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엄마가 한가득..마늘을 쌓아놓고 까고 있었다. 불안했다. 미련하게도 엄마들은 그런 일에 목숨 건다. 몇 일이 걸려도 쉬엄 쉬엄 하면 될 것을, 앉은 자리에서 돌부처 처럼.. 끝까지 다 하는 그런 습성. 나는 화가 난다. 옆에서 도와 주지 않을 망정..이런 화나 내고 있는 나는..우라질 자식이다.
 
 내가 화가 나는 이유는..평소에..건강에 대해서..습관에 대해서 누누히 말했지만, 어른들은..좋던 싫던, 자신의 습속을 쉬이 버리지 못한다. 모르겠다. 최소한 나는 내가 안 좋다 생각하는 습관을 최대한 고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되던 안되던 그것이 인간의 큰 가치라고 생각한다. 60년 넘게 살아온 삶의 습속을 어디 그리 고치기 쉽나..하지만..여생의 건강을 위해서 작은 노력이라도 한다면..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을걸..내가 강조 하는 것은..식사를 천천히 하시라.. 꼭꼭 오래 씹어 드시라.. 제 시간에 챙겨 드시라..김치에 물에 말은 밥 같은거 드시지 말고 골고루 드시라..등등등.. 내가 보기엔 별거 아닌 노력이지만..어른들에겐. 세월의 무게 만큼 작은 것도 바꾸기 힘든 모양이다.
 어쩜 우리 부모 세대들은 자기몸 건사하지 않고..무한한 희생에 몸 바쳤던 것이다. 자식들을 위해.. 나라를 위해..(사실은 역사의 부끄러운 놈들)
 
 그날도 틈틈히 스트레칭 하시면서 하라고..간곡히? 잔소리 했다. 여러번 겪어 봤기 때문에, 요번에 알아서 제 몸 챙기시겠지..했지만. 또 무리하셨고, 허리가 도지셨다. 전부터 그렇게 누누히 강조했지만.. 순간 부아가 치밀었고, 곧..그 화가 나를 공격했다. 

 내 유년기의 슬픈 기억은, 엄마의 허리 아픔에 대한 것이다. 나중에 좀 더 커서..그 고통이 나를 낳고 산후조리를 잘 못해서 일꺼라고 확신했다. 어릴적엔 허리 아픔, 지금은. 간혹 찾아오는 어지럼 증상..그 사이에.. 무릎 관절. 고혈압. 위장 장애. 등. 입원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이러저러한 증상을 달고 사셨다. 지금도 그 날이 또렷히 기억나는데.. 고등학교때..중간 고사를 보러 가는 아침..엄마가 구급차에 실려 갔던, 그 순간의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 무기력한 존재의 현실..그래서 대학을 가서..별 볼일 없는 지식도 쌓지 못했고, 정신의 허영 속에서 번뇌하기 위해.. 그렇게 학교를 다녔나.. 하는 그런 자괴감. 
 
 생각과 현실의 실천은, 소통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허리아픔에 기운이 달려 어지럼까지 온 엄마를 위해. 죽을 끌이고 있었다. 소고기 야채 버섯 죽.. 요리하는 법이야 별것 없지만. 재료를 잘게 준비하는게 오래 걸렸다. 소화가 잘 되기 위해..최대한 재료를 잘게 썰었고, 쌀이 잘 풀어지게..뜨거운 열기 속에서 잘 저어줬다. 이제는 보살펴야할 부모가 된 현실이, 슬프고도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엄숙함이 있다.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먹기도 하고, 한국인 이라면..절대적인 마늘이 사람 잡을 뻔 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잘 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부모를 잡을 뻔 했나. 그들의 무식한 인고에 감탄하는 바이나. 과거의 삶의 서사는 간혹 현실을 왜곡한다. 허리의 어긋남은 지금 여기 현실의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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