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에 갔다가 우연하게 한 건축가가 지은 집에 방문하게 되었다. 남의 집 구경은 너무나도 재밌는 일. 원래는 집 방문까지는 예상치 않은 일이었는데, 본의아니게 들어가서 차를 마시게 되었다. 건축가가 설계한 집이니만큼 차만 마시며 앉아있을수 없었다. 집을 구경해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한뒤. 독특한 집 내부를 기웃거렸다. 일단 이 집의 외관은 이 집을 만든 곳의 홈페이지에서.. http://www.irojekhm.com



전경 사진만 봐도. 크지 않은 면적에. 경사진 곳이고, 네모 반듯한 땅도 아니다. 집을 짓기에는 좋지 않은 여건이다. 그것의 개성을 살려서 설계한 집이었다. 이게 좋게 볼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단점을 단점으로 살리는 것이어서, 매우 안좋게 볼 수도 있다. 노출 콘크리트 공법의 이런 집은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고..안도 다다오가 말했나..? 일단 이 집의 주인 부인은 여러 단점들을 말했지만 그래도 내심은 매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와서 일단 독특한 집에 감탄하고 칭찬을 내뱉으면 기분은 좋겠지.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이 집의 첫인상은 전경 사진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뭔가 여러뭐로 정돈이 안 되었다. 애기들이 4명이 사는 집이어서 당연히 정리 정돈이 안 되는 것도 있고, 디자인 적으로 좁은 면적에 독특한 구조로 지어진 것도 있고, 또 거의 모든 것이 사선으로 이루어진. 네모반듯한 안정감은 하나도 없는 것도 있다. 이런집에 맞게끔. 가족 구성원의 생활 습관이나 의식이 매치가 안 되는   느낌이었다. 


 노출 콘크리트의 제일 큰 단점은 난방이라고 한다. 겨울엔 우풍이 쎄서, 그리고 이 집은 구조가 거실의 천장이 이렇게 높게 뚫려 있어서 기본 바닥의 난방가지고는 어림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공기를 데피는 난로가 필요하고, 밤엔 웃기고 낭만적이게도 텐트를 치고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집안에서 텐트치고 사는거 어릴때나 커서나 꼭 해보고 싶었는데..김기덕의 아리랑도 아니고 이런 고급 주택에 텐트라니..재미있다. 애기들용 이라고 한다. 



 경사진 땅 때문에 거실과 반지하로 이어지는 공간은 작은 극장이 되었다. 계단에 앉아서 전면의 스크린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환상적인 공간이지만 애들이 생기면 이렇게 모든 공간이 놀이방. 나무 계단 모서리가 너무 각이 날카롭게 서있어. 애들한테 너무 위험해 보였다. 20개월된 아기는 혼자 잘 놀고 있지만..나는 내심 불안했다. 그러나 엄마는 꽤 호탕하고 털털한 분 같았다.. 


 이날 새벽에 산지 얼마 안된 아이폰5를 바닥에 떨구어서 은색이 반짝거리는 모서리가 처참하게 찍혔다. 지금까지도 가슴이 매우 아픈데, 만약 내 자식이 어디가서 얼굴에 기스라도 난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아기들은 온실속의 화초로 키우는건 안 좋다지만, 부모의 마음은 자식은 온실속의 화초의 마음일 것이다. 왠지 온실속의 선인장이란 말이 떠올랐다. 



 멋드러진 소파들. 요즘은 가구에 그렇게 눈길이 간다. 오래된 나무 테이블이나 의자가 그렇게 멋져 보일수 없다. 


 이 집의 더 자세한 사진은 여기서 http://cafe.naver.com/indesignclub/77834


 이런 사진만 보면 환상에 빠질수 있지만, 실제 사는 모습과, 주인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주거의 용도는 편하고 안락함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다들. 아파트를 찾는 거겠지. 나는 이 집이 전형적인 주거의 목적보다는..주거형 사무실?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뭔가 안정된 느낌은 없지만 비오는 날엔 환상적일 같단 생각이 든다. 왠지 글이 잘 써질것 같은 집이다.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이 집을 보니 여러가지 집에 대한 단상이 떠오르는데 집 이야기는 다음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사동 레빠쥬  (1) 2013.01.30
주말 식용 단상  (0) 2013.01.13
일상  (0) 2013.01.05
추위  (0) 2013.01.03
2013 1st.  (0) 2013.01.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