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시계 하나를 샀다. 세이코 5 오토매틱.
초등학생 때부터 시계에 대한 큰 욕심은 없었다. 그 당시 스탑와치 기능이 있는 카시오 돌핀 이란 시계가 멋져 보이긴 했었다. 고3때 까지 손목 시계 없이 살았다. 수능을 앞두고..엄마가 스와치 오토매틱 시계를 사줬다. 고장 안나고 좋은 시계였지만..밴드 형식으로 쪼이는 시계줄이..더 이상 쓸수 없게 되었다. 그러다 미국 갔을때. 벼룩시장에서 디젤 시계를 몇십 달러?에 샀다. 시계알이 완전 큰 패션 시계였다. 서울에 오기도 전에 유리가 박살나서..버렸다. 그 후. 카시오..우레탄 시계줄로 된 것을 오래 차고 다녔다. 되게 싸고. 간편해서 기억에 남지만. 자주 사우나 탕에도 차고 들어가서 그런지. 몇 년 후 고장났다. 스와치. 디젤. 카시오. 타이맥스. 스카겐을 거쳐. 세이코 였다. 


 간혹 잡지를 보다가. 내 취향의 시계가 나온다. 나중에 그 시계의 가격을 보고 나서..외마디 탄식이 나온다..헑.....   그 시계는 IWC 였다. 시계를 보석의 관점에서 보면..그런 고가의 시계가 수긍이 가나..나는 시계를 실용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솔직히 100만원이 넘는 시계를 평생 살 것 같진 않다. 결혼을 한 친구와 한 달 만에 만났을 때. 그의 손목엔 커다란. 태그 호이어 시계가 차 있었다. 결혼 예물 시계 였는데. 가격이 250 정도 한댔다. 밥먹고 술먹고 헤어질때까지..내가 계속 차고 있었다. 헤어질때. 옆에 있던 또다른 사람이..남의 시계 왜 그렇게 차고 있어요? 라고 물었다. 결혼 예물 시계래서 뭔가 기 좀 받을려고요..라고 답했더니. 좀 엉뚱한 사람이군 하는 표정으로 싱겁게 웃는다. 솔직히 난 그 돈주고..어중간한 시계를 사거나 선물받진 않겠다.

 내가 아는 선배는 정말 시계 매니아 분이 있는데. 그런 분들이 시계에 갖는 애착이나. 관점은 이해 한다. 아날로그 기계에 대한 향수..매니아의 입장에서 자기 만족감.. 나 같은 경우도..기타에 대한 애호감이 상당하니까.. 그러나 남들 하는데로..남들에게 보이기 위한..어중간한. 이끌림은..지양한다.
 예전에 아는 선생님과 이태원 쇼핑중. (그분은 오메가 시계를 차고 다녔었다.) 이태원 뒤 골목의 간판도 없고..허름하며. 전화 연락을 통해서..문을 따 주는 그런 곳 이었다. 같이 들어가 보니..명품 가방과..구두 시계등이 있었는데..되게 고급스러워 보이는 짝퉁 이었다. 그 분은 불가리 시계를 20여만원에? 샀다. 짝퉁에도 레벨이 있다더니.그곳이 좀. 진짜에 가까운..곳이라고 했다. 그럼 그 금색 오메가도??ㅎ

 고등학교 1학년때. 어디서 얻은건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서울대 마크가 찍혀진 시계를 차고 다니던 아이가 있었다. 그 시계를 차고 공부해서 서울대를 가야겠다는 게 아니라..걔의 말로는 서울대 시계만으로도 여자를 꼬실수 있다는..지극히 80년대 스러운 말이었다. 격세지감 일까..지금의 서울대는 그 옛날 서울대가 아닌줄. 누구나 안다..오히려..고급?사료 먹인 닭장속 닭같은 느낌이랄까..
 당시 문학선생이란 작자는 너희들 공부 잘 하면..나중에 이화여대 나온 여자와 결혼하고..공부 안하고 그러면..정희여상(지역의 공부못하고 노는얘들이 많이 가는 학교. 지금은 없어짐)  나온 여자와 결혼한다는. 말을 했다. 그 문학 선생이나..나,나. 김수영을 더 공부해야 겠다..

 지금 손목에 세계의 시계를 찬 위 사진을 보니..나도. 참 초딩스럽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그나저나 오늘이 13일의 금요일 이구나..  7만 오천원에 산 세이코 시계가 기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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