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찐감자 몇알을 먹고  후다닥. 반바지와 널부러진 아무 티셔츠를 걸치고 나왔다.  어제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아직 내리고 있었지만, 이미 그 빗줄기는 많이 약해져 있었다. 그동안 가뭄의 실상을 안양천 자전거 도로의 말라가는 풀들을 보며 심각함을 느끼고 있었다. 5년여동안 다니면서, 풀들이 밑둥부터 누렇게 말라가는걸 처음 보았다. 작년만해도. 이맘때 물살을 가르며 집에 오던 기억이 생생하다. 


 자는 동안 내내, 아침에 일어날 즈음에도 창 밖으로 시원하게 빗소리가 듣기 좋았다. 오전에 빗소리와 함께 소일거리를 하다,  숲속 나무의 기쁨들을 같이 느끼고 싶어졌다. 올해는 산엘 2번 갔을까..  예전엔 비오는 날 산에 가는걸 즐기기도 했다.  비오는 숲속은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고즈넉하고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서 숲을 만끽할 수 있었다. 비내리는 숲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것은 언젠가 내면의 상처를 입었을 때, 숲속에서 위로와 치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비와 안개의 산. 고요속에서 내면은 정적의 춤을 춘다. 수분에 동화되어 증발하듯 내 존재가 무위의 자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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