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후의 어제 아침은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옷을 차려입고 집을 나서는데 설레임보다는 긴장이 조금 앞섰다. 처음 참석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아마도 예전에 그런 자리의 분위기를 옆에서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는지도..내 기억속엔 엄숙함과 무게감이 장난아니었던 기억은 그래도 막상 별거 아니구나란 안도의 식은땀이..
 이런, 스시를 먹는데..이마에 땀이 맺혔다.. 
 식사가 끝난후 밖에 나오니 압구정동엔 펑펑 눈이 내렸다. 3월의 겨울은 이젠 익숙하다. 왜 압구정역은 실제의 압구정 로데오거리 지점에서 이리도 멀까..처음 친구와 함께. 압구정역에 내려 난감했던 방문기가 떠올랐다.  

 네시에 명동에서 예식이 있어, 한 시간여를 명동거리를 거닐었다. 오늘 아침에 지하철에서부터 나는 사람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평소에 자전거나 자동차로 주로 이동하니.. 대중교통에서의 사람봄이 꽤나 신선했다. 

 아침에 신림역에서 탄 내 또래 부부가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신혼집내지 첫 이사를 앞두고 부동산 관련 서류를 들고 보금자리를 알아보았던 것 같은데. 처음 전철을 탈 때 부터 여자의 미묘한 얼굴 표정이 흥미롭게 했다. 남자는 벙쪄하며 살짝 흥분 상태인것 같은데..여자는 그 표정의 심리가 변화무쌍하다고 할까..샐룩거리는 그 표정이 귀엽기도..섬뜩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론 부러웠다.
 그들의 머리 위로는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 란 책 광고가..살찐 미소를 날리는 김정남의 얼굴은..부처의 평온한 인상처럼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묘한 느낌의 상황이었다.. 사진적 장면이었다..이럴때야말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들고다니는 카메라가 없었다. 

 교대역의 인파속으로 사라져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각자의 삶속에 현재 옆에 있는 사람의 관계들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군가와 함께라는 건 아름다운 일이지만..많은 사람들이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것 같다. 누군가와 같이 있는데도 자신만의 섬을 가꾸어 나가는 공허한 눈길이 많이 보였는데.. 내가 그래서 인지도 모르겠다. 차가운 카메라 렌즈의 눈이 되어가는 내게 어떤 충격이 필요하나..
 한 눈에 팍 꼿히는 대상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거리의 인파들 속에서도 예식장의 많은 하객 속에서도 괜찮다 싶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여자의류 쇼핑몰의 이쁘장한 모델들은 오히려 역겹다. 사람의 매력은 내면의 정신계가 좌우한다. 영혼없는듯한 껍데기들은 이제 눈길도 안간다. 

 
무언가가 충만하게 내안에 채워지기 위해선 공허가 아닌 다시 내려놓음의 단계가 필요하다.  

 명동 유니클로에서 머플러 두장을 사고..하나를 택을 띠어서 직접 착용했다.  근래에 어떤 여자아이?한테 위아래 입은 옷이 딱 유니클로 스타일이래서, 둘 다 유니클로에서 샀구나..라고 했다가 면박 당했다..
 유니클로건 아니건.. 아이템을 고르는 안목이 더 중요하지..근데 남자인 내가 보기엔 유니클로면 되게 좋아 보이던데..ㅋ

 결혼식장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실내인데 자연 채광이 되고.. 야외 테라스가 있다. 야외 결혼식 같으면서도 시스템은 실내의 웨딩홀.. 나는 여자쪽의 하객이었지만..우리는 신랑쪽에 앉았다. 역시나 있는집 아이래서(비아냥 아님) 결혼식이 좀 화려했다. 마술사와.. 라이너스의 담요? 라는 가수의 노래가 인상적 이었다. 주례도 알만한 사람은 아는 사람이고.. 부조금의 액수가 민망했으나..이렇게 온 것만 해도 어디야..암..  

 친구의 6살베기 딸과 놀며, 먹으며..바빴다. 점심에 일식을 과하게 먹어서..평소답지 않게 저조하게 식사했다. 하객중에 조금이라도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었으면.. 그렇게 자상한 아빠와 같이 놀아주지 않았을지도..
 예전에 첫조카의 얘기 사진을 매형이 내 자동차 키에 달아놔서..한동안 그러구 다녔는데. 나중에 내가 유부남이라 생각했다고 오해를 많이 받았었다.  
 자주 보는건 아닌데, 나를 좋아라 해서..더욱 너무 이뻤다. 지 아빠가 자리를 왔다갔다 하는데도.. 나랑 장난치며 잘 놀았다. 마지막에는 지 아빠가 차를 빼러 일찍나가..내가 옷을 입히고.손잡고 일행들에게 인사하니..내가 아빠같다고.. 묘한 느낌.. 진짜 내 아이 였다면 더욱 뿌듯했을 듯하다. 

 합정동에 오니..창문 넘어 저 앞에 완전 붉고 똥그란 태양이 지평선에 걸쳐 있었다. 오랬만에 보는 멋진 장관이었다. 그러나 카메라가 없었다..그 붉은 태양을 마음에 담아 간직할 수 밖에.. 

 집에 오니 피곤했지만...오늘 먹은 단백질들을 생각하며 헬쓰장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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