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말 아름다운 날이었다. 바람이 쌩하게 부는 늦겨울의 햇빛은 진득하니, 공간을 낯설어 보이게 했다. 해가 저물때쯤 한강변의 풍경은 색들의 향연이었다. 자줏빛으로 물들어가는 풍경속에 코발트 블루가 내리앉았다. 그런데 이미 내복을 벗었기 때문에, 이 추위가 보통 추움이 아니었다. 사시나무 떨듯이,, 아니 딱다구리가 내 구강속에 들어앉았는지..딱딱딱 떨고 있었다. 

 작년까진 그리 못 느꼈는데. 올 겨울 들어선 추위를 무척 타고, 왠만한 추위를 감내할 엄두가 안나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니까 제작년 겨울만 해도, 추운맛에 자전거를 타고..겨울산도 다니고 했는데, 이젠 몸이 그러지 말라고 한다. 이제 신체의 기능은 내리막길인가.. 흰머리도 많아졌고..  40을 넘긴 인생의 선배들 말로는 30후반부터 한해 한해 체력이 떨어지는걸 팍팍 느낀다고 했다. 근시 였던 사람도 원시로 크로스 된다고도 하고.. 뭐 어쩌겠는가..

 그래서 헬쓰를 등록했다. 사실. 평소에 달리기나..자전거. 푸쉬업. 종종 등산을 해왔기에, 건강은 그럭저럭 유지해 왔다. 내가 기계에 둘러쌓여 운동하는 헬쓰를 싫어 했으나, 등록한 이유는 한번도 생각치 않았던. 근육질 몸매를 만들어 보고 싶단. 30대 중반의 마지막 욕망이랄까.. 아마도 지금 아니면 그런 몸을 만들어 보지도 못하고 늙을 것이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처럼 아저씨가 되어도 웃통 벗고 기타를 칠 날이 와야 하지 않겠나..

 
 해 저무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는 그 기분을 헬쓰장의 런닝 머신이 대신 할 수 있을까..
 불꺼진 초등학교의 텅 빈 운동장에서 기억할 만한 풍경을 음미하며 심장을 울리는 그 느낌을 잠재울 수 있을까.. 

 오늘의 쌀쌀한 석양이 감상적으로 만들었지만.. 그래도 이정도의 포부는 있어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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