해서.. 더 게워낼게 없다는 막막한 배멀미의 공포. 선착장의 콘크리트에 발을 내딛고서 얼마나 안도감을 느꼈던지..갑자기 배고픔이 몰려와 걸신들린듯 먹어치웠던 추함도 다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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