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가을밤 바람은 감정을 깨어있게 만든다. 더운 낮의 공기와 차가운 밤 공기는 첨예하게 대치해 무의식의 어렴풋한 감흥이 수면위로 떠오른 느낌이다.
 금요일 저녁 늦은 저녁을 먹으며 우연히 보았던 SBS의 프로그램중 궁금한 이야기 Y가 매우 인상깊었다. 2편의 기구한, 사람사는 이야기 였는데. 오래간만에 감동을 받은 방송 프로그램이었다. 

 예술적으로 감정이 풍부하고 총명했던 한 사내가 군대에 가서 머리를 잘 못 맞아..정상인의 기능을 상실한 후, 그의 노모가 10년을 콘테이너 박스안에..사육 하듯이 돌보는 이야기 였는데..그의 딸과 아들이..그러한 할머니의 집착을 깨고..다른이들의 도움으로..치료를 받게 한다는..내용이었다.
 그 아버지가 촛점이 흩어진 눈으로..차안의 음악이 나오자..반응하면서 눈물이 흐르는 모습에선..가슴이 시렸다. 가족 누구의 잘못도 아닌..그 할머니의 아픔과 집착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그의 자식들의 용기와..따듯함도..감동적이었다. 

 멀쩡했던 사람이 군대 가서..미치거나..비정상이 되어온 경우는 흔치 않지만은 않다. 몇년 전 까지만 해도..수원의 시골집에 갈 때..그 동네 어귀를 뱅뱅 도는 남자가 있었는데..듣자하니. 장교로 군대를 갔다오고나서..정신이 이상해져서 그런다고 했다. 군대에서 고통받을, 받은. 이들이 얼마나 많을지..   근본적인 원인은..평화와 통일을 반대하는 기득권 우파 들이 아닌가. 그들의 권력과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선...안보 위기설이..가장..효과적이니까.. 이 땅에서 군대를 간다는 건..참. 더러운 일이다.

 두번째 이야기는..매일 이별하는 노 부부 이야기 인데..이 것 또한..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환갑이 넘어 결혼한 노부부의 가슴아픈 사랑 이야기 였는데.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신체 능력이 떨어져도..그 사랑이라는 애틋한 마음만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인간의 영원한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랑에..할머니의 딸이..할아버지가..재산을 노리고. 결혼한 거라고..미친듯이 반대를 해서..결국..사랑하지만..따로 살아야 하는 기구한 이야기 였다. 한 사람의 탐욕과..이기가.. 노년의 애틋한 사랑을 절박하게 하고 있다. 너무나 순한 할아버지의 모습에서..아 저것이구나.라고 느꼈다.

 토요일날. 낮. 홍대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버스에서 본 기묘한 풍경이다. 신촌대로에서 홍대 쪽으로 들어가는 좌회전 하는 버스와. 맥도날드 배달 서비스 오토바이가 충돌한 사고였다. 내가 탄 버스가 교통 정체에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면서..사고 현장이 한 눈에 들어왔는데.. 마음속 깊은 분노가 들끌었다.
 엠 자가 새겨진 쓰러진 오토바이 옆에. 유니폼을 입은 젊은?남자가 죽은듯이 쓰러져 있었다. 피가 흥건하진 않지만..피가 터져 아스팔트에 뿌려져 있었고.경찰과.엠블런스..어중간하게 세워진. 텅 빈 상대편 버스.. 그리고 여유롭게 사진을 찍고 있는. 어떤 사람.
 사람이 다쳐서..죽었는지 살았는지..도로에 미동도 않고 피흘리며 누워 있는데. 버스에 승객이 다 내릴동안..아니 이미 앰불런스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쓰러진 남자는.. 인간의 존엄성 보다는..아마도 법적인 과실 관계..보험회사의 판단 여부 등등..자본주의 쓰레기 같은 무덤에..짓밟히고 있었다. 그 태연한 사고 현장의 모습에 나는 경악했다. 인간의 양심은..어디로 갔을까..이 시스템이 정말 무섭단 생각이 들었다. 
 사진 작가 조엘 스텐필드의 작품이 떠올랐다. 카메라가 있었다면..차창 너머로 몇 컷을 찍었을지 모르겠다. 그 슬픈 풍경을..내가 할 수 있는건..고작 찍는거나..묘사하는 것 뿐..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지도 모르는데.. 서류쪼가리가 더욱 중요한..
 생명은 종이쪼가리 보다 못하다..슬프다.. 그 맥도날드 맨의 무사를 기원한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화  (0) 2011.09.27
추억  (2) 2011.09.20
요즈음, 들  (0) 2011.09.13
언캐니함  (2) 2011.08.10
옛 그림  (1) 2011.07.3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