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날 집에서 김장을 했다.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다. 수원 시골집에서 배추와 쌀을 나르고 김장하는데 일손 거드는 일. 정말 한 해가 금방 간다. 일년에 두어번 이지만, 시골에서 일을 하는 동안은 기분이 상쾌해진다. 순수한 육체노동은 희열이 있다. 푹신한 흙을 밡고 배추밭에서 일을 하는 동안, 땅의 정기가 내 몸에 스며들어, 몸을 가볍게 한다. 고무장화 밑으로 파고드는 흙의 느낌은 마치 존재 근원에 맞닿아 나의 살 같은 느낌이다. 흙과 태양..바람..그 속에서 약간의 자유를 얻었다.
 
 김장을 한 뒤에는 절인 배춧잎과 것저리 등과 함께. 수육을 먹던가.. 아님 오늘 같이 오리 고기를 곁들여 먹는게 꿀맛이다. 꼬돌꼬돌한 햇쌀의 맛은 또 얼마나 담백한지..요즈음 돌잔치 두군데 갔다와서, 영양과잉이었는데, 오늘은 추운 날씨를 뒤로하고 집에 들어오니..허기가 장난아니었다. 아마도 체온 유지하느라. 칼로리를 다 소비한듯 했다. 아무리 뷔페 음식이 다양하더라도. 기본적인 밥과. 김치. 고기 반찬, 조합의 경이로움은 따라가지 못한다. 거기다가 담백한 김치찌게나. 된장찌게 까지 포함된다면.. 또 겨울의 참맛은 뜨끈한 곰탕에..김장 김치의 어울림.

 겨울이다. 갑자기 머리가 얼얼해지고. 뺨이 깨질듯 하다. 아직은 초록을 유지한 나무들이 떨구어낸 이파리들이 겨울의 야속함을 성토하는듯 하다. 겨울은 빈약한 영혼을 살찌우는 좋은 계절이다. 다른데 살찌우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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