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생각할꺼리를 많이 남겨두는 좋은 헐리우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소리 소문 없이 잊힌 영화였다. 운명과 자유의지에 대한 SF적 로맨스 영화라고 할까.. 역시 원작은 SF단편소설의 대가. 필립 K.딕.

 재미를 찾는 영화라기보다,  자신의 운명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자유의지와 사랑에 대한 담론이 깔린 좋은 영화였다. 

 다만. 여주인공이 영화속 맷 데이먼이 그렇게 운명을 거부하며 올인하게 되는 평생의 여자인지에 대한 감정이입이 별로 안 든다는 점이..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일 듯 싶다. 

 다른 글을 좀 보아하니 다른 이들도..여주인공인 에밀리 블런트의 비호감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 연기를 못 하는것도 아닌것 같은데, 타고난 아우라가 주연급의 존재감은 아닌것 같다. 이 배우를 처음 본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에서 처럼..까칠한 비서 같은 조연급의 연기에 빛을 발하는 배우가 아닐까..

 이 영화에서는 좀더 숭고미가 있는 여배우 여야만 했다. 그 둘의 우연의? 만남은 좀 더 특별한 감흥이 북받치도록 느껴져야 하거늘..왠지 좀 쉬운 여자 처럼 보여지고 느껴진다.. 아무튼 그것만 빼고는 꽤 수작이다. 

 필립 K 딕의 소설은 원작 보다, 그걸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더 좋다. 왜냐면, 워낙 단편 소설이라,  모티브만 제공하는 셈이고..거기에 상상을 붙여 나온게 헐리우드 SF대작들이라.. 뛰어난 아이디어와 확실한 볼거리..

 아마도 보통의 사람들은 이 영화가 헐리우드 SF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액션 씬(총질이나 자동차 추격씬)도 없고..대단한 비주얼도 없이.. 그저 후반부에 주인공이 쫒기며 줄창 뛰는 것만 있는 데서 실망하지 않았나 싶다.  감독이 액션 대작  본 시리즈의 각본가 라고 하던데, 나는 오히려 뻔한 액션이 없어서 너무 좋기만 했다.. 맷 데이먼이 절박하게 달리는 액션에서 감동 받았다고나 할까.

 

 이 영화에 깔린 전제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운명에 대한 공상적 가설이다. 사람의 인생이 그러하게 흘러 가게끔 하는 기관이 있다. 운명이라 불리는 한 사람 인생의 대략의 루팅.. 그 와중에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선택을 하고..그런 모든 과정이 그 사람이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결과를 가져다 준다. 이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어떤 기관에 의해 설정되었는데, 영화속 우리의 주인공은 현재 상원의원 선거 출마 중인데, 아마도 미래의 차기 대권 후보이며. 설정대로라면 앞으로 대통령이 될 사람이다. 상원의원 선거에서 패하고.. 패배의 연설을 앞두고 화장실에서 혼자 리허설 하는 와중에 여주인공을 만나, 연설의 영감을 받아.. 나중을 위한 발판(훌륭한 이미지)을 만든다. 

 여기까지가 원래 그녀와의 인연의 끝이었다. 

하지만. 그의 컨트롤러를 관장하는 사람이 문제의 그날 아침.. 공원에서 깜박 졸아. 그가 그 시간에 버스를 못 타게 누군가와 부딪혀서 옷에 커피를 쏟게 만들어 다시 집으로 가서 갈아입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고, 그 와 그녀는 버스안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한다. (그들이 운명적으로 다시 재회하게 되는 이 장면이 꽤 중요한데, 좀 가볍게 연출된듯한 아쉬움.. 역시나 여배우의 힘.. 멜라니 로랑이 이 역할을 맡았어야 해..) 

 문제는 그 뿐만 아니라 계획보다 사무실에 일찍 도착한 그는 못볼것을 보게 된다. 설정기관 사람들이 정지된 사람을 재설정 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그들은 그녀의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태워 버린다.  그 후 3년동안 그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연락을 할 수 없는 그녀를 우연히 만나기 위해.. 

 성이라도 가르쳐 줬으면, 찾을 수 있었겠지만.. 앨리스란 뻔한 이름밖에 몰라.. 그렇게 3년 이라는 시간이 갔지만, 결국..우연히 가까스로 그녀와 재회한다.  계획에 없던 우연에 의해 다시 설정국 사람들은 그들을 떼어놓기 위해 조정에 들어가고.. 그는 필사적으로 그것에 저항한다. 

 그가 그녀를 만나면 충일함에 더 이상 발전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가 정치인으로써 지금까지 오게 된 삶의 경위는 결핍에 대한 반동적 반향이었다. 그래서 그런 상실과 실패를 극복하고 차기 대선 후보까지 .. 오르게 되는 운명이었다. 마찬가지로 그녀 또한 미국을 대표하는 안무가로 이름을 떨칠 운명이지만 그를 만나면, 초등학교 무용선생에 불과할 것이라고..그들은 말한다.. 

 그는 자신의 안위보다는 그들에 의해 그녀의 안위가 그렇게 되가는 것을 못 참고.. 어쩔수 없이 그녀를 떠난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그녀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그는 인간적인 정이 있던 자신의 컨트롤러 직원에게 그들 처럼 공간 이동할 수 있는 비법을 전수받고.. 그녀의 결혼식에서 그 동안의 경과를 그녀에게 설명한다..그렇게 발설하면.. 설정국 직원이  자신을 완전히 지워버린다는 무서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설정국 요원들을 피해 도피한다.. 자유의 여신상 밑에서 그의 절박한 사랑의 감정에 그녀도 감응하고.. 미래가 어떻게 되었든 그녀는 그와 함께함을 선택한다.. ( 되게 감동적인 장면 ) 자신의 믿음에 올인 하는 그들의 모습은 많은 귀감이 된다. 

 그렇게 쫒기고 쫒기다 막다른 곳에서 그들의 사랑은 절박하게 빛을 발하고 설정국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들은 새로운 삶의 선택을 이루었고, 예정에도 없던 삶의 루팅을 만들어 가게 된다.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운명의 궤도를 벗어나 용기와 선택의 점프를 감행한 그들은 보통사람과는 다른 지점에서 그들의 역사를 만들 것이다. 

 이 영화의 주제에 대해 많은 개인적인 상념들이 있지만 아직은 위 포스터 처럼 고개를 들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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