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나갈때는 그냥 흐리기만 했다. 밤늦게 비가 오는줄 알고, 우산도 안 챙겨 나갔는데, 점심때부터 하늘이 어둑어둑 해지더니..비가 내리기 시작.. 흠.. 오늘 오전 까지 강력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렸다. 어제 밤부터 오늘 새벽과.. 오전시간 까지..비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했다.

 어제 저녁엔 홍대에서 진중권 교수의 강연을 들었다. 오래간만에 듣는 강의라 대학생들 틈에서 싱글벙글했다. 자리가 군데군데 한 곳씩 밖에 없어 친구와 떨어져 앉았는데, 멀리서 친구왈.. 웃음꽃이 피었군요.. 

 그랬다.  다시 수신자의 입장이니 맘이 편하기만 했고, 젊은 여대생들의 틈에서..다시 학생이 되고싶은 몽상에 시간 가는줄 몰랐다. 

 강의를 하면서도 내면의 아이는 분신같이 학생의 자리에서 즐거워하며 나를 바라본다. 나는 젊은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그들의 시선을 받는걸 즐기기도 한다. 내 마음은 아직 이중적이다. 그들의 청춘에 빛을 밝혀 주는 노력은 내 청춘에의 고함이기도 했다. 

 진교수의 강의는 파타피직스에 대해서였다. 대중강연이라 학문적이기 보다. 일상의 사례속. 새로운 골때린 디지털 세상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 였다. 이 강연의 진면목은 1시간 반의 강의 후에.. 40분여의 질문 타임이었다. 다양한 질문에..막힘없이..몇 마디 말로..답변하는 진교수를 보면서..역시.. 하는 마음이..

 자신의 생각과 논리가 명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쾌도일담이었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 미디어를 통해서 판단하는 의심과 편견은 일단락 되었다. 예전에 수업 들을때 보다 더 좋았던 점은. 청자에게 애정이 뭍어있어서 좋았다. 간혹 모르는 신조어가 나와 주변에선 다 웃는데..난 이해를 못해 멀뚱거리며 있는 경우가 있었다. 멘붕이란 말이 나왔을때가 대표적인데, 내가 소셜미디어 지향적이지 않아서 인지.. 살짝 소외감이..그런걸 느끼니 최근에 어떤 학생한테 받은 메일에서 내 말에서 모르는 용어들이 많아 자기만  못 따라가는것 같아 걱정된다는..내용의.. 음 그럴수도 있지..하지만 최소의 교양수준이기 때문에 그런건 개개인의 문제다. 나도 옆의 대학생에게 멘붕이 뭐에요..라고 물어볼뻔 했다..


 강연이 끝나고 우루루 나오다 진교수를 많이 좋아하는 어떤분이 생각이 났는데, 문자라도 보낼껄 그랬나..하는 지나간 후회.  비가 오다말다.. 봄에 내리는 장마빗 같다.  

 잘 느끼지 못했던 진교수의 따듯함을 느낄수 있어서 좋았다. 

 최근에 선배와 대화중.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어릴적 부모로부터의 트라우마 같은 걸 얘기 했는데, 진교수의 어릴적 일화와 연관해서, 이런 상처?가 기억의 수면에 떠올랐다.  나도 다락방에서 비행기 프라모델을 만들며..비행에 대한 상상을 키우던 아이였다. 그러나 어느날.. 몇일에 걸쳐 공들여 만든. 아팟치 헬리콥터를 바가지에 물을 담아 전사지를 물에 불려 붙이는 마지막 완성단계에서.. 누나가 실수로 바가지로 엎어..그 물이 안방 장농밑으로 다 들어갔는데, 화가난 엄마가..그 모형을 순간 발로 밟아 버린 것이다.. 비행에 대한 꿈과 희망은 그 사건으로 마음에 깊은 상처가..ㅎㅎ  진교수처럼 다락방에서 했어야 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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