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휴일. 햇살 따듯한 봄날의 전령이 만개한 가운데 춘천의 호수와 먹거리에 즐거움이 가득했다. 
 언제부턴가 춘천으로 가는 전철이 개통이 되어 많은 인파가 춘천으로 하루 여행을 간다는 걸 알았다. 전철비가 공짜인 노인들은 서울 상봉역에서 출발해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춘천에 자주 간다고 한다. 노인뿐이겠는가.. 경춘선 전철은 평일이나 휴일이나 몸살을 앓는다고.. 예전에 춘천으로 가는 기차나 자동차 국도는 크게 맘잡고 가야하는 루트 였다. 



 춘천에 대한 기억은 한 번 뿐이었다. 차가 생기고 친구랑 하릴없이, 괜히 운전하고 싶어 갔던 곳이 춘천이었다. 정말 춘천의 명동거리만 걷다가. 관광객 상대하는 닭갈비집에서 먹고 온게 다였다. 정확이 얘기하자면 춘천으로 가는 몇번?국도 드라이브 여행이었던 거다. 이 길은 막히지 않으면 꽤 멋진 국도일텐데.. 서울로 들어오는 길은 심각히 막혔던 기억이 난다. 서울의 북동쪽의 국도들은 차막힘의 두려움이 어떤 트라우마처럼 존재한다. 

 전철에 자전거를 싣고 가는 이번 여행은 그런 면에서 마음이 너무 편하지만.. 대림역에서 상봉역 까지 가는 7호선 라인에 사람이 많을까 하는 걱정이 내심 앞섰다. 내 비치 크루저 자전거는 너무 크고 핸들이 쫙 벌어져 있어, 다른 승객에게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휴일에 전철의 맨 앞이나 뒤에 자전거를 실을수 있다지만..사람이 많을때, 자전거는 타인에게 걸리적 거릴게 다분하기 때문에.)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부랴부랴 7호선 플랫폼으로 내려갔더니. 다행히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내 자전거가 시선을 끌었다. 승강장 제일 끝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가려했으나 누가 사진이라도 찍어 지하철 용자 같은 제목으로 올릴까봐.. 그냥 끌며 뛰었다. 한쪽 벽에 세워뒀는데, 출발할때 관성으로 한번 꽈당 넘어지고 나서 좌석이 많이 비웠음에도. 서서 자전거를 붙잡고 갔다. 서울의 대각선 끝과끝의 노선이니 아침부터 힘들었다. 

 상봉역에 도착하니 춘천으로 가는 인파들이 조금 과장해서 인산인해였다.  새로 표를 끊어야 하는 게 아닌. 그냥 수도권 전철 환승하듯.. 나갈때 체크 하면 되었다. 1시간 가량 가는 전철 바닥에 옹기 종기 앉아서 대화가 펼쳐졌다. 

 
 아침부터 이동하는 수고와 말을 많이 했기 때문에 허기졌다.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위한 힘을 비축하기 위해 역전앞의 뻔해 보이는 닭갈비 막국수를 들어갔는데. 기대보다 막국수 맛이 좋았다. 소양강 막걸리와 궁합도 좋았고.. 카메라가 있었지만..맨날 음식나오면 찍어야 한다는 생각은, 다먹고 난 그릇을 보며 아차 하는 후회막심.. 그래서 앞으론 그냥..식후 식탁 풍경을 찍어야 겠다는..생각이 들었다.  사진은 미래에 도래할것보다..지나간 것에 대해 더 치중해 있으니까..

 
 자동차 도로상에 있던 김유정 문인비 자동차로는 그냥 지나칠께 뻔한 위치에 있는데, 자전거 여행이기 때문에 잠시 멈춰서 구경하고 김유정의 시를 기억에서 들추어볼 계기가 되었지만,  결국 괜한 공교육 탓만 하게 되었다. 교과서에 실린 시중에 나는 조지훈의 승무가 가장 가슴을 찔렀는데,  동백꽃도 그에 못지 않다. 

