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뜸했던 영화감상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영화들을 시의에 맞게 챙겨 보는것도, 도가니 의 뒤늦은 감상후에 들었던 나 자신의 회의 였다. 대중적 취향 내지 공론에서 거리를 두고자 했던 나의 오만은 도가니의 여파로 인해 누그러졌다. 영화를 통한 사회적 의식의 환기와 자정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고 훌륭한 면이라 생각한다. 사회를 좀 더 정의로운 쪽으로 발걸음을 내딛게 하는 이런 영화야 말로 작품으로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부러진 화살을 보고 나서 많은 글들을 읽느라 시간가는줄 몰랐다. 그만큼 이 영화를 통한 논란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한 만큼. 실제 사건에 대한 갑론을박이 도통 무엇이 진실이고 맞는지 아리까리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진중권 교수의 글이 도화선이 되었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실제 공판 기록을 빠르게 읽고 있었지만. 나는 실제 사건의 공방 보다는.. 이 영화를 보고 난 직후의 온전한 나의 영화평을 쓰고자 한다.

 우선 이 영화가 가진 법치주의의 근간인 사법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비판은 통렬하고, 의미가 있다. 법(법전)에 대한 소신과 신념은, 정의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질문하게 하고 행동하게 한다.

 우리는 법이 기능하는 비상식적인 면들을 많이 봐왔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부과되는 법과, 그것이 없는 자들에게 부과되는 법은 이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특권화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우리가 저항할 방법은 별로 없거나 거의 없다. 법이 공평하지 않고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문성근 이 연기한 판사가..타당한 논리에 말을 못하고. 묵살하기만 할 때..그래서 개판인 재판에 참관인들이 계란을 던져.. 법관들이 놀라 겁먹는 장면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워낙 원리원칙이 무너지고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국민의 마음에 사뭇힌 분노가 표출되었던 것이다.
 영화는 영화래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누구나 이런 부조리한 일을 당할 수 있고..사실 벌어지고 있을 이런 억울함에 동정하고 연민하며...분노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관례나 관습을 부정하고. 법의 원칙대로 가야한다는 소신을 우리에게 자각하게 한다. 누구의 말대로 나..원래 그려려니 한 것이 아닌..주체적인 법의 소신과 확립을 말한다. 거대 권력 앞에서 자신의 소신을 당당히 펼치고 맞설때, 사회는 진보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부분에서 안성기가 변호사한테 자신의 어릴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은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요점을 보여준다. 타인의 눈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소신있게 밀어부치는 그런 의식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하지만 이 소신이..신념이.. 자기괴리와..합리화의 당착에 빠지거나 몰상식에 기대게 될 때는 더 큰 문제다. 자신이 믿는 것만 보게 되고 타자의 입장이나 생각,감정들은 무시, 배제한 채. 자신이 옳다고만 주장하는 것은 더 큰 근본적인 문제다. 한마디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에는 인품이 함량미달인 것이다. 재판에 불합리하게 졌다고 해서.. 석궁을 들고 위협을 한 자체가.. 반사회적이고..상식적인 사람이 아닌 것이다. 원래 사건의 교수는. 사법부에 대한 비판이 아닌.. 각각의 법관들에 분노와 공격을 펼쳐놓는데..사회 정의에 대한 소신보다는 개인의 원한에 사뭇힌 것 같아 안타깝다.. 숲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아닌 이파리가 다 떨어진 나무에 앉아..번개를 맞았다고 해서.. 나무를 막 쪼아대고 있는 꼴이랄까..

 영화는 의미있게 잘 보았지만..실제 사건이다 보니.. 그 사실 맥락에 대해 많은 설전이 오가고 있다. 무엇이 진실이고 옳은지에 대한 판단 보다는. 이 영화를 통해..아니 이 사건을 통해. 대중들이 좀 더 좋은 나라에 대해. 상식과..정의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 바램을 조금이라도..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되었음 좋겠다. 
 자유,민주,평등의 국가가 우리나라 인데..이 단어들이 왜이리 어색하게 다가오는 걸까..

" 우리 사회의 분열과 대립의 원인은 ` 보수 진보 ` 이데올로기 대립이 아닌 ` 몰상식과 상식 ` 대립이다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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