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사진가의 삶을 극적이면서 지극히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무자비한 폭력의 현장,  표준 단 렌즈를 단 카메라로 현장의 상황을 바로 코 앞에서 포착한다. 자신의 안위는 뒤로하고.. 폭력의 상황속으로 빨려들어가 셔터를 누른다. 

 때는 90년대 초반. 남아공의 내전, 아마도 이런 혼란기를 거쳐. 직접 투표로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나 보다.  

 한 신참 사진가가.. 폭력의 현장에 맞닥드리고, 취재를 위해 혼자 무작정. 분열과 증오가 난무하는 집단속으로 뛰어든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의 상황에 동조돼 자연스레 사진을 찍게 된다. 바로 눈앞에서 광란의 살인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던 그는 폭력앞에서 자신의 방관자적인 입장에 대해 충격 받기 시작한다. 사진은 채집할 뿐. 목도하는 현장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사진을 미디어에 팔아 넘기고. 전 세계에 그 사실을 고발한다. 하지만. 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그 광경에서 무력함과..실존적 고뇌를 느낀다. 그 첫 사진으로 신문사의 데스크에 인정을 받고..일련의 보도사진가 그룹에 합류하게 된다. 케빈 카터를 포함한 그들 4인방은  뱅뱅 클럽 이라고 불린다. 

 이 영화에 나오는 실존인물도 무척 유명한 보도 사진가 들이지만, 이 방면에 최고로 유명한 이는 로버트 카파다. 스페인 내전의 공화국 병사의 죽음이란.. 머리에 총을 맞아 쓰러지는 그 찰나를 포착한 사진과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빗발치는 기관총 세례속..미해병 병사를 찍은 사진으로 전쟁 사진의 대명사가 된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 당신에게 마음에 들지않는 사진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좀 더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전쟁 사진을 넘어서 이것은 사진의 진리 인 것 같다. 꼭 시각적인 면 뿐만 아니라.. 내용이나 정서적인 모든 면에서 이것은 중요하다.

 이 영화는 종군사진가들의 현장을 대리 체험 하게 해 준다.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는 그들은 한때의 미친 혈기가 지배하는 듯 하다. 정말 대단하지만, 나는 도저히 못 할 것이다..란 설레발이 쳐진다.

 내가 첫 카메라를 가진게..대학 1년때인데, 96년은 학생 운동의 마지막 해 였다. 그 해 8.15 통일 축전은. 신촌에서의 거대한 데모와..최루탄이 난무하는 마지막 대규모 학생운동이었다. 그 후로 학생운동은 급격히 빠르게 대학에서 자취를 감췄다. 첫 카메라인 니콘 F90X는 세로 그립이 달린 좀 있어보이는 외관이었다. 그 해 여름. 하릴없이 친구와 돌아다니던 시절..신촌의 데모 현장은 나에겐 사진찍기의 놀이터 였다. 난생 처음 지랄탄의 독한 맛을 알았고, 최루탄 가스가 얼마나 무서운지 사진찍기 의욕이 싹 가셨다. 그 때 우리는 전형적인 미대생 이었다. 유미적이고 방관자적인 입장을 가진. 게으름뱅이들.. 전문가로 보이는 카메라 덕분에..기자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나는 현장에 접근하기가 두려웠다. 나는 이런 사진에 맞지 않음을 사진 첫 시작부터 어렴풋이 깨달았다. 떨어진 최루탄을 발로 끄는 전사 대학생들이 그렇게 대단해 보였다.  친구와 최루탄 가스를 마시고 눈물 콧물 질질 켁켁 대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들은 파파라치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이 영화를 보다보면. 방관자로써 찍고 빠지지만. 그런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는 것 자체가 감탄할 만한 요소라는걸 알 수 있다. 그 현장에 있음 자체와 그 현재를 증명하는 사진을 남기는 자체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참혹을 라이언 일병 구하기 첫 씬에서 알 수 있었다. 총알 세례와 폭탄의 끔직함을..로버트 카파는 그 와중에 사진을 찍은 것이고..이것은. 현장의 진실로써 대단한 느낌을 자아낸다. 

 케빈 카터의 굶주린 소녀와 독수리는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보도사진가의 윤리적 문제를 야기한 이 사건은 사진가의 자살로 이어졌지만. 여전히 카메라를 든 사람의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사진은 사진이되. 인간의 상식. 윤리적 행위는 방관할 수 없다. 주인공이 끊임없이 고뇌하는 부분이 그것이다. 카메라를 를 들었음으로 생기는 딜레마..사진이 먼저인지..인간의 기본적 상식이 우선인지.. 사진은 목적이자 수단이지만..그것은 무엇을 위해서인가..  질문을 던진 영화였다. 

 70년대 신화적인 여류 사진가. 다이앤 아버스도 이러한 사진가적 딜레마에 봉착해 자살을 하지 않았을까..비정상적인 사람들을 찍던 상류층 출신의 사진가는 그들의 불운의 삶을 채집해 자신이 유명한 예술가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근본적인 모순에 고통을 느끼지 않았을까..

 유명한 전쟁 사진작가 짐 낙트웨이의 다큐멘터리 보다 더 흥미진진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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