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참 손이 안 가는 책이었다. 책 표지와 제목이 멋져 사다놓고는 이상하게 초반에 그의 글이 사변적이고 허세어려 보였다. 그 후로 두어번 시도해 보았지만, 타이밍이 안 좋았는지 차분히 글에 빠져들지 못했다. 그러다 몇달전에 읽게 되었는데. 뭐랄까. 아주 좋지도 아주 나쁘지도 않은. 보통다운 책이었다. 이 사람의 첫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너무 좋아서. 그 후의 책들은 고만고만하게 느껴진다. 적당한 통찰과 유머. 지식을 대중적으로 버무리는 기술, 예민함. 아무튼 발췌하고 스크랩하고 어딘가로 던져놔야겠다. 언젠가 여행을 앞두고 다시 읽으면 또다른 재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몇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꿈을 꾸다 보면, 나 자신에게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즉 우리에게 중요한 감정이나 관념들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우리가 자신의 진정한 자아와 가장 잘 만날 수 있는 곳이 반드시 집은 아니다. 가구들은 자기들이 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도 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가정적 환경은 우리를 일상생활 속의 나라는 인간, 본질적으로는 내가 아닐 수도 있는 인간에게 계속 묶어두려 한다. 85


 콜리지는 워즈워스의 초기 시들을 돌아보면서, 그 시에 나타난 천재성을 이렇게 규정했다. "일상의 사물에 새로운 매력을 부여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관습적인 무관심에서 벗어나 우리 앞의 세계의 아름다움과 경이를 발견하게 함으로써 초자연적인 것을 만났을 때와 유사한 느낌을 맛보게 하는 것. 사실 우리 앞의 세계는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보고 이지만, 익숙함과 이기적인 염려 때문에 우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 심장이 있어도 느끼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워즈워스에 따르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는 우리 내부의 선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냇물과 숲이 우거진 웅장한 골짜기를 굽어보면서 바위 가장자리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자연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서로의 관계도 의미심장하게 바꿀 수 있다. 207


 우리는 사막에 있지 않을 때도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우리 자신의 결함을 보고 스스로 작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굴욕은 인간 세계에서는 항상 마주칠 수 있는 위험이다. 우리의 의지가 도전받고 우리의 소망이 좌절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따라서 숭고한 풍경은 우리를 우리의 못남으로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익숙한 못남을 새롭고 좀 더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해준다. 이것이야말로 숭고한 풍경이 가지는 매력의 핵심이다. 229


 욥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종교적이라고 해서 이 이야기가 세속적인 사람들에게 타당성을 잃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넘을 수 없는 장애와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과 마주쳤을 때, 숭고한 풍경이 그 웅장함과 힘을 통해 우리가 원한을 품거나 탄식하지 않고 그 사건을 받아들이도록 상징적 역할을 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구약의 신이 알고 있었듯이, 물리적으로 인간을 넘어서는 자연의 요소들- 산,땅의 띠,사막-을 끌어들이는 것은 위축된 인간의 기운을 북돋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일 세상이 불공정하거나 우리의 이해를 넘어설 때, 숭고한 장소들은 일이 그렇게 풀리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바다를 놓고 산을 깍은 힘들의 장난감이다. 숭고한 장소들은 우리를 부드럽게 다독여 한계를 인정하게 한다. 보통의 경우라면 한계에 부딪힐 때 불안과 분노를 느끼겠지만, 우리에게 도전하는 것은 자연만이 아니다. 

 인간의 삶도 똑같이 압도적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훌륭한 태도로, 가장 예의를 갖추어 우리를 넘어서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꺠워주는 것은 아마 자연의 광대한 공간일 것이다. 그런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우리 삶을 힘겹게 만드는 사건들, 필연적으로 우리를 먼지로 돌려보낼 그 크고 헤아릴 수 없는 사건들을 좀 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242~243


 사실 예술 단독으로 열광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없다. 또 예술은 예술가들에게만 있는 독특한 정서에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예술은 단지 열광에 기여를 하고, 우리가 이전에는 모호하게만 또는 성급하게만 경험한 감정들을 좀 더 의식하도록 안내할 뿐이다. 288


 아름다움을 만나면 그것을 붙들고, 소유하고, 삶 속에서 거기에 무게를 부여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 왔노라 보았노라 의미가 있었노라" 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292


 293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 / 존 러스킨의 데생법. 300~301   305  데생. 보는거, 사진 , 카메라의 생각들.. 참조


 그렇다면 여행을 하는 심리란 무엇인가? 수용성이 그 제일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면, 우리는 겸손한 마음으로 새로운 장소에 다가가게 된다. 334


 귀중한 요소들은 현실보다는 예술과 기대속에서 더 쉽게 경험하게 된다. 기대감에 찬 상상력과 예술의 상상력은 생략과 압축을 감행한다. 이런 상상력은 따분한 시간들을 잘라내고, 우리 관심을 곧바로 핵심적인 순간으로 이끌고 간다. 이렇게 해서 굳이 거짓말을 하거나 꾸미지 않아도 삶에 생동감과 일관성을 부여하는데, 이것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보푸라기로 가득한 현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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