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밤 이때만해도 기분좋은 희망이 감돌았다. 소주와 사케를 마시고 3차로 들어온 바에서 테이블이 셋팅될 동안 내일을 생각했다. 오늘밤이 지나면 기분좋은 숙취속에서 승리를 만끽하리라. 저 한병을 다 비우고 일어서니, 꽤 취기가 올라왔다. 밖에는 추운날씨에도 주말의 널부러진 거리 분위기 였다. 다리를 못 가누고 비틀거리는 여인네들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쟤들은 내일 선거나 할 수 있을까. 거리의 많은 젊은이들은 도통 관심이 없어 보였다. 오늘의 추위와 취기와 쾌락에만 몸을 맡길뿐. 겉으로 보기엔 나또한 마찬가지였을게다. 일행과 헤어져 집에가는 내내 데낄라의 기운이 온몸을 휘감았다. 술 마실땐 괜찮은데..일어서니 흔들흔들, 아 오랜만에 취해보는구나..


 새벽에 들어와서. 내리 잤다. 아침 먹고 자고, 점심 먹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데낄라는 내 몸과 마음을 휑하게 내팽겨쳐놓았다. 적당히 잤으면..뭐랄까. 인터넷도 하고 티비도 보고 책도 보면서, 정신을 추슬렸건만. 이상하게도 계속 멍했다. 머리가 아픈것보다. 무기력증에 빠진 숙취였다. 해가 늬읏해질무렵. 오후 네시반..그제서야 투표하러 나갔다. 가는동안. 왠지 마음이 침울해졌다. 텅빈 거리를 지나 구석진 곳에 위치한 투표소는 한산했다. 계속 공허했다. 집에 돌아와서..저녁을 먹으며. 아직 개표 1퍼센트도 진행 안 된걸 보고, 방에서 또 멍하게 있었다. 채 9시도 안 되어서 침대에 누웠고, 내일 아침은 기쁜 소식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그냥 오늘은 데낄라에 내 영혼을 팔았다 생각하자며 누웠다. 6시 알람이 울리고, 한동안 방안의 어둠을 응시했다.


 티비가 켜져있음에도. 난 쳐다보지도 않고. 아침밥만 먹었다. 어제와 마찬가지 기분이었다. 그 다음날도..또 그 다음날도..금요일날까지 성적처리등..학교일을 마무리하고..토요일 내내 내리 잤다. 무엇을 위해 살지..오직 돈..돈 . 정의와 일말의 양심은 돈의 영혼에 구걸해야 하나. 모르겠다. 이도 저도 아닌 나.. 갓 허물을 벗은 나. 채 날개를 펴기 전에 어떤 성충이 될까. 고민해보았자 이미 정해진걸. 어디서 날갯짓을 해야하나..


 삼합에 막걸리 한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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