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시 넘어서 잤다. 새벽 시간은 참 빨리도 간다. 무슨 일을 하기엔 효율적이지 못할 것 같다.
 반면 새벽의 소일거리는 달 위를 걷는듯 달콤하다. 케이블 채널의 몇 바퀴 순례는 몇 시간을 훌떡 삼켜버린다. 
 블로거의 글을 통해 타인의 삶을 엿보는 것도 어느새 이미 알고 있었던듯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볼륨을 한없이 줄인 새벽의 나즈막한 음악은 안개의 읊조림 이다. 

 목요일. 금요일의 무리가 토요일을 피곤에 지쳐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게 했다. 
 금요일 밤. 오랬만에 고깃집에서 술을 마셨다.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는 금요일 저녁은 남자 다섯을 소금구이, 껍데기..등등의 고기 부속집에 데려갔다.

 언제부턴가..고기를 멀리하자는 마음이 생겼고, 되도록. 곱창. 같은건 먹지 말자고 다짐했다. 합정동의 새벽까지 하는 고깃집을 찾다가. 결국. 그나마 평범한 소금구이. 껍데기 집을 갔다. 

 언젠가 고기 뷔페집에서 껍데기를 먹었는데, 타이어를 씹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걸 돈주고 사먹다니 했는데, 왠걸..이렇게 맛있을수가..뇌의 자극이 '헐..어찌 이런 맛이..'를 연발했다. 

 제대로된 고깃집이었다. 고기의 질 부터..불.. 소스.. 부추와 마늘. 김치 등등이 완벽했다. 
 소주를 반병 정도 마셨다. 얼마만에 먹는 소주인지..이또한 맛있었다. 집에서 먹는 와인보다도 약한 느낌이다. 이날의 소주는 봄비가 내려서 인지 막연한 그리움의 땀방울 이었다.

 언젠가 또, 안먹던 과자를 먹고 나서 왜이리 맛있지..하며 놀란 눈으로 애들처럼 마구 먹었다. 아마도 그 표정을 그냥 찍어서 일반인 광고로 내보내도 될듯한 숨김없는 반응이었다. 되도록 가공식품을 멀리하자는 몸의 생각들이 간혹 이런 식품에 엄청난 유혹을 받는다. 하지만 제주도 삼다수로 입가심을 하면 될 일이다.. 공장의 맛을 지우는데는 생수 만한게 없다. 

 자정을 한참 넘어 어수선한 금요일 밤은 집으로 가는 자전거에 오르게 했다. 살짝 음주 라이딩. 부슬부슬 비를 맞으며, 왠 주책일까냐마는.. 비오는 새벽 한강의 고요는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살짝의 취기는 바람을 달콤하게 한다. 부슬비가 눈 속으로 파고 들어 눈알을 뻑뻑하게 했다. 퍼뜩 방사능 비,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봄비에 젖은 흙냄새가 그런 걱정을 지웠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며 새벽을 응시했다. 그러고선 스스륵 잠들었다. 머리가 복잡할땐 몸을 혹사?시키는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어느 작가가 말했다. 

 내일 부턴 이른 아침에 헬쓰장에 나가볼까 한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냥 글  (0) 2012.03.23
브레이크  (0) 2012.03.23
1st. GYM  (1) 2012.03.13
헬쓰  (0) 2012.03.12
햇살  (0) 2012.02.2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