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글을 쓴다는 것은 일상의 소소함을 오롯히 기억에 남기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본 것. 듣고. 느낀 것은 기억의 층위에 차곡차곡 쌓여..차츰 그 무게에 눌려 망각으로 유실된다. 그 소중했던 삶의 순간들을. 너무 쉽게 망각으로 흘려보내는 걸 방지하고자. 한편으로는 그 시간들에..특별함을 부여하고자. 우리는 일기를 쓴다. 일상의 순간들은 글을 씀으로써 재 맥락화 된다. 기억에 태그 를 붙임으로써. 언제든 뽑아낼 수 있는 추억이 된다.
 사진은 즉각적이고 함축적이며 시적이지만. 글은..내면의 정서에 의해 좀 더 주관적이고..묘사적이다. 글은 쓰여지는 과정에서. 재맥락화 되..고정되지만. 사진은 나중에 그 걸 다시 볼 때. 재 맥락화 된다.

 근래의 파편화된 기억이 넘실 댄다. 곧 소멸될 기억들은 추억이 되고 싶어 한다. 나는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것은 현재의 나를 정의 하는 것일 수 도 있다.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나아간다. 사실 지금 현재는 없다. 시간과 숨은 정지 할 수 없다. 지금 여기 부터 과거..와 다가 오지 않은 과거만 있을 뿐이다. 
 
 저번주, 아주 오랬만에..기억에서 잊혀졌던 감성이 떠올랐다. 충무로의 카메라샵 쇼윈도 앞에서 나는 오래된 필름 카메라들은 뚫어지게 쳐다 봤다.  그 아름다운 카메라들은 나를 과거속의 어떤 나 로 이끌어 주었다. 순진하고 소박한. 꿈과 열정을 가진 어떤 지점으로..
 카메라는 행동의 동기를 점화 시킨다. 모더니즘 미학의 극치인  명품 필름 카메라들은 마지막 사진 시대의 자존심을 피력한다. 주류가 아닌 필름 카메라들은 여전히 고고하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카메라들을 보면..그 설레임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걸 쥐고..세상을 바라보는 나를 상상해 본다.

 동시에 사진집을 파는 작은 서점에 들렸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 작가 브루스 데이비슨의 아주 큰 박스셋이 있었다. 아마도. 그렇게 비싼..구하기 힘든..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집인 East 100th street 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가격을 물어보니...35만원..흠.. 인터넷 서점에서 알아보니..24만원 정도에 살 수 있었다. 비싸서 선뜻 구입하기 힘들지만. 그 사진집을 감상하는 미래를 생각하니. 행복해졌다. 아마 돈이 없기 때문에 오는 작은 행복이다. 마구 펑펑 쓸 수 있어 언제든 뭐든지 소유 가능하다면..그건..아무 의미없는, 삶의 버려짐이다.

 책을 네권 주문하면서 그 사진집은 다음을 기약했다.
요즘.. 드라마 파스타를 간간히 보아왔다. 물론 공효진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고..더 나아가선..파스타 요리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좋은 드라마는 피로 회복제 같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의 미소를 보는 건..나 또한 미소 짓게 만든다. 파스타에 나오는 공효진을 보다 보니.. 누구의 인상이 자꾸 떠올랐다. 첨엔 몰랐는데..되새겨 볼수록 어딘지 모르게 닮은 구석이 있다. 공효진 보다 젊고 미인이여서 더욱 미소 짓게 되었다. 그러나 단지 회상 할 뿐이었다.

 아열대 기후가 된 것처럼 비가 계속 왔다. 추억은 비를 타고 주룩주룩 내린다. 돌아갈 곳 없는 추억을 구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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