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지아마티의 최고의 작품은 알렉산더 폐인 감독의 '사이드웨이' 라고 생각했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또 하나의 폴 지아마티 최고의 작품이 생겼다. 더불어 더스틴 호프만의 반가움은 더 할 나위 없다.
원제가 바니의 버전이라.. 한글화 제목이 어려울만도 하나, 그래도 한글 제목은 정말 아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바니의 사랑은 한 번 뿐 이었다. 결혼이야 세번째이지만, 진정한 사랑은 단 한 번 뿐이었다. 그 사랑에 이루게 되는 과정이 삶의 버전으로, 울고 웃는 한 남자의 진실한? 성장의 과정을 보여준다. 사랑에 골인 하는 순간의 버전 뿐 만 이겠는가.. 그 사랑을 지켜 나가는 과정의 버전 또한 중요하고, 이 영화의 주요한 뼈대를 이룬다. 이 영화의 초점은 여기에 맞춰져 있다. 사랑에 골인 해서, 어떻게 유지하고 살아가는지. 한 남자의 삶의 궤적이 올곧이 드러난다.
미워할수도 없고..좋아할수도 없는 한 유태인 남자의 삶. 그의 행적이 그러하지만, 이 사람의 근본적 마음은 따듯함으로 채워져있다. 첫번째 말도 안되는 부인의 그림을 계속 간직하는 것이나, 자신의 아기를 가졌다고? 결혼을 해주는 의리나(결국 콩가루 여자 였지만), 회사 직원인 단막극 배우에게 용기를 주려고 했던..자작극 등등.. 부인과의 사랑 외의 자잘한 면들에서 드러난다. 죽어서도 당신 옆에 있겠다고..묘자리에 대한 집착도 그렇고, 처음엔 가벼운 사랑 이야기 인가 했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 바니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인생과 사랑에 대해 심도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었다.
그가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 때와 장소는 두번째 결혼식장에서 였다. 삶에서 진짜 한눈에 반한다. 라는 건. 쉽게 오지 않는 사건이다. 그는 그 날 모든걸 그녀에게 올 인 한다. 결혼식을 뛰쳐나와 그녀를 찾아 기차에 까지 들어가 고백하는 장면은 멋졌다. 마치 아버지(더스틴 호프만)의 젊은 시절 영화 '졸업' 에서와같은 막무가내..가 떠올랐다. 평소 술에 취하고 눈이 풀린 그였지만, 그녀를 알아보고. 바라보는 그 눈빛 만은 강렬했다. 아마도 결혼식장에 들어간 모든 신랑 신부 들은 첨예한 본능적 자각이 본인과 배우자에 대해 펼쳐질 것 같다.. 정말 이 사람이 나의 평생의 인연이 맞을까.. 그런 와중에 한 사람이 100%로 눈에 박힌다면..
본능을 쫏아가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것이다..하지만 마음에서 올라오는 진정한 말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바니는 사랑에도 없는 2번째 결혼 기간 내내, 자신의 사랑인 그녀에게 원거리 구애를 계속 한다. 끊임없이 꽃을 보내고, 만나자고 구애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이혼을 할 수 있는 꼬투리를 잡고..그는 당장 그녀에게..이혼을 하고 당신에게 가겠노라고 외치고.. 몇년에 걸친 바니의 노력에 그녀도 감응하고.. 그들은 그날 바니의 결혼식 이후로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그러니까 두번째..만남. 그러나 바니는 너무 긴장해서..술에 취해 본의아니게 추태?를 피우게 된다. 하지만..이미 그녀는 바니의 진심을 알아차린 것이다. 대화할 소재를 메모지에 적어둔 것 하며, 그의 순수한 행동은 그녀의 마음을 열게 했다. 정말 많이 좋아하면, 평상심은 무너지고,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이상한 행동이 뛰쳐나와 당황하게 만든다. 투명한 본성이야말로 마음과 마음이 엮기는 기본 단계일 것이다.
나중에. 바니나. 자식들이 얘기하지만. 자신에게 분에 넘치는 좋은 여자를 얻었고, 그 사랑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별 볼품없는 남자의 순수한? 마음을 받아준 여자도 멋지고..사실은 돈 많은 유태인 사업가 여서 그런지도..ㅎ
그렇게 평탄한 세월이 흐르다가. 그녀의 부인은 직장을 갖게 되고. 고상하고 지적인 직장 상사를 만나게 되면서 바니의 사랑은 위태로워 진다. 바니가 부인의 마음의 외도를 결정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순간.. 그 상실감은 스크린을 넘어 내 마음까지 뻗쳤다. 두번째 부인이. 자신의 친구와..한낮의 정사를 목격하고. 짓던 회심의 미소와는 정 반대인, 부인의 리퀘스트 곡에서 알아차린 그의 충격은 말년까지 그를 괴롭히며, 결국, 씁쓸하게 기억이 사라지는 치매를 얻게 된다. 이혼을 했고, 부인의 남자에게 괴팍한 성질의 유치한 짓거리를 일삼는 그였지만, 마지막까지 그의 유일한..진실한 사랑을 놓지 않는다. 그들이 처음 만난 자신의 결혼식장에서, 사라져가는 기억을 음미한다.
그의 삶은 미워할수 없는 따듯함이 가득차 있다.
한 남자의 일생을 반추하며 얻게 되는 소소한 재미와 깨달음이 있는 좋은 영화였다. 중요한건 실천이지만 이 영화는 그것의 의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여지를 많이 주었다. 내 삶에 비추어 과연 나는 이대로. 알량한 자존심이 무너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머리가 아닌 좀 더 본능적으로, 마음의 노래를 들어라.
자신의 사랑을 대번에 알아보고, 의심없이 밀어붙였던 바니의 용단이 아름답다. 사실 머리에서 기능하는 객관적 판단은 영혼의 속삭임에 우선 할 순 없다. 그러면서 결국, 나 자신을 의문하게 된다. 손벽이 마추쳐야 무엇이든 소리가 나는데, 계속 침묵이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안에 울려 퍼지던 레너드 코헨의 아임 유어 맨은 꽤 의미심장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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