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대청소를 했다. 과장하자면 걸레에 씻겨 내린 먼지가 1킬로그램에 육박하지 않을까..내 마음의 먼지가 그 정도 무게는 덜어진 느낌이다. 그동안 버리는데에 있어서는 소심했다. 마치 내 일부가 소실되는 것이라 여겼다. 갖은 물건과.책들. 끄적거린 노트들.. 사용하다 만 여러 수첩들..나는 왜 이런것들을 껴안고 있었을까.. 추억이라는 이름하에, 삶의 의미를 과거의 나로 두려 했을까..십여년 전의 일기들, 대학때의 노트들을, 읽었다. 하지만 유치한 감성들만 확인 했을뿐. 과거 속에서. 현재와 미래의 각성을 찾을 수 없었다. 넓게 보지 못하고 감성의 우물에 갖힌 글들. 그 끄적거림 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가차없이 버렸다.

 오래된 책들..다시 찾아 보지 않을 책들을 시원하게 내 던졌다. 버릴 박스에 차곡차곡 쌓이는 만큼 기분이 이상하게 좋아졌다. 소비의 즐거움 만큼..버리는 즐거움도..만만치 않다. 버려서 비워진 자리엔. 새로 왔으나 자리가 없어. 여기저기 바닥에 산재해 있던 것들이 채워졌다. 그래서 바닥에 떨구어진 것들이 모두 비비고 틈에들여 섞였을때..어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방의 매무새는 견고해지고. 조직적으로 변했다. 

 방의 표정은 나의 심리를 바꾼다. 환경의 영향은 무시 할 수 없다. 방은 살아있는 유기체 같다. 내가 애정으로 눈길이 가지 않는 구석에 시선을 주면, 그곳은 새로운 인상을 드러낸다. 청소는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 이 먼지들을 살아있게 만든다. 안주하지 않을 삶을..끊임없이 생명력으로 유동하는 그런 가치를 말해준다.

 잡지류는 더이상 사지 말고. 고전류의 엄선된 책이 아니고선 함부로 사지 말고. 문서류는 제깍제깍 처치한다. 언젠간 필요하겠지 라는 생각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삶은 스크랩이 아니니까...
 오늘도 변화무쌍한 구름속에..비가 내렸다. 다행히도 눅눅한 먼지는 치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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