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이 영화 예고편을 봤을때,  아마도 이 영화는 호텔 업계와 항공사들이 제작비를 댓겠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관광산업의 마케팅적인, 너무나 불손한 의도의 영화로 여겨졌다. 허황된 여자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그런 나의 추측은 전반부 이탈리아 여행 부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멋드러진 화면속에 환상적인 요리와 밝은 사람들..감각적인 편집은 흡사 광고 영상처럼 쉽게 욕망에 빠져들게 했다.
 영화도 길고 해서 그만볼까 했지만, 일단, 이 화려한 조명술에 매혹당했고, 이 영화의 어느 부분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이 나오는 사실을 알기에 멈출수 가 없었다. 다행히도 이 영화가 중 후반부로 갈수록..주인공이 느끼고 깨닫게 되는 면이 그나마 마음에 들었다.  
 결국 2시간이 넘는 영화를 다 보고 났을땐, 처음의 편견은 어느정도는 사그라들었고, 나름 영화로 대리만족을 잘 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이 영화는 영상보다는 책으로 읽어야 화려함에 매혹당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다시 되돌아 보게 하는 자극을 받겠다.

 영화는 현실이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현실의 반영인 셈인데, 너무 터무니없는 비약과 환상은 감정의 이입에 곤란하다.
 처음 주인공이 이혼을 결심할 때, 좀 황당했다.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서 더욱 그렇겠지만, 좋지 않은 여자들의 전형 같은 모습이었다. 당연히 남자의 입장에서 볼 수 밖에 없어서 더욱 터무니없게 느껴졌다. 이기적인 여자의 허세어린 모습.  그리고 젊은 남자와의 엔조이식 만남.. 그 남편이 뭘 그렇게 잘못을 한 거지 하는 의문.. 영계 남자와의 만남은 또다시 달아나게 만들고 약 1년 동안의 여행을 떠난다. 이혼하면서 쿨하게 한푼도 못 받았는데.. 그 화려한 여행경비는 어떻게 조달한 건지..

 2주전에 20대때의 친한 친구가 결혼을 했다. 다른 친구와 결혼식장을 가면서 이런 얘기가 오갔다.
'그는 결혼을 잘 하는 걸까..'
글쎄,,
'난 딱히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
'한번 그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갔다가, 여의치 않자 다시 돌아온 거잖아.' 
그렇긴 하지.. 
 별 생각이 없었다가.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 그 친구와 보낸 시간들이.. 

 동갑인 그녀는 잘 사귀고 있는 와중에 그를 버렸었다. 더 조건 좋은 남자에게로 가는 것은 진화론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나 우리는 동물이 아닌 인간이다. 숨겨져있는 동물적 본능에서만 설명하는 결혼, 이성관계의 본질은 이성의 퇴행이다. 사회가 어떤 위기에 봉착했을때의 전조다. 아마도 그녀 또한 나이는 들었고. 누군가에게 버림 받고 다시 그에게 돌아온 거다. 그동안 그는 술로 버티고 작품에의 의지로 성과를 내가고 있었을때, 그녀는 돌아온 것이었다. 보이는 현실의 조건에서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여자를 평생 신뢰할 수 있을까..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배우자가 삐끗해 절뚝되기라도 할 때, 올바른 행동은?. 계산적이래도 힘든 시기를 옆에 지켜준 여인과 그 반대인 경우는 차이가 크다. 남자던 여자던 자신의 배우자를 최고로 여기지 않으면..그런 믿음과 신뢰가 없으면.. 사랑은 모래성이고, 결혼은 위태롭다. 

 또 요즘 내가 느끼는 건, 소비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면 같이 살기 힘들것이란 생각이다. 대부분 가정의 내력 같은건 소비에 대한 철학이 다분하다. 어릴적 부모로부터의 영향은 가정 경제력에서 오는 씀씀이의 내재적 관점이다. 절제되고 검소한 환경의 사람과, 남에게 드러내기 좋아하는 베포가 큰 사람은 소비주의의 현대의 삶을 살면서 부딪히기 일수일 것이다. 엊그제 부인의 생일 선물로 100만원 짜리 명품 지갑을 선물한다는 지인은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 그런데도 매해 결혼기념으로 해외여행을 꼬박 가는걸 보면 신기하다. 분명 그 부인은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다분할 것이다.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 마지노선의 폼생폼사는 우울하다.

 여하튼 초반에 좀 거부감이 들었지.. 보는 내내 참 나른한 몽상을 선사하는 영화였다. 줄리아 로버츠의 금발 머리로 떨어지는 백라이트의 드라마틱함은 영화 내내 계속 되었다. 줄리아 로버츠 정도의 탑클래스 배우들은 그런 조명의 효과 까지도 계약에 포함된다고 어디선가 들었다. 줄리아 로버츠나..기네스 펠트로..카메론 디아즈 같은 배우들의 영화들을 보면..자주 머리 뒤쪽과 위에서 떨어지는 조명의 효과가 금발머리의 후광효과를 연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의 손 제스쳐가 재미있었다. 손을 입에 깨무는 행동이 지금은 기억이 안 나지만 웃겼다. 미국 여자들은 파스타와 소세지를 좋아한다는 민박집 아줌마의 말도 웃기고, 남자를 음식으로 비유하는건 여자도 마찬가지구나란 자각..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먹고, 친구들 사귀어 즐기다가...인도에 가서 명상 수행을 한다..좀 인생사용매뉴얼 같은 작위적 느낌이 다분하지만 처음보단 점점 좋아졌다. 그리고 발리에 가서, 점쟁이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게 되어, 티격태격 하다가 사랑을 찾게 된다. 

 근데 왜 갑자기 영화의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안나지.. 헐리웃 영화의 전형적 특성이래서 그럴까.. 사실 이 영화 찬찬히 보다보면. 나름 음미하고 느낄 만한 구석이 많다. 굳이 저런 여행을 안 가도 마음이 새로운 자극과 변화에 열려있다면 지금 여기가 우리의 여행이다.
 영화속 여행은 그림의 떡이란 생각이 자꾸 들지만 뭐 어쩌겠는가..
 
 멀리서 봤을땐, 스키니한데 가까이서 보면 통통한 여자를 뭐라고 부르던데 과연 그림의 떡일까..ㅎ
 마지막에 에디 베더의 노래가 듣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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