 
 산속의 저 집은 무얼까.. 그 밑에 호수위 파란 난간의 자전거길이 보인다. 그 위쪽 사진 배경의 콘크리드 구조물은 다시 보아하니 영화 의뢰인에서. 결적적인 사진 단서로 나왔던 배경의 그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봄날을 연상케하는 따듯함. 따사로운 햇살속에서 비타민 D, 세로토닌. 엔돌핀. 페로몬등은 왕성히 발생하고 있었다. 근데 써먹을데가 없구나. (여로모로 인생의) 선배는 지금 이 자전거 여행이 아무리 좋아도 여자한테 같이 하자고 그러지 말라고 했다. 보통 영화속에선 시간의 한 단편만 보여주기 때문에 이런 하루 여행의 최고의 좋은 (낭만적인) 모습만 보여주고 넘어간다. ( 더 리더의 한장면을 연상해 보시라..) 하지만 현실은. 그 낭만을 만끽하기 위한. 전. 후의 고생? 이 따른다.. 나한테는 그 조차 즐겁지만..
 

 
 이 여정의 백미였던 길이다. 물위에 나무로 굽이굽이 만들어진 길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자전거가 지나갈때. 바닥의 나무들이 도로록도로록 내는 소리도 듣기 좋았고, 호수의 푸르름이 아름다웠다. 선배는 우리가 가는 자전거 길의 이름을 박*준 루트라 불렀다. 왜냐면 반년전 혼자 이 길들을 개척했기(찾아냈기) 때문에, 월맹에 호치민 루트가 있다면. 춘천에는 박*준 루트가 있다. ㅋ

 
 폐 경륜장. 자전거 트랙의 기울어진 경사가 그렇게 심한지 몰랐다. 사진속 오른쪽 끝으로 보이는 경사는 직접 가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거의 90도 벽이 세워져 있는 느낌.. 아무리 속도와 관성으로 질주 한다고 해도. 꽤나 무섭겠다.

 
 춘천 시내를 들어와서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명동 거리를 걸었다. 여전히 배용준. 최지우의 겨울연가 싸인물들.. 간간히 일본말이 들려오는걸 보니. 아직도 춘천시는 이 드라마의 덕으로 많은 수입을 이루고 있는듯.. 그러고보니 춘천은 이렇다할 산업 기반도 없고..공기와 자연적 향취 빼면 내세울게 없다.. 그나마 문학..예술..이 있을까.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고, 덜 오염돼, 예술가들이 많이 살 것 같다. 

 
 춘천에서 제일 유명한 집이라는 저 곳에서 저렇게 줄서며 기다려서 먹었다. 역시 맛있었다. 30분 정도 기다려 먹을만은 하다. 하지만. 그 이상은..좀 고려해 봐야 한다. (우리는 그랬지만)
 저곳에서도 음식 사진을 못 찍었다.  포만감에 줄서 있는 사람들이 안쓰럽게 보였다. 나도 그랬으면서..

 해가 떨어져 가고 있었고. 자전거에서 식탐여행으로의 끝은 편육과 막국수로 마무리 되고 있었다. 여기선 막국수를 비비던 찰나에 깨닫고 사진을 찍었다.

 
 닭불고기로 배불렀음에도 거의 나 혼자 저것을 다 먹었다. 가카가 여기서 쳐먹었다니..좀 께름직한데, 어쨌거나 솔직한 좋은 맛이었다.  그 뒤 너무 배불러서 머리와 폐가 아닌 배로 숨쉬는 기분이었다. 열라 한심한 사람은 졸라 쳐먹고 소화제 먹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 절반을 했다. 
 자전거 거리계로 움직인 거리는 36킬로미터 지하철 계단을 자전거로 들거나 끌며 오르락 내리느라 칼로리 소모나 섭취가 컸다. 지금도 오른쪽 팔이 뻐근하다.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니 피부가 햇빛에 그을려 벌겋게 상기되 있었다.  기분좋은 광합성 이었다. 에너지의 방전과 충전은 매우 즐겁다.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